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재 오기가 꺼려진다. 나 같은 사람들이 더 있을 거 같다.


어제 일도 깜빡 깜빡 잘 잊어버리는 내가, 어릴 때 읽은 어린왕자의 한 대목을 떠올리는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  당시엔 그 말의 뜻을 헤아릴 수 없었다. 다만 멋있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그 문장을 기억하는 이유는 어쩌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중요한데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무얼까? 사랑일까?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만일 그렇게 따진다면 사랑도 미움도 슬픔도 괴로움도 기쁨도 아픔도, 그 모든 감정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데, '중요한 건' 이라는 조건을 붙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얼마 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앤서니 도어의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을 읽었다. 책을 읽은 이유는 아마도 어린 왕자에게 품었던 물음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을 지도 모르겠다. 표지의 아이가 촛점 없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포악한전쟁의 포화를 뚫고 전달되는 길고 험난한 서사가 더없이 아름다웠다. 볼 수 없는 소녀는 소리로 감각한다. 빛과 소리는 다르다. 그 둘은 파동을 갖는다. 소년과 소녀를 매개하는 빛은 전자기파의 가장 긴 파장에 속하는 라디오 전파다. 소녀의 목소리는 소년을 어떤 자각의 세계로 이끈다. 어린 시절의 꿈, 소년 시절의 사랑, 달빛을 흐르는 월광 소나타. 소년은 폭발음 때문에 한쪽 귀는 먹고 남은 한쪽 귀로 공기중을 퍼지는 라디오 전파를 타고 마음을 움직이는 그 소리들을 듣는다.그가 듣는 것은 소년이 볼 수 없는 빛(전자기파)이고, 파동이다. 앞을 볼 수 없는 소녀는 눈 이외의 모든 기관으로 세상을 본다(감각한다). 손으로 동네의 모형의 만져서 지형을 알아내고, 귀로 감지한 미세한 소리들로 거리와 간격을 본다. 발걸음을 세서 위치를 감각하고 냄새로 상황을 파악한다. 












사실상 우리 인체는 전자기파  중 아주 일부분의 영역만을 감지할 수 있다. 


x-선의 파장은 약 1나노미터 nm인 반면 FM 라디오 전파의 파장은 약 10미터로 x-선에 비해 100억 배나 더 길다. 따라서 전자기 스펙트럼의 범위는 대단히 넓다.  이 스펙트럼 중 아주 작은 단편을 우리 눈에 보이는 빛이라는 뜻으로 '가시'광선이라 부른다. 41


인간이 그 넓은 범위의 태양광 스펙트럼 중 아주 지극히 일부인 가시광선만 볼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은 인간의 시각이 진화했을 당시의 해양생물인 상태에서 설명된다. 태양광선 중 적외선과 자외선은 물에 흡수되어 열로 전환되지만 가시광선은 자유롭게 물을 통과한다. 따라서 이미 물에 흡수되어 사라진 적외선과 자외선이 아닌 주위에 있는 가시광선을 이용해 먹잇감을 찾고 포식자를 피해다니며 적응했을 것이다. 즉, 물속에 가시광선만 있었기 때문에 가시광선만 볼 수 있도록 진화했던 것이다. 


전자기 스펙트럼에서 진동수가 가장 낮은 전형적인 FM 라디오파부터 진동수가 가장 높은 전형적인 x-선까지는 약 37옥타브가 된다. 그 중에서 인간의 눈이 볼 수 잇는 것은 전형적인 x-선에서 약 10옥타브 아래에 위치한 겨우 1옥타브 범위의 좁은 영역이다. 퍼코위츠는 인간의 청각이 10옥타브가 아니라 1옥타브 범위에 불과하다면 그 효용성에 심각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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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1 12: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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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1 13: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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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1 19: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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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1 20: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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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1 20: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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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1 2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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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1 2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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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08-21 20:17   좋아요 0 | URL
아 하니 사이트를 알고 계시군요. 넘 반가와요. 저 그 때 영국 있었는데 거기서 만난 분들이랑 만나기도 하고 그랬어요. 저도 신간평가단이랑 거의 매달 주는 이달의 당선작 2만원이 쏠쏠해서요. 후훗 그리고 북플이 편하기도 하구요. 바로바로 댓글 확인되니 대화가 이렇게 가능하니까요. 만병통치약님도 이해못한다구 하는데 동감하는게 뭐냐면 사실 이게 개인 블로그의 형태로 운영되자나요. 자기 집에 자기 원하는 내용 쓰고 맘에 들고 좋아하면 이웃하고 말섞으면 되고 아니면 맣면 되는건데 세개이상 좋아요 생기면 핫에 뜨는 바람에 알고 싶지 않은 게시물들이 자꾸 