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속 인문학 - 키케로부터 코코 샤넬까지 세상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인문 강의
김홍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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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다. 우리는 어떤 사람응 기억할 때 그가 블겨 입던 옷 악세사리 신발 가방 머리스타일 등을 함께 기억한다. 때때로 옷을 통해 그 날의 기분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기도 한다. 긴 겨울의 끝에서 아른아른 아지랭이가 피어날 때 싱숭생숭 우리는 꽃샘추위는 아랑곳 않고 두터운 외투를 집어 던져 하늘거리는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지친 여름이 조금 물러갈 디세가 보이면 벌써 깊은 가을의 색깔들이 거리에 물결을 이룬다. 지치고 바쁜 일상 속 가벼운 티셔츠와 청바지는 모든 걸 수용하는 씩씩한 동반자다.

언젠가 지인이 이른 나이에 사위를 보게 되어 집에 인사를 오게 되었는데 평소 젊고 발랄하게 옷을 입던 장모 예정자가 장모용 홈드레스를 서둘러 장만했다는 말을 듯고 크게 웃은 적이 있는데, 하긴 집안에서 격식을 차려 외출복을 입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늘 입는 나시티에 핫팬츠로 사위감 앞에서 깨방정을 떨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장모용 홈 드레스가 어떻게 생겼을까를 상상해보지만, 모양이야 어떻든 장모용 홈드레스가 하나의 기호와 언어로 작용했을 때 사위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이 아이는 가정적인 어머니의 섬세한 보호 아래에서 화목하게 자라났으니 그것을 알아라는 거다.


˝스타일링이 어려운 것은 우리가 유행이라는 사회현상에 지속적으로 흔들리기 때문이다˝169


옷에 대해 말하자면 개성과 유행 사이에 화해가 중요하다. 개성이랍시고 걸친 보헤미아 패션이 누더기로 보이는 건 그 것들이 세월을 따라 계속해서 조금씩 변하기 때문이다. 청바지를 즐겨입는다고 해서 10년전 청바지를 줄구장창 입을 수는 없다. 예전엔 통이라고 했는데 단순히 통이 넓고 좁고의 문제가 아니라 힙을 지지하는 형태 뒷주머니 위치 앞 지퍼 길이 밑위 길이 통이 넓어지거나 좁아지는 부위. 찢어진 청바지와 빛바랜 것을 좋아헌다고 하더라도 유행을 찢어지는 형태와 부위를 타는 듯하고 물날림 역시 새로운 스타일의 물날림들이 매년 쏟아져나온다. 어느덧 나는 이런 것들을 더이상 잘 쫓아가지 못하게 된 것 같은데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되는 것인지, 자기 표현의 방법에 시들해진 것인지 잘 모르겠다.


˝스타일링은 한 인간이 온 세계를 다해 지켜내야 할 원칙이자 세계관 이라면 트렌드는 한 인간의 온 세계가 지루해지지 않도록 새로움을 주입하는 장치다. 살아가며 새로움을 수용하기 보다 옛 것 만 고집하는 이들을 가리켜 고루하다 고풍스럽다고 말 하지 않던가 트렌드는 변화로 가득한 세상에 잘 적응 해 보라며 내 어깨에 살짝 놓아주는 백신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170


다행히 친구 중 몇몇은 옷 사는 걸 너무 좋아해서 어쩌다 만나면 우리들은 도시의 쇼윈도우 불빛 사이를 걷는다. 걷다가 보다가 들어가고 입어보고 서로 예쁘다고 주거니 받거니하는 시간은 즐겁다. 카드청구서 따위야 안뜯어보면 되지 머. 그 친구는 직장 다니는 게, 말도 안들어먹는 애쉐이들한테 하루 죙일 시달리다 보면 녹초가 되지만, 방학이 끝나 복귀할 때쯤이면 그방학동안 집중적으로 사서 쟁겨놓은 새옷들을 차려입고 나갈 생각을 하면 설레고 좋다고 한다.


중세때에는 입는 것이 자기 표현이라기보다는 보호 수단에 불과했었다고 한다. 재단 기술의 탄생 시점은 1297년이라고 보는데, 그렇다면 그 이전까지는 어떤 옷을 입었냐, 재단 없이 대충 쑬떡쑬덕 꿰맨 자루같이 헐렁한 옷들을 입었던 듯 싶다. 책에 그림도 없고 자세한 설명도 없어 대충 생각해낸 거다. 재단 기술은 당시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서 벌어졌던 백년전쟁으로 인해 군복이 평상복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흠 디테일이 누락되면 얼만큼 신뢰해야 할지 


인문학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옷장 속 인문학이라는 제목은 그래도 신선하다. 옷이라는 주제로 뭔가를 깊이 탐구해낸다면 정말 흥미로울 거라고 생각했다. 내용은 산문에 가깝다. 무슨무슨학 이라는 제목을 붙일 땐 학문적 정보를 기대하는데, 그보다는 조금 패션 전문 잡지의 컬럼 모음 같은 짧은(2~3쪽) 글들의 모음이다. 잡지 같은 걸 볼 때도 자주 느끼는 건데 거의 일치하는 우리말을 두고도(트랜드:유행) 영어를 쓰는 건 사실 이 계통만의 일도 아니지만 그런 표현이 개념적 버블을 양산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기도. 중간에 컬러로된 페이지가 많은데 삽화나 그림은 하나도 없고, 명언 혹은 아포리즘 같은 걸로 페이지를 채우는데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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