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 로또부터 진화까지, 우연한 일들의 법칙
데이비드 핸드 지음, 전대호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을 생각해보자. 사지선다형 답안지를 받아들고 답을 몰라 고민할 때 각자 찍는 노하우들이 있다. 모를 때는 무조건 3번이라고 하던 아이가 있었고, 자기는 무조건 2번을 찍어야 정답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이래 저래 귀만 팔랑거리다가 망쳐버린 시험을 만회하고자 중간고사 마지막 날 나름대로 고안해낸 찍는 방법이랍시고 1, 2, 3, 4 를 골고루 돌려서 찍다보면 보상은 딱 멍청한만큼 주어진다. 찍는 일에 이골이 난 학생들은 각 개별 문제들의 답이 독립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답을 모르는 문제가 답을 아는 문제의 답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쓸데 없는 고민보다는 문제 출제자의 정답 배치에 대한 어떤 경향을 발견하는 똑똑한 학생들은 왜 답을 찍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까가 더 의문이지만, 어쨌든 답을 풀어 맞추건 가장 직관적이지 않다는 확률의 문제를 중간고사 시험 답안 찍기의 문제에 최적화시켜 점수를 올리는 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도박꾼의 오류다. 동전던지기에서 처음에 앞면이 더 많이 나오면 그 다음에는 뒷면이 더 많이 나와서 불균형이 해소될이라는 그릇된 믿음을 뜻한다. 아는 답과 모르는 답 사이의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아는 답의 선택번호가 아닌 것을 찍는 것보다는 해당 선생님의 정답 배치 경향에 대한 직관이 알려주는 번호 하나를 우직하게 찍는 게 나은 것이다.

 

동전 던지기를 20번 할 때 확률이 2분의 1이라고 해서 처음 10번 모두 앞면이 나왔다면 다음에 던지는 동전은 모두 뒷면이 나올까? 아니다 처음 10번 던졌을때 모두 앞면이 나왔건 모두 뒷면이 나왔건 혹은 반반 나왔건 상관없이 나중에 열 번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은 여전히 1/2 이고 뒷면이 나올 확률도 여전히 1/2이다. 아기가 영아돌연사증후군으로 사망할 확률은 1/1300이다. 부모가 부유하고 비흡연자이고 젊으면이 확률은 1 / 8543으로 내려간다. 생후 1 1 주된 아기를 영아돌연사증후군으로 일은 셀리는 1년 후 8주 된 아기를 같은 이유로 잃었다. 샐리 라이드 영아살해 혐의로 체포되어 유죄 판결을 받고 종신형에 처해진 이유는 소아과 의사 로이 메도우 경의, '한 가정에서 영아돌연사증후군네 의한 사망이 이런 두번 일어날 확률이 7300 만분의 일'이라는 법정 증언이 한몫 했다.

 

