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물고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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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에서 태어난 라일라는 어릴 때 납치되어 모로코 쯤으로 생각되는 도시에서 랄라 아스마라는 노인의 집안일을 해주며 살아간다. 라일라는 랄라 아스마와 꽤나 친분있는 유대관계를 유지하는데, 그것은 의지할 곳도 없는 어린 소녀 라일라에게 랄라 아스마는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제공하며 가족으로서의 친분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어서 그렇다. 그러나 나이 많은 랄라 아스마는 그녀가 성인이 되기 훨씬 전에 죽고, 라일라는 거친 세상에 홀로 맞서게 된다. 


랄라 아스마의 재산과 라일라를 탐하는 그 집 아들 며느리 조라를 피해 도망온 곳은 매춘굴이다. 오래된 옛성의 구석구석에 방을 차리고 매춘굴에 사는 온냐들은 어린 라일라를 예뻐하고, 그 곳 자밀라 아줌마 역시 그녀에게 애정을 쏟고, 그녀 역시 그 '공주'들과 어울려서 도둑질도 배우고 매춘이 어떤 것인지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지만, 조라의 추적으로 발각되어 다시 조라의 집으로 보내지고, 학대받다가 도망친다. 


라일라의 인생은 같은 여정을 계속 반복한다. 인생 곳곳에서 만나는 위기는 새로운 사람의 등장과 도움으로 해결되고, 서로 돕고 어울리는 동안 다시 그들은 인생의 위협으로 등장하고, 라일라는 떠남과 만남을 반복한다. 조라의 집에서 도망친 라일라는 매춘굴에서 알게 되었던 후리아를 찾아 함께 스페인 밀입국을 하고, 거기서 다시 프랑스로 향하는 험난한 여정에 동행한다. 조라에게서 도망 나와 후리아의 집에 얻어 살면서 많은 신세를 졌지만, 밀입국 중에는 임신중인 후리아를 라일라가 많이 보살펴주게 되고, 프랑스에서 자리잡은 후에도, 후리아는 전적으로 라일라에게 의지하고 라일라가 자신을 떠날까봐 전전긍긍한다. 


이후의 인생도 계속 마찬가지다. 떠돌며 만난 사람들은 예외없이 친절을 베풀지만, 라일라는 결정적인 순간에 그들로부터 도망치게 된다. 사람들이 라일라에게서 베푼 친절들은 그녀에게 그대로 짐이 되고, 그녀는 늘 떠난다. 실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게 되고, 남자친구에서부터 동성 친구며, 주위의 많은 사람들과 그저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들로 전체 스토리는 계속된다. 그녀의 여정은 결국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황금물고기로 정리할 수 있는, 그녀가 태어난 고향으로 회귀하는 과정이다. 


그녀는 아프리카의 음악에 반응하는 등 원초적으로 자신이 속했던 곳으로 회귀하려는 강한 본능을 가지고 그 숱한 위기들을 넘기고 끝끝내는 고향으로 되돌아왔다는 것인데.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 문명화된 사회에서 프랑스어와 아랍어등을 배우고 책을 읽은 그녀가 황폐한 그 땅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을 납치해서 팔아먹은 사람들이 있는 땅, 그 그 황폐한 땅으로의 회귀가 라일라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책을 읽고 나서 이렇게까지 할말이 없는 책도 드물다. 문체는 건조하고, 라일라는 무얼 생각하는지 알 수 없이 계속해서 의미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 떠나는 스토리만 이어진다. 작품 속 캐릭터들은 포커 페이스를 한 채 소리나지 않는 영상만을 제공하는 듯한 느낌이어서, 그 많은 인물들 중 누구도 그들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없으며, 친밀감을 느낄 수도 없다. 읽고 나서도 리뷰 쓰려니 한 마디도 쓸 말이 없어, 미루다 말았는데 오래 묵혔는데도 쓸 말이 별로 없기는 마찬가지어서 스토리만 쥐어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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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6-02-15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그래서 전 별 세개 줬어요. 피아노 치는 여자도 읽는 중인데 음...

CREBBP 2016-02-15 17:54   좋아요 0 | URL
그래도 에이바님은 저보다는 뭔가 깊이있게 읽으셨더라는... 저는 정말 피상적으로만 읽게 되고 의미니 뭐니 이런 걸 찾을 생각을 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