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 - 상위 1%의 독주를 멈추게 하는 법
로버트 라이시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자유는 억압의 또다른 이름이다. 부자들에게 자유는 가난한 자들의 몫을 빼앗을 자유이다. 재벌들에게 규제철폐는 재벌들이 일반인들의 몫을 충분히 약탈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시스템을 통해 합법적으로 강도질할 자유를 뜻한다.  민주주의와 함께하는 '자유'의 개념은 탐욕적 자본주의의 프레임에 갇혀, 재벌과 소수 권력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을 가질 권리가 되었다. 우리가, 국가로부터 보장받아야 할 자유란 막대한 자금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서  가뜩이나 성장도 않는 국가 경제 시스템의 부를 쥐어짜 더욱 큰 부를 획득하는 그 탐욕적 지배 시스템으로부터의 자유다. 


누군가 했던 말인데, 우리 세대는 근대화 이후 자식이 부모보다 못사는 첫번째 세대가 될 것이다 라는 말에 두려움과 함께 수긍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 이제껏 우리 세대가 어릴 때 어른들에게 귀가 아프게 들어왔던 말들의 거꾸로된 버전의 말들이 쏟아져나오게 될 것이다. 아 그 땐 먹을 게 귀해서 반찬 투정할 여유가 어딨어 굶지만 않으면 풍족한 거였지 그러던 말들은, 아 그 땐 먹을 게 흔해서, 한상 가득 올려놓고 먹다 남으면 다 버렸어. 음식물 쓰레기가 하도 많이 나와서 골치거리였다니까. 뭐 이런 식으로 회상하게 될까. 농민들이 쌀값 수매를 앞두고 투쟁하는 모습을 이런 식으로 농민들에게 희생이 집중된다면  언젠가는 모두들 농사를 그만둘 것이고, 수입농산물들의 가격 정책에 온전히 먹거리를 저당잡혀 쌀값이 훗날 금값만큼 올라도 사지 못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기업은 국가의 '배려'로 농업의 희생과 맞바꾼 수출과 기업 이윤 모두를 국가의 주인인 국민과 공유하지 않고, 갑질에나 열을 올리고,  주식인 쌀 수매가가 30년간 오르지 않은 채로 저렇게 몰살될 수 밖에 없는 정책에 내몰리면, 우리의 아이들이 후대에 밥은 먹고 살려나.


과거에 비해 생산성이 어마무시하게 높아진 사회에서 여전히, 혹은 더욱더 가난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 모든 부를 거머쥔 탐욕스런 부자들이 세상을, 정치를, 경제를, 문화를, 매체를 심지어 동네 구멍가게까지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을 돈으로 정치적으로 후원하고, 그 댓가로 기업활동에 유리하고 대부분의 공동체에게는 불리한 정책들을 입안하도록 기업활동에 방해가 되고 공동체에 이득이 되는 법들을 깨뜨려 없애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우리의 정신까지도 지배한다. 정신 지배의 결과가 쏟아져나오는 자기계발서들을 믿고, 이 불평등은 자신의 무능과 불성실에서 나온 것이라는 엉터리 생각을 끊임없에 주입되고 소수의 부자들에 강탈당하게 될 산업 시스템에 강제 헌신하기 위해 영혼이라도 팔 준비가 되어 있다. 


오늘날 부를 차지하는 극소수들은 여당이고 야당이고 할 것 없이 정치후원금으로 1%의 부자들이 더 많은 부를 획득하는 사회를 견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계속해서 점점 심화되고 가속화되어 왔기 때문에, 우리가 얼마 전에 듣고 놀라 까무러쳐서 알고 있던 숫자들은 이미 그보다도 더 높아져있다. 가령 2015년 최상위 부자 1% 부자들은 국가 전체 사적 자산의 42%를 소유한 반면, 국가 부 중 1%는 나머지 국민 절반이 차지한다. 퍼센트로는 표기도 안될만큼의 극소수 400명의 부는 하위 60%의 재산을 모두 합친것보다도 많다.(P212). 미국 얘기다. 우리나라가 위의 수치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부의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져서 그런 게 아니라, 이건희가 래리 페이지보다 돈을 적게 벌기 때문일 거다. 


자주, 가난하면 루저로 취급받는다. 자본주의 사회는 자주 가난한 사람을 실패한 사람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가난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부자들이 더욱 더 부자가 되는 시스템을 이루는 요소일 뿐이다. 2008년 국가 사회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약탈적 초대형 은행들은 납세자들의 세금을 이용해서 구제받았지만, 대기업 은행의 임원들은 상상을 초월한 수백 수천억원 규모의 보너스를 받았고, 초대형 기업의 CEO들은 스톡옵션과 성과급 주식의 형태로 수천만달러씩 받는다. 그들이 받는 상여금은, 직원을 해고해서 주가를 끌어올린 대가다. (IBM은 1990년대부터 직원을 해고하고 거액의 채무를 끌어들여 자사주입을 매입하여, 총수입은 그대로인데도 주가를 끌어올렸다.  그기간동안 CEO는 2억 5천만달러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받았다.  휴렛패커드도 애플도 마찬가지. 애플은 170억 달러를 빌려 주식환매에 사용, CEO인 팀쿡은 7천만달러를 스톡옵션으로 받아 환매가 최대가치일 때 현금화했다고 추측된다(p144).이렇게 'CEO들은 자사를 아주 훌륭하게 망가뜨리고 나서도 수백만 달러를 거머쥔다(p146). 기업의 CEO들은 후원금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스톡옵션과 주식을 성과급으로 받는 경우 세금을 안내도록) 정책을 바꿨으므로 그 어마어마한 규모의 수입에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국가 수입에 생긴 거대한 구멍은 일반 납세자들의 차지가 된다. 


미국 얘기인데, 남의 말이 아니다. 우리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어떤 수치가 나오더라도 믿을 수조차 없다. 말해야 입아프다. 투표 잘 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