포르투나의 선택 1 - 3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3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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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라가 드디어 로마 최고의 자리에 서게되기까지의 숱한 전쟁과 로마 입성, 그리고 겨우 아이티를 벗어난 열여덟의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가 천천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의 격동하던 로마 공화정 말기가 배경이다. 이제까지 나온 로마의 일인자 세 개의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몰입도가 높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부분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주인공은 술라다. 풀잎관의 2부와 3부를 아직 읽지 않은 탓으로 왜서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그토록 잘생기고 저돌적이고 매력적인 술라가 늙고 이빨은 다 빠지고 머리털도 빠져 가발은 삐딱하게 쓴 채로 변방의 군사들을 지휘하는 모습은 이만저만 실망스러 게 아니다. 게다가 얼굴에는 피부병과 햇빛에 의한 화상으로 말이 아니다.  게다가 그 가려움증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술라는 술에 쩔어있다. 술라의 편에 가담하기로 한 어린 폼페이우스는 그 모습에 실망하지만 곧 그 추한 겉모습과 지병으로도 희석되지 않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발견한다.

갑작스레 맞닥드힌 아우렐리아(카이사르의 엄마)에게 늙어 흉칙한 모습을 보여야 했을 심정은 안타깝다.  술라와 아우렐리아는 서로 의 모습에 매혹되어 호감을 가지고 숱한 의혹과 억측과 루머들을 재생산하며 아슬아슬하게 우정과 사랑의 경계선 사이의 어딘가에서 서서, 서로를 경계하며 동시에 서로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로마는 이제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시대가 지고 카르보와 킨나의 시대였으며 어린 마리우스 2세가 집정관에 앉는다.  술라가 이 '무능한' 정권으로부터 로마를 차지하는 과정, 전쟁을 이끄는 모습,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고 하나 둘씩 적을 제거해가면서 로마로 진군해가는 모습은 전설에 묻힌 전투에 손에 잡힐것 같은 현실감을 부여한다. 애초 카르보의 군대에 비해 비교 불가능한 적은 병력으로 숱한 전투들을 승리로 이끌고 로마로 입성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전투 수행 능력 뿐만 아니다. 상황을 읽는 기술, 지휘관들을 평가하고 적재 적소에 배치하면서 주고 받을 것들을 명확히하고 그 약속들을 지켜가는 신뢰와 동시에 누구라도 범접 못할 카리스마 등 리더로서의 타고난 기질 등이 뒷받침한다.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작전으로 대규모 전투와 희생 없이 많은 지역들을 투항시켜 군단의 수를 늘이면서 전진하는 한편 실전에 돌입하면 사기 충전한 군인들이 상대를 씹어먹도록 나아가는 것은 술라의 타고난 능력이었다.


그러나 로마를 접수한 후 벌이는 서늘한 숙청과 살육의 현장은 빈틈없고 차가운 술라만의 매력적 캐릭터를 더욱 오싹하게 한다.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아내 율리아와 아우렐리아와의 관계, 그리고 카이사르가 결혼한 어린 아내 킨날라가 킨나의 딸이라는 사실, 거가에 카이사르가 유피테르 대제관이자 동시에 원로원 의원이라는 사실들은 술라가 로마를 접수하여 최고 위치인 독재관이 되어 로마를 마치 장난감 주무르듯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사실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는 스스로 만든 법의 애매모호함을 이용하여 자신의 손에는 피 한방울 묻히지 않고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카이사르가 대제관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가 아끼는 킨날라와 이혼해야 하는 결정을 전달한다. 자신의 명에 이의를 제기하는 누구도 그 자리에서 살해하는 서슬퍼런 술라의 결정에 불복하고 도망의 길에 오르나 학질에 걸려 죽을 고비를 맞은 카이사르, 그리고 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술라의 아내, 딸, 그리고 많은 신녀들이 아우렐리아와 함께 똘똘뭉쳐 술라에게 청하는 즉석 비극은 그야말로 숨을 멋게 하는 멋진 장면이다.


이야기의 초반 전투에서 이미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드러내고 술라에게 한 자리 얻어낸 어린 폼페이우스와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계략으로 유피테르 대제관이라는 굴레에 갇혀 거대한 야망을 펼치지 못할 팔자를 원망하던 카이사르가 술라와의 아슬아슬한 기싸움과 현명하고 강인한 아우렐리아의 지지로 드디어 대제관의 덧에서 벗어난 일은 앞으로 전개될 흥미진진한 삼두정치의 서막이자 제정 로마로의 거대한 물결을 예고한다. 아 너무 재미있었다. 아직 전편의 일부를 못보았지만 이번 편을 먼저 봐야겠다.

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라니, 정말 잘 만든 플롯이지만 사실 역사 그 자체에 기반한 것 아닌가. 전투의 디테일은 묘사되어 있지 않지만 그들이 맞닥뜨린 장벽과 선택했던 전략들은 기록과 일치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역사에 기록된 인물 그대로 그 시기에 있던 사람들,그들이 먹은 음식, 그들이 살아간 방식, 법과 사회 체계 모두 기록속에 편재해 있던 것들을 콜린 매컬로의 붓끝에서 생생하게 살아 걸어나올 것처럼 재탄생되었다.

독재관, 술라는 왕이될 생각은 없었지만 결국 훗날 카이사르에게 빌미를 주게 된 그 독재 지배 체계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출생과 능력에 의해 당연히 누려야 했던 정당한 자리를 연거푸 앗아간 상황과 사건들로 이루어진 비정한 음모와의 싸움이었다. 그에게는 아무런 선택권도, 관직의 사다리를 합법적으로 명예롭게 올라갈 아무런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모퉁이마다 항상 누군가가 또는 무언가가 그를 막았고 빠르고 합법적인 길로 갈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지금 여기에 술라가 있었다. 텅빈 대 경기장을 따라 잘못된 방향으로 말을 타고 있는 뱃속에 승리와 상실이 쌍둥이처럼 함께 불타고 있는 쉰여덟살의 황폐한 인간. 로마의 주인, 로마의 일인자. 그는 마치내 스스로를 증명했다. 그러나 그 나이와 초조함과 임박한 죽음에 대한 실망감은 그의 기쁨을 쓰디쓴 슬픔, 망가진 쾌락, 악화된 고통과 함께 응고시켰다. 얼마나 늦은, 얼마나 쓰라린, 얼마나 뒤틀린 승리인가"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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