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by 이밥차 2 - 완벽한 레시피로 다시 만나는 삼시세끼 by 이밥차 2
이밥차 요리연구소.tvN 삼시세끼 제작팀 공동 기획 엮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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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끼니는 닥쳐온 끼니를 해결할 수 없지만, 바로 앞에 지나간 끼니의 메뉴는 닥쳐온 끼니의 메뉴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암묵적 규칙이 있다. 이를 어기게 되면 입맛을 잃어 다이어트 효과가 있게 될 지도 모르겠으나, 식사 담당이 비난을 면치 못한다. 하루 세 번 닥치는 끼니의 종류를 결정하는 일은 평생 경력의 9단 주부의 경험으로도 쉽지 않다. 매일 먹는 점심 흔하고 흔한 길바닥의 음식점을 고르기조차 그렇게 힘든데, 집에서만 구성원 제각각 다 다르고, 유독 집에서만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가족들의 식단을 세 번 결정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삼시세끼를 즐겨본다. 별로 하는 일도 없이 하루 종일 밥 하고 먹고 밥하고 먹고 하는 그 진부해 빠진 흔하디 흔한 일상을 왜 넋놓고 보는 걸까. 출연자들의 입담이 재치있거나 억지 웃음을 강요하는 요란한 리얼 버라이어티 쇼도 아니다.  화려하고 이국적인 요리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호화로운 요리 프로그램도 아니고, 가장 맛있게 만드는 비법을 공개하는 방송도 아닌데, 그저 하루 무사히 세 끼의 끼니를 때우기 위헤 네 식구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그렇게 매번의 식사 때마다 앞마당에 심어 놓은 고추를 따고 상추를 씻고 물고기를 잡아다가 나무에 불을 지펴 음식을 해야 하는 요리 방식이 현실과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같은 건 마음이고 다른 건 방법이다. 삼시세끼가 훈훈한 건 요리를 매개로 가족 단위의 구성체가 하나가 되는 그 모습, 점점 멀어져가는 온가족이 밥상에 모여 세끼를 해결했던 풍경에 대한 향수이기도 하다. 먹는 것을 준비하는 마음, 준비해준 것들을 함께 먹는 것의 따스함을 공유하는 거다. 식재료에 대한 제약 때문에, 카메라 바깥에서라면 간단히 슈퍼 마켓에서 사서 해결했을 모든 것들을 하나씩 다 만들어서 먹는 모습은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공산품에 대한 의심이 점점 커져서 고추장과 김치 뿐만 아니라 마요네즈, 케찹, 튀김가루, 요구르트 같은 부재료들을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하지만 막상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해내는 모습은 하나의 챌린지 프로그램으로서도 기능한다. 


연기가 아닌 요리에서는 평범하기만 한 남자들이(물론 차승원은 예외다) 모여 끼니를 궁리하는 프로그램에서 만든 먹거리가 대단한 것일 리가 없다. 바로 그 점, 누구나 언제나 따라할 수 있는 누구든 먹어본 음식, 누구든 만들줄 아는 음식을 만들기에 그들이 제대로 하는지,  저렇게 해도 맛이 나는지 이런 것들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래도 방송이 많아지니까 메뉴도 다채로와졌고, 제작진과 출판사에서는 소개된 메뉴들에 대한 제대로된 레서피를 개발해서 이번이 벌써 두번째인 책을 내었다. 


TV에서 본 것도 있고 안본것도 있는데, 의외로 빵류를 많이 만들었다는 걸 알았다. 빵을 만들려면 여러가지 도구도 많이 필요하고 정확한 계량과 오븐과 장비도 필요한데, 척박한(?) 환경에서 많이도 만들었다. 어려운 빵 말고, 집에 있는 도구로, 집에 있는 시설로 쉽게 만드는 방법들이 눈길을 끌었다. 아주 간편한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날의 끼니로라도 그것을 만들어낼 생각을 해내지 못한다면 음식은 없다. 오늘 저녁은 뭐 해먹지? 고민고민하다가 또다시 김치 찌개, 또다시 생선구이.. 이렇게 쳇바퀴 돌듯 돌지 않고, 아무데나 펼치면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집에 있는 재료로 뚝딱뚝딱 생각지도 않았지만 누구나 먹어보았던 흔하고 친근한 요리들을 만들 수 있다. 계량된 레서피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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