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출간되지 않은 책을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10월 예정이라고 되어 있는데, 상품이 등록되지 않아서 가볍게 포스트로 책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려 합니다. 작가가 팀 보울러에요. 청소년용 소설을 쓰는 작가에요. 인터넷 서점의 작가 소개 페이지에는 '해리포터'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카네기 메달을 수상하면서 일약 세계적인 작가 주목받은 청소년소설가라고 되어 있어요. 1953년 태생인데 청소년 소설가는 아니죠. 청소년 문학을 쓰는 작가로 알고 있습니다. 카네기 메달이라는 상의 수상 도서는 리버보이였고, 저는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소년은 눈물 위를 달린다>를 읽어보았습니다.그래서 제가 비교가능한 책이 <소년은 눈물 위를 달린다> 밖에 없는데, 청소년 문학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그 책과는 성격이 많이 달랐어요.
<소년이 눈물위를 달린다>가 실직과 빈곤으로 해체 위기에 있는 런던의 도시 내 깨어진 가정의 틈바구니를 타고 한 소년이 밤마다 거리를 달려야 하는 미스터리를 그린 데 비해, 이 책은 엄마 아빠라는 가족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한 소녀를 그렸습니다. 대신 할머니가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지요.그런데 배경이 좀 특이해요. 시대적 배경도 그렇고 공간적 배경도 그렇고, 어느 곳 어느 시대인지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본토에서 아주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섬에 거의 고립된 채로 인근 섬과의 무역(?)으로 필요한 물자들만을 공급받고 수출하고, 대부분은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합니다. 섬 사람들은 서로 모르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이, 작은 마을의 공동체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데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면, 많은 가구에서 가족의 일부를 바다에 잃었다는 거에요. 파도와 폭풍이 몰아치는 날, 다른 사람을 구조하러 나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케이스가 다반사였습니다.
헤티의 부모도 마찬가지였대요. 어릴 때 바다에서 잃은 부모를 헤티는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바다는 늘 변덕을 부리며 모습을 바꾸지요. 작은 섬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이 잔잔한 무인도 같은 바닷가의 평온한 분위기만가 아닌 것입니다. 사람들은 서로 너무 잘 알고, 거친 자연에 의해 너무 많이 상처받았지요. 그러던 어느날 폭풍이 몰아치고, 섬을 다른 섬과 연결시켜주는 유일한 배가 부서지고 맙니다. 배를 구하려던 사람들은 그 폭풍을 뚫고 떠밀려온 작은 배와 그 배에 타고 있던 한 노파를 발견합니다. 마을의 가장 나이많은 어른이 그 노파를 향해 악이 몰려온다고 저주를 퍼붓고, 해티와 주변 사람들만 노파를 구해 정성껏 간호를 합니다. 그러나 섬에서는 계속해서 나쁜 일들이 일어나고,그것이 외지에서 온 노파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나쁜 일들이 일어나면 속죄양이 필요하듯, 그들은 마녀사냥을 하죠. 해티가 보호하는 노파 때문이니 그 노파를 더는 간호하지 말아야 한다고 여론이 들끓고 전에 없이 섬 사람들은 두 패로 나뉘어집니다. 노파를 보호하고 간호하던 해티는 이제 어떤 선택을 합니다.
지난 번에 읽은 책에 비해 바다유리라는 사물과 그속에서 일어나는 다소 환상적인 현상들을 가미해서, 다채로운 색깔로 시시각각 바뀌는 섬의 모습을 생동감있게 묘사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마지막까지 읽기 전에는 다소 사람들의 행동과 말들이 비현실적이게 느껴지고, 어수선하기만 할 뿐 어떠한 주제의식도 내보여주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서 읽기에는 조금 답답한 감이 있었습니다. 정식 출간본이 아니어서 다듬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 문장들도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반 이상이 지나도록 마을 사람들과 소녀의 행동이 이 저는 잘 이해되지 않았어요. 바다유리의 정체와 속삭임과 형체의 의미도 잘 모르겠고. 아마도 제가 청소년이 아니어서 감동의 차원이 서로 잘 안맞은 듯 싶었습니다. 끝까지 읽으니 주제를 대략 알겠더라구요. 바다가 속삭였고, 그래서 그 속삭임에 귀기울였다. 정도.. 그러나 여러가지로 정교하지 못한 묘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번역의 문제는 아니고, 예를 들어 아이(해티)가 소녀인데, 할머니를 업고 벼랑위를 뛰어다니는데, 아 그래서 한 열일곱 열여덟살 정도에 섬에서 억세게 컸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동네 아저씨와 상봉을 하게 되었을 때, 그 아저씨가 해티를 번쩍 안아서 계단으로 옮겨놔요. 그런 식의 자잘한 묘사가 사실성이 좀 부족하다고 생각되었어요. 하루 이틀 안에 돌아가실만큼 위중한 노파가 벼랑을 거센 폭풍 속에서 벼랑을 기어 올라가고 내려가고, 또 그러다가 정신을 잃기도 하는 것 같은 것도 그렇고요. 아이들의 소설에선 그런 디테일들이 과장되기도 하지만, 엄연히 동화책도 아니고 두께도 상당한 소설이거든요. 바다치는 섬 마을 풍경은 아름다왔습니다. 어렵거나 지나친 표현이 없이 쉽고 심플한 문장으로도 자연을 참 잘 표현한다라고 느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