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고 싶은 유럽 vs 유럽
최철호.최세찬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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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점에서 책을 직접 보고 고르던 시대가 조용히 저문 후, 거의 대부분은 책 내용을 보지 못하고 주문해야 하고, 설령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왕복 배송비를 물어주느니 그냥 가지는 편이 대부분인 오늘날, 책을 받아들고 우와 횡재했다 라는 생각이 드는 첫번째 이유는 호화로운 사진이다. 정가 16800원 대비 시원시원하고 큼직하게 펼쳐진 전체 컬러 도판의 사진이 넘치도록 많다. 이 책의 큰 특징이고, 좋아하는 이유다. 


여행서를 읽는 목적은 참으로 다양할 것 같다. 일단 어디로 가기로 목적지 나라 혹은 목적지 도시가 정해졌다면, 가장 정확한 정보를 주는 여행 가이드북을 살 것이다. 저스트 고 시리즈 같은 책들 말이다. 대개는 어딘가를 가고 싶은 마음을 일시적으로나마 해소시키고자 이런 저런 여행책들을 읽으며, 언젠가 어디로 가는 걸 꿈꾼다. 그런데 해외 여행의 경우, 패키지 투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가이드북마저 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깃발만 보고 졸졸 따라다니면 편히 다닐 수 있으니까. 이제 국력도 신장되었고, 자주 나갈 기회가 많이 있으니 그러지 말자. 여행의 목적은 누구에게도 같을 수 없다. 취향도, 선호하는 장소도, 보고싶은 곳도, 여행하는 이유도.


도시를 보고 싶은가? 도시 어디? 도시의 뒷골목과 시장통에서 맛있는 길거리 음식들을 먹거나, 오래된 옛 도시의 허물어가는 성벽을 따라 시간의 덧없음을 생각하거나, 역사적인 건축물을 돌아보며 과거의 영광들이 시간을 따라 도시를 순환하는 역사를 되돌아보거나, 혹은 이국적인 집들이 늘어선 주택가를 지나다니며 다른 장소의 일상을 음미하거나, 도시가 제공하는 쉼터인 공원에서 마음을 쉬어가거나.. 이 숱하고 많은 선택지들 중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골라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그것이 조금 더 의미있는 여행이 아닐까.


유럽이 인기있는 이유는 관광자원이 풍부해서이고, 오래된 것들을 존중하고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민족과 종족들과 도시 국가들이 작은 땅떵어리에서 부비작거리면서 섞이고 살아오면서 형성한 역사적으로는 고달펐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채로운 문화로 남아있는 정체성들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볼 것이 많다는 것은 서로 다른 곳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 그래서 만일 유럽의 어디를 가고 싶어 라고 묻는다면, 당장 떠오르는 에펠탑이나, 런던타워나, 로마의 유적지 말고도, 어딘가 멋진 곳이 곳곳에 숨어있을 것이어서 대답하기 어려운 곳이기도 한 여행지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유럽을 국경과 도시의 경계로 나누고 분류하여 장소를 따라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이 아닌, 테마에 따라 가장 볼만한 유럽의 두 곳을 매치하여 경합하듯 보여주는 구성이다. 맨 앞장에는 떼어낼 수 있는 큼직한 유럽지도가 나와있고, 책에 소개된 장소들이 표시되어 있다.  프랑스 남부 언덕마을로 에즈 VS 고르드,  화려한 꽃밭으로 프로방스의 라벤더 VS 아를의 해바라기, 예술가들이 사랑한 도시 라벨로 VS 에트르타,  동화 속 성 노이슈반슈타인 성 VS  세고비아 알콰사르, 휴양지로는  두브로브니크 VS 블레드, 신이내린 자연 카파도키아 VS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중세도시 로텐부르크 VS 톨레도, 이색마을 치비타 디 바노레조 VS 마테라, 절벽위의 수도원 메테오라 VS 몬세라트, 신비한 동굴 포스토이아, 카프리섬 푸른동굴, 철도여행 빙하특급 vs 베르니나 특급, 와인산지 부르고뉴 vs 토스카나,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이 아름다운 동심으로 가득한 마을 체스키 크룸로프 vs 알베로벨로, 고대 문명의 중심지 에페소스 vs 파에스톰, 오래된 다리 리얄토 다리VS 카펠교,  등등 


이렇게 테마별로 유럽에서 가장 최고로 꼽을만한 두 곳을 선정하여, 우선 큼직큼직하게 전체를 아우르는 비교 사진을 실었고 이어 두 곳을 차례로 역사적 의의라든가 장소의 소개 같이 가이드가 될만한 텍스트들을 또다른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사진들과 함께 싣고 있다. 소개되는 장소의 위치는 각 테마별 타이틀에 간단하게 나라이름과 함께 나타나고, 맨 앞의 지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어느 나라에 소속되어 있는지는 그닥 중요한 게 아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찾아가는 방법이 별도의 코너로 모든 소개지마다 제공되고, 여행포인트로 홈페이지와 여행적기, 추천 코스와 볼만한 곳, 그리고 현지 팁 같은 것들이 간단하게 본문 텍스트와 별도로 제시된다. 


이색 마을로 소개된 이태리의 치비타 디 바뇨레조와 마테나. 세월의 풍파를 겪어내고 깎아지른 언덕 위에 서 있는 마을의 모습은 사진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게 아름답다. 개구쟁이 스머프들의 버섯마을의 영감이 되었다는 이색적 돌무더기 지붕의  알베로벨로, 언제 가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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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5-11-25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글자가 많은 책보다 사진이나 그림이 많은 책이 좋아져요 ^^;

CREBBP 2015-11-25 20:15   좋아요 0 | URL
특히 여행책은 사진이 중요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