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의 작가수업 시리즈의 두번째 책인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를 읽다가 본문에 언급되는 책들을 찾아보았다.
《김진경의 신화로 읽는 세상》에서 《김소월의 시를 다시 읽는다》 편을 한페이지 분량 인용하는데, 유목민의 신화외 김소월의 관계를 설명한 관계로 짧은 인용만으로도 책이 덥석 뽐뿌가 온다. 가끔은 좋은 책을 만나기 위해 책을 얻기도 한다. 표지를 보니 얼마 전에 뒤적거리다가 카트에 담아놓은 책이었다. 자음과 모음 출판. 작가수업2의 저자 김형수는 특히 이 책에 게재된 [바람의 미학1-김소월 읽기]과 [바람의 미학2-백석읽기]는 모국어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넷째는 《독립신문》에서 시작된 순 한글체에요. 이넌 영어번역투의 문체로 출발했다가 이광수의 무정에서 완성된 꼴을 갖추게 됩니다. ... 갑자기 무정의 세련된 문체가 나타난 이유는 번역 투의 문체라는 데 있습니다. 이게 이후 한국 소설의 문제로 자리잡았습니다.// 김진경은 서울 토박이 말투를 도입한 염상섭 소설의 문체는 한문 투가 남아 있는 충청도 토박이 말투를 끌어들인 이문구 소설의 문체도 영어 번역 투 순 한글체에 대해 방언적 지위를 갖는다고 말합니다. (186쪽)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의 방법>에서 인용된 내용은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은 기억에 남지 않기에 그것은 무로 사라지는 시간이라는 내용이었는데, 문학에 있어서 낯설게 하기는 지각의 자동화 작용으로부터 물체를 해방하는 마술행위이며 오에 겐자부로는 이 낯설게하기의 방법을 단어 수준에서 문학 장르의 수준까지 또 그것을 초월해서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김형수는 문학은 늘상 보고 느끼는 것들을 마치 처음 본 것같은 서정적 환기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오에겐자부로의 이 책은 2003년에 출간되었는데, 절판되었는지 확인해야 할 듯하다.
언급된 책중 당장이라도 쟁겨두고 싶은 것은 님 웨일즈의 소설 《아리랑》이다. 영국 여성작가가 중국의 혁명가 중 소수민족인 김산이라는 한국인을 기록에서 발견하고 그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라는데 1980년대에 널리 읽혔다고 한다. 영국인이 아리랑이라는 제목을 쓴 것 자체가 주목할 만한 사건인데, 그 내용은 '봄볕이 쌓일 때 그 적막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고요해서 햇살이 쌓여서 겹치는 것이 귀에 감지될 정도'인데 이런 적요를 조선의 어느 풍경 속에 정갈한 한 여인이 시리도록 흰 옷을 입고 흰 빨래를 가득 담은 소쿠리를 담고 빨래하러 가는 풍경을 도입부에 담아내었다는 거다. 이 책 역시 2005년 동녂 출판사로 찾아지는데, 절판 상태가 아닌지 확인해봐야겠다.
민용태 시인의 《로르까에서 네루다까지》는 운율의 특징에 대한 책인 듯한데, '산문시의 모든 구문, 구두점, 짧고 긴 문장이 이루어가는 호흡은 시 내용과 필연적인 관계 속에 있어야 한다. 산문도 구문이나 의미론 상의 리듬이 있다. 어떤 구문이나 의미소가 반복되어도 우리는 리듬을 느낀다...(155쪽).' 라는 인용구가 인상깊다. 손철주의 마법같은 언어 예술은 이미 반한 적이 있어서 몇 권 책을 가지고 있지만, 김형수가 짭게 언급하는 내용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많다는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다.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2012년 출간된 책이다.
개괄과 집중이라는 걸 설명하면서, 그 개괄과 집중이 가장 잘 된소설로 꼽는다는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는 유일하게 이북으로 나도 소장하고 있는 책이다. 문동을 비롯해 다른 많은 출판사의 버전도 좋지만, 러시아 문인들의 책은 열린책들이 갑일듯.



작가는 또한 위기철의 《아홉살 인생》을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보다도 더 좋은 책으로 꼽았지만 한 가지 결여된 것, 정서적 등가물,의 예로 들고 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70년대 인격과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그러나 생산의 주체가 되었던 노동자들의 노고를 사회적 인식의 지평위에 드러냈는데 이 때 난쟁이는 정서적 등가물이 되었다는 것.

흔적도 찾을 수 없는 절판본들 지못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