보렐 법칙이 있다. 확률이 아주 낮은 사건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라는 게 이 법칙이다. 아무리 많은 수의 원숭이들이 아무리 오랫동안 타이핑을 아무렇게나 두드려도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우연히 만들어 낼 수는 없다는 게 보렐의 법칙이다.  무시할 수 있을만큼 낮은 확률에 대한 보렐의 척도는 현실적으로 발생 불가능한 사건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우연의 법칙은 보렐의 법칙과 반대다. 보렐이 무시할 수 있다고 판정한, 개연성이 극히 낮은  사건들도 불가능하지 않을 뿐더러 거듭 일어난다. 통계학자도 아닌 의사가 계산한 확률은 틀렸다. 학창시절로 다시 돌아가자. 이번엔 시험시간이 아니라 기초 확률을 공부하는 수학시간이다. 사건들이 서로 독립적이라면 사건 각각이 일어날 확률들을 곱해서 구할 수 있다. 동전을 두 번 던졌을 때 둘 다 앞면이 나올 확률은 1/2 * 1/2이다.   네 개의 윷가락을 동시에 던졌을 때 윷이 나올 확률도 마찬가지다. (1/2*1/2*1/2*1/2 =) 1/16. 16번 중 한번만 윷이 나온다. 이것이 바로 매도우가 영아사망률을 계산한 방법이었다. 독립성이 존재하면 한 가정에서 영화 돌연사 증후군 사례가 2번 발생 할 확률은 1/8543 x 1/8543 으로 대략 7300 만분의 1이 맞다. 이렇게 낮은 확률은 사건은 백년에 한번 일어난다고 의사는 법정에서 진술했다. 한 가정내 영아돌연사증후군 사례들이 상호 독립적이라는 전제는 부당했고,  실제 데이타에 다르면 한 아기가 영아돌연사증후군으로 죽었을 경우 그 동생이 같은 이유로 죽을 확률은 평균보다 약 10배 높다. 이 차이 때문에 영아돌연사 증후군 사례가 두번 발생했을 확률이 더 커진다. 백년에 한번 일어난다는 증언 대신 1년에 약 4~5 번 발생하며 두 번째 영아 살해 사건 보다 더 자주 발생한다는 증언을 했다면 판결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어떤 사건이 다른 사건의 발생과 상관없이 일어날때 이들은 서로 독립적이다. 독립 사건 두 개가 모두 일어날 확률은 간단히 첫째 사건의 확률과 둘째 사건의 확률을 곱하면 된다. 참고로,  두 사건중 촤소한 하나가 일어날 확률은 단단히 각 사건이 확률을 합한 값과 같다. 양쪽 다일 가능성이 없는 경우이다. 두 사건이 모두 일어날 확률은 곱하고 두 사건 중 하나만 일어날 확률은 더한다. 이 간단한 규칙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겠지만  생활의 일부로서 직관적으로 알아채는 것은 의사로서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여기서 논할 만한 일은 아니나 얼마전 5년만에 판결을 의식한 롯데마트 사장이 피해자들 대신 카메라에 대고 사과한 그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영아 및 산모 사망 사건을 돌이켜 본다면, 그 원인이 파악되지 못할 어떤 유해 환경에의 노출이 첫짜 아이 둘째 아이 그리고 연이어 계속되는 영아의 비극적 사망을 불러올 수도 있음을 의심하고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혹은 알려지지 않은 유전자에 의한 돌연사가 계속될 수도 있겠다. 한 때 영국에서 수입산 영아 매트리스가 돌연사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점을 기억하는 나는 영아돌연사가 독립적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뭔가 습관상의 원인이 있을 것이다.

 

확률을 표현하거나 확률과 관련이 있는 단어는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가진 실존에서 우주를 이해하려는 핵심적 의미를 지닌다. 가능성, 운명, 우연, 위험, 무작위성, 카오스, 승산 등 실존의 바탕을 설명하는 많은 단어들이 확률과 관련있는 단어들이다. 확률은 우연을 설명하고, 우연은 필연을 설명하고, 우주 탄생과 생명의 신비를 설명한다. 우연의 법칙은 함께 엮여서 서로를 강화하는 가닥들의 집합이다. 여기에는 필연성의 법칙, 아주 큰 수의 법칙, 선택의 법칙, 확률 지렛대의 법칙, 충분함의 법칙들이 상호 작용하여 겉보기에는 개연성이 지극히 낮은 사건을 설명한다. 금융위기, 예지몽, 로또에 중복 당첨 등이 그것이다. 필연성의 법칙은 무슨 일인가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가능한 결과들 각각이 발생할 확률은 아주 작더라도 그 결과들 중 하나는 확실히 발생한다. 이것은 개인성이 아주 낮은 사건을 확실한 사건으로 만든다.  아주 큰 수의 법칙이 재미있다. 원숭이가 세익스피어를 타이핑한다는 게 바로 이 큰수의 법칙이다. 기회들의 개수가 아주 많으면 아무리 이례적인 일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사위에서 6이 나올 확률은 아주 낮지만 한없이 던지면 그 사건의 발생은 불가피해진다. 아들을 낳기 위해 딸을 12명씩 18명씩 낳던 옛날 어머니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에겐 죽어 제사 지낼 아들이 필요했다. 충분히 많이 낳다보면 언젠가는 아들이 생길 수도 있다는 아주 큰 수의 법칙은 아주 당연하게 알고 있었다. 무수히 많은 티샷을 날리면 언젠가는 홀인원을 할 수도 있는 거고, 연이어 두번씩 하는일도 가능한거다. 선택의 법칙은 연구 발견이나 점쟁이들이 흔히 쓰는 방법이다. 화살을 쏜 다음에 그 위에 표적을 그리면 누구든 맞출 수 있다. 기가막힌 비유다. 확률 지롓대의 법칙은 조건의 미세한 변화가 확률에 거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충분함의 법칙은 충분히 유사한 사건들은 동일하다고 간주해도 된다고 말해준다. 이 때 유사한 두 측정값을 동일하다고 간주하는데, 시간과 공간을 상대로 그 유사한 측정값의 범위는 해석자에 의해 무한히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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