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물정의 물리학 - 복잡한 세상을 꿰뚫어 보는 통계물리학의 아름다움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통계물리학은 통계학의 방법을 이용하여 물리학의 문제를 푸는 물리학의 기초 이론 중 하나다. 가장 널리쓰이는 통계물리학은 통계역학이다.(위키백과 2015-09-24 : 통계물리학) 통계역학은 입자가 무척 많거나, 대상의 운동이 무척 복잡하여 확률적 해석이 중요해지는 현상을 주로 다루며, 핵반응 현상이나 생물학, 화학 등 여러 분야에 적용된다. 통계역학은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에서 다루는 물리계를 확률적, 통계적으로 해석한다. 다루는 대상에 따라서 고전 통계역학 또는 양자 통계역학으로 구분한다.(위키백과 2015-09-24 : 통계역학)

 

 

통계물리학이라는 주제를 위키에서 검색한 이유는 이 책의 제목에 물리학이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학'에 관한 내용이 주된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리학 하면 공식이 떠오르고, 대중을 위한 물리학 책이라면 그 공식 대신 공식을 인간의 언어로 쉽게 풀이해 쓴 책들이 대부분이다. 세상물정의 물리학이라고 하면 그 이해 가능한 물리 법칙을 일상 속에서 찾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거의 인문사회 계통의 책이라고 하는 편이 더 맞는게 아닐까 의아했다.

 

저자는 분명 물리학을 전공했고, 현재 통계물리학 분야의,  이름도 물리학다운 상전이, 임계현상, 비선형동역학, 때맞음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하고 있다. 하지만 겁먹지 마시라. 실제 이 책의 내용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을 빅데이터에 넣고 '처리'해서 그 현상의 본질을 그림이나 차트 등으로 표시해서 살펴보는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어 흥미롭다. 물리학이라는 키워드 보다는 통계 혹은 빅데이터라는 말에 집중하여 사회 현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내용을 다룬다고 할 수는 없고, 대개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거나는 다른 분야에서 다룬 현상들을 '통계물리학적' 방법으로 새롭게 통찰하는 부분이 많다. 

 

책은 약 4~5장 가량 단위로 이루어진 작은 주제들로 분류되어 있고, 이들이 다루는 주제는 메르스 감염의 전파, 지역감정을 그래프로 통찰, 자녀 교육비 그래프로 살펴본 승자독식 사회의 결말, 집단지성, 리트윗의 진원지와 SNS의 영향력에 있어서 연결중심성 개념, 공공성과 경제 효율의 딜레마 등과 같은 사회 물리학의 세계가 1부이고, 프로야구팀의 이동거리 차이를 최소화하는 몬테카를로 방법, 교통정체의 비밀, 한국인의 성씨 분포 80:8의 법칙, 확률로 본 윷놀이 필승 전략, 점과 선으로 그린 나와 세상의 관계, 네트워크로 본 이름의 유행 변천사, 혈액형과 성격와 상관관계, 프랙탈 모형으로 본 펀드매니저의 승부전략, 물리학자가 추천하는 주식투자인 장기보유전략 등 복잡한 세상을 꿰뚫어보는 통계물리학이 2부, 그리고 껴울림과 때맞음의 법칙, 관계맺음, 사랑과 미움의 비대칭성, 파충류에서 진화한 인간 뇌, 술자리의 술먹기 게임인 영일만 게임, 체질량 지수 등 물리학자의 관계맺음에 대한 통찰을 다룬 3부로 구성된다.

 

한때 우측 통행을 권장하다가, 그게 오히려 교통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연구를 진행한 분이 다름아닌 이 책의 저자 김범준 박사였다. 연구에 사용한 것은 실제 사람들을 동원한 것은 아니고 바둑판 위의 바둑알 같이 보행자를 단순화시켜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인데, 사람처럼 사고하지는 못하고 단순한 알고리즘으로 앞칸에 이미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 있으면 진행 방향의 우측을 선호하도록 해서 오른쪽 옆으로 이동, 그곳에 다른 보행자가 있으면 왼쪽 옆으로 이동 그곳에도 누군가가 있으면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있는 방법으로 짜여졌는데, 모형의 보행자(바둑알)가 많으면 이들이 꼼짝없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렇게 우측 보행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길은 자동적으로 생긴다. 또한 우측 규칙을 따르지 않는 무법보행자들을 추가해서 각 p값에 따른 보행흐름을 에측한 결과 약 60%의 사람들만이라도 우측 보행 규칙을 따른다면 길이 거의 안막힌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나 p가 60% 이상이 되면 오히려 길이 막힌다는 결론이 난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간에 그 현상은 바둑알에서 나온 결론이며, 또한 40%의 무법보행자가 길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준다는 결론이다.

 

차가 많은 날 비슷한 속도로 움직이던 교통 흐름이 갑자기 느려지는 이유가 무얼까. 한 가지 이유는 운전자의 반응시간이 1초정도 되는데, 차가 많을 때에는 그 1초들이 모여서 긴 정체시간을 만들어낸다. 특히 고속도로를 운전하다보면 문제 없이 잘 달리던 차들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갑자기 교통 정체를 겪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만일 차들이 정확히 같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같은 속도로 달리면 막힐 이유가 없지만 도로 위에 차가 많아지고 차간 간격도 줄어들기 때문에 차 1대가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조금만 줄여도 그 뒤를 바짝 뒤쫓아오던 뒤차는 깜짝 놀라 속도를 감속하고 그 뒤차는 더욱 감속하고 그러다가 완전 정체 상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얼마전 롯데월드 신축 건물에서 일어난 건물의 이상진동 현상을 설명하는 껴울림과 때맞음 법칙이 가장 흥미로웠다. 건물은 특정한 고유 진동수를 갖고 미세한 정도로 움직이는데 그러다가 사람들의 집단 운동 때문에 만들어진 외부 진동수가 건물 고유 진동수와 같아지면 껴울림 현상으로 인해 건물 진폭이 커진다는 것이다. 껴울림 현상이란우리가 물리 시간에 공명이라고 배운 현상인데, 이걸 또 물리학계에서는 우리말 순화운동 같은 게 있는 모양이고, 그것은 외부 진동수가 고유 진동수와 같게 되면 진폭이 상당히 커지는 현상이다. 영화 양철북에서 목소리만으로 유리창을 꺠는 현상도 창문이 갖는 고유 진동수가 목소리와 같아져서 생기는 것이고 라디오에서 듣고자 하는 방송 전파에 주파수를 맞추는 것도 라디오 전자회로의 고유 진동수를 방송 전파의 외부 진동수에 맞추면 회로에 큰 전류가 흐르는 껴울림 현상으로 설명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