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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관 1~3 세트 - 전3권 - 2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평점 :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시대는 막이 내리고 있었다. 로마의 일인자에서, 카이사르의 장녀 율리아와 가이우스 마리우스와의 정략 결혼은, 몰락해가는 카이사르 가문에게는 두 명의 아들과 사위를 권력의 사다리로 진입시키는데 크게 일조했다. 파트리키 가문과의 동맹으로 그동안 이탈리안 촌놈이라는 치명적인 출생의 약점을 가볍게 털어낸 가이우스 마리우스는 유래없이 여러 차례 집정관을 지내게 하는 윈윈 전략의 쾌거가 된다. 풀잎관이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위대한 일인자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파워가 식은 시점이다.
로마가 인도처럼 강력한 신분제 사회는 아니었으나, 가문은 강한 개인의 정체성의 일부다. 일단 이름에 가문의 꼬리표가 평생 쫓아다녔고, 이름에 나타나는 출생상의 신분은 그 사람을 평가하는 큰 기준이 된다. 심지어 바람을 펴도 출신이 누구인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사실이 웃긴다. 이것은 로마 시민권자와 비시민권자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제도적 차별에서도 여실이 드러난다. 당시 이탈리아의 여러 부족들을 다스린 로마는, 그들이 사는 도시에 로마 시민들을 거주시키고 그들만의 정착지를 만들고 로마 법정의 보호 아래 마음대로 로마를 상대로 상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준 반면, 그 곳의 원주민들은 로마를 위해 군대를 제공하여 충직하게 싸우면서도 로마 시민의 시민권이 주어지지 않은 채, 채찍질과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이러한 부당한 대우로 인해 이탈리아의 여러 부족들은 동맹을 통해 조직적으로 허위 로마 시민으로 대거 등록하는데, 모든 허위 로마 시민권자들을 가려내기 위한 대처 방안으로, 색출을 위한 보상금과 무거운 태형, 그리고 더 무거운 벌금으로 무장한 리키니우스.무키우스 법이 상정된다. 여기에서 마리우스와 그의 평생의 동료 푸틸리우스 루틸리우스 루키스, 그리고 이 풀잎관 시리즈의 첫번째 책인 1부에서 거의 주인공에 가까운 역을 맡은 마르쿠스 리비우스 드루수스가 가여운 이탈리아 부족들의 편에 활약하나, 원로원의 대다수는 그 법안을 통과시킨다. 이탈리아 전역에서는 로마애서 파견된 관리들애 의해 가짜 로마인을 색출하기 위한 이 리키니우스.무키우스 법안의 실행이 강행되고 이 과정에서 로마는 또다시 많은 문제에 봉착한다.
한편 마리우스는 아내 율리아와 아들과 함께 동방 여행길에 오르고 한동안 로마가 서방을 정복하느라 손을 놓고 있던 동방의 여러 왕국에서 폰투스의 왕 미트리다테스 6세가 탐욕스럽게 여러 왕국을 정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저지한다. 로마로서는 미개인의 족속들에 불과한 그들 왕국 중 하나가 도를 넘어 세력을 넓히고 로마의 속주들을 위협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이들 왕국 역시 혈육간의 혈투와 동맹을 통한 피비린내 진한 왕위 쟁탄전의 각축장이었는데. 미트리마테스 6세가 왕이 되기까지의 암투는 그 잔인함과 복잡함이 가히 머리속으로는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끝판을 보여준다.
우선 전편에서 아퀼리우스는 프리기아를 미트리다테스 5세에게 넘기고 엄청난 뇌물을 손에 넣었는데 이를 알게 된 로마의 반대파들은 폰토스와 반목하게 된다. 그런데 권력에 굶주린 미트리다테스 5세의 누이이자 카파토키아의 왕비인 라오디케는 남편이자 남매인 왕을 죽이고 아들 크레스토스를 왕 위에 앉히고 섭정을 한다. 그의 동생 미트리타테스 아우파토르는 어머니가 자신을 죽일 거라는 직감을 느끼고 도망갔다가 자신의 숙부 그러니까 죽은 왕의 형제와 함깨 모반을 일으켜 성공을 하고 권좌를 차지한다. 이 사람이 미트리다테스로 매우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폰투스의 왕이다. 주변의 왕국을 흡수하여 영토를 넓혔으나 이 책에서는 매우 비열하고 야비하게만 그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은 뛰어난 군사적 전략을 갖지 못하고 군대를 지휘할 능력도 없으면서 자기 대신 다른 나라를 침공해 큰 공을 세우고 돌아온 장군은 그자리에서 목을 치거나, 연회를 열어 부족장들을 불러 모아 술을 먹이고 처치해 그 부족장들이 다스리던 땅들을 한꺼번에 차지하거나, 왕을 죽이고 자신의 사람을 앉히는 등이 그렇다.
