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얼 CEREAL Vol.11 - 영국 감성 매거진 시리얼 CEREAL 11
시리얼 매거진 엮음, 이선혜 옮김, 박찬일 글, 선우형준 사진 / 시공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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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 Vol.7 였던 것 같다. 이 전편의 시리얼을 읽었던 게, 원서는 격월로 나오는 것 같은데, 국내판은 1~2년 늦게 번역되기 시작한 탓인지 그것보다 더 자주나오는 것 같다. Vol.7에는 원서를 번역만 했는데, 언젠가 부터 표지에 한국인 저자가 적혀져 있기에 관심이 생겼었는데, 한국어판에 한국인 저자를 추가해서 별도로 만들어내는 거였다. Vol.9에는 이병률이, Vol 10에는 오기사가 특별기고다. 오기사는 검색하니 너무나도 매혹적인 일러스트 그림들이 잔뜩 뜬다. 건축가이며 여행가이고 그리머라고 한다.Vol.10도 보고싶다. 엄지원 남편이라고.


이번호 특별 기고는 박찬일이다. 시리얼에 특별기고 하는 사람들은 한 가지 일에 전문가가일 뿐만 아니라 다재다능하는 사람인 것 같다. 그는 요리사이지만 그 전에 잡지 기자였다. 기자로 활동하다가 갑자기 요리에 흥미를 느껴 이탈리아에 요리와 와인을 공부하고 돌아와서 요리사가 되었는데, 시리얼에 실린 그 어떤 원문들 박찬일의 글이 좋았다. 글쓰는 요리사가 아니라 요리하는 작가 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문체, 주제, 공백, 사진 모두 좋았다. 박찬일 특집이라고 해도 될만큼 시리얼 기사 전체 중에서도 돋보였다. 


지난번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시리얼은 여행과 디자인 음식 예술과 관련된 기사를 싣는 잡지류다. 광고는 전혀 없고, 종이도 두껍고 고급이고, 사진 반, 글 반이다. 다른 잡지와 매우 차별화된 전략을 쓰는데, 첫번째는 자주 알려지지 않은 아주 작은 장소로 독자를 데려간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정보지라기 보다는 감성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잡지가 독자에게 주는 것은 느낌이지 정보가 주가 아니다. 위치 정보는 위경도 좌표로 주어진다. 


이번호에 여행지로 찾아간 곳은 도쿄와 시애틀, 비엔나 세 도시이고, 예술과 디자인 관련해서는 스프링 스트리트 101번지 저드재단과 덴마크 푸넨 섬에 자리한 헬레루프 매너하우스와 그곳에서 가구 디자인을 하는 쿠누드 에릭 한센, 보석 세공사 아티스트 케리 시턴에 대한 작품들, 그리고 풋웨어에 관련된 글들이 주를 이룬다. 비안나에서는 페이스트리와, 슈메이, 칼 오벅 금속 공예가를 찾았다. <슈메이를 찾아서>라는 기사 제목에서 슈메이가 무슨 먹을 것인가 혹은 디자인 브랜드인가 했는데 페이지를 넘겨보니 그들만의 유머감각이란다. 글을 쓴 릴리 뤼 브륑은 오스트리아 사람에게도 뜻을 물어보고 구글에도 찾아보고 여러 사람에게 묻지만 애매한 답만을 얻었다. 마침내 영문판 비엔나 생활 정보지 편집자인 지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답을 얻었는데, 그것은 권력을 조롱하는 것을 목적으로 생겨난 유머이고 거짓말이기도 하며, 다정한 마음으로 비꼬는 것이기도하다고. 농담을 넘어서 한 사람의 정신상태를 드러내기도 하는데, 삶을 대하는 방식이 자유방임적이고 보수적인 상태라는 말과도 통한다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조카>를 쓴 토마스 베른하르트도 조국 오스트리아 극혐했던 사람인데 그의 말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이 우습게 느껴진다" 라는 말과도 통한다고. 알듯 말듯하다. 일본에서는 무인양품의 히라 겐야와의 대화, 신칸센 해부, 안도 다다오가 나오시아 섬에 지은 베네세 아트 미술관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사진상으로는 제주도에 있는 자이로스 로사이와 비슷하게 보인다.  


박찬일의 글은 재료에 대해 이야기한다. 새벽 경매시작 팔딱이는 생선이 산지를 떠나 요리사의 손에 들어왔을 때의 시간차에 의한 덧없음을 이야기한다. 추억이라는 글에서는 결핍 상태에서 뇌의 회로에 저장된 음식들이라는 주제로 추억의 먹거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군대의 간식인 건빵이 나란히 줄을 서 누워 있는 사진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그에게 춥고 황량한 결핍으로 강렬한 기억의 회로를 생성해낸 음식이 따로 있었다. 바로 이탤리 음식. 그는 따스하고 평화롭고 여유로운 이미지로 떠오르는 토스카나를 해변 아닌 내륙 지방 깊숙히 가혹한 겨울에 들어갔다. 이탈리아 와인을 취재해서 쓴 기사를 국내 잡지에 팔아 근근히 연명하고 있을 때였다. 바람이 불고 눈발이 날리던 그 날, 택시도 버스도 없는 목적지를 향해 방한 장비도 없이 얇은 코트 한 벌에 의지한 채 걸어가다가 막 문을 닫으려는 카페에서 카페라테 한 잔을 얻어먹었고, 그날 밤 낡은 여관에서 뜨거운 고추와 토마토가 들어간 싸구려 냄비요리를 먹었다. 지금 그가 일하는 식당에서 이 요리를 파는 것은 그 시절 그에게 '바치는 작은 인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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