미트리타테스는 매우 많은 왕비들응 두었는데 정실왕후는 그의 누이 라오디케였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왕비는 카파토키아의 왕자라고 하는데 실제로 왕자인지아닌즈 알 수 없는 고르디오스의 딸 니케다. 니케의 아버지 고르디오스는 왕의 오른편에 앉아 왕의 야망을 실현시키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데 그 이유는 카파도니아를 갖기 위해서다. 카파도키아 역시 폰투스 못디 않게 비극적인 역사로 피범벅 왕위 쟁탈전을 겪고 있다. 카파도키아의 왕 아리아테스 6세는 미트리다테스의 또다른 누이인 라오디케의 남편인데 고르디오스는 왕후와 짜고 왕을 죽이고 어린 아리아라테스를 왕위에 올리고 권력은 엄마의 섭정 아래 두었다. 고르디오스가 카파도키아의 왕자라고 하였으니 새엄마와 공모해서 친부를 죽인 게 되는건가. 권력이 뭔지 참으로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들 아리아라태스 7세가 겨우 열세살이 되었을 때 섭정에서 벗어나고자 외숙인 미트리다테스의 도움으로 엄마를 가두어 굶게 해 죽이고 권좌를 되찾지만 자신의 친부를 죽인 고르디오스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죽쒀서 개 준 고르디오스는 훗날 왕의 누이이자 정실왕후인 라오디케의 불륜을 고해 바치고 자신의 딸 니케를 왕후로 앉히고 권력의 핵심 자리를 약속받는다.
마리우스가 여행중 카파도키아를 찾아갔을 때는 이미 섭정을 하던 어미를 죽인 어린 왕은 또다시 죽고 미트리다테스와 니케 사이의 아들 즉 고르디오스의 손자가 왕이 되어 고르디오스가 섭정을 했는데 그나마도 나중에 술라가 왔을때는 딸의 호의로 자신이 직접 왕이 되어 통치하고 있었다. 술라가 카파도니아 인이 추대한 아리오바르자네스를 복권시키고 나서야 고르디오스는 평생 공생 관계를 맺어온 미트리다테스에게 죽는다. 이렇게 가이우스와 술라의 두 차례 원정 끝에 널름거리며 잡아먹고 있던 폰토스에게서 벗어나 아마도 카파도니아는 로마의 속주로 넘어가게 되는데 그 동안 로마에서는 로맨스가 벌어진다.
로맨스의 주인공은 앞서 등장했던 드루수스의 누이 리비아다. 서로 오누이끼리 결혼해 더블 사돈이 된 카이피오의 아내 리비아와 그녀의 가족들은 시아버지의 뇌물수수로 집까지 잃고 드루수스의 집애서 더부살이를 하는데 남편 카이피오의 인간 됨됨이에 환멸을 느끼다가 그가 멀리 발령을 받은 틈을 타서 시골의 별장으로 이사를 가는데 거기서 그동안 자신의 로마 집 발코니에서 훔쳐보고 짝사랑하던 동네 오빠 카토를 극적으로 만나 격정의 사랑에 빠지고 임신까지 해서 남자 아이를 낳는다. 돌아온 카이피오는 냉담한 아내에 화가 나서 폭력적인 잠자리를 갖는데 설상가상으로 그들의 딸 셀레니우스에게서 엄마의 불륜 사실을 전해 듣게 되자 리비아를 거의 죽일만큼 만성적 폭력을 휘두르게 되고 이 일은 늦게나마 드루수스에게 알려져 이혼으로 마무리되고 아내의 지참금으로 살던 카토 역시 무일푼으로 쫒겨나자 리비아와 재혼하여 전처 소생의 아이들을 주렁주렁 달고 드루수수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된다 .
가이우스 마리우수와 정치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술라는 자신의 처세를 위해 그를 조금씩 멀리하고 마리우스와 폰토스는 역시 리키니우스 무키우스 법안의 상정 반대를 위해 드루수스와 함깨 뭉치지만 별 호응을 얻지 못한다. 너무 잘생기고 매력적인 덕분에 로마 최고 권력자 스카우루스의 어린 아내의 유혹에 걸려든 술라는 죄도 없이 스카우루스에게 밉보여 법무관 선거에 실패하고 빌빌거리다가 로마를 떠나 해외 원정을 다니면서 차근 차근 경력을 쌓는다.
마라우스의 시대가 가고 술라의 시대를 예감하는 1편에는 폰투스 왕과 그 주변국과의 국제 정세 그리고 로마와 이탈리아 사이의 신분제애 따른 갈등이 큰 비중으로 다루어지고 곁들여서 달콤한 로맨스들도 곁들여져 있는데 물론 이것들은 당시 사회 제도들과 여성의 위치를 재현하기 위해 넣은 씬이었지만 카이사르 가문의 아우렐리아와 술라 사이의 팽챙한 우정과 사랑 사이의 관계는 아슬아슬 숨통을 조이고 광대한 지역의 피비릿내나는 왕위 쟁탈전은 충분히 흥미있는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단지 현대와 같은 전기, 전화, 전차와 스마트폰이 없어서 그렇지 콜린 맥컬로가 재현한 로마는 사회 조직 및 기술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너무나 완벽하다. 심지어는 은행의 송금제도까지도 현대를 사는 우리가 고대를 바라보는 시선을 변화시킨다. 그러나 오래도록 공화정 체제를 유지해온 로마는 그렇게 찬란한 문화를 뒷받침하는 많은 속국과 동맹의 끈 아래 이탈리아 족들의 큰 고통 위에서 굴러가고 있었으니,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가 결국 강력한 대응을 위해 리키니우스 미키우스 법을 탄생시킨 허위 로마 시민권 신고라는 조직적 형태의 반발이었다. 이를 색출하고 벌주기 위한 그 법의 실행은 그동안 충직한 군사력과 세금을 제공하던 그 넓은 이탈리아 전지역 모든 사람들을 로마인의 적으로 만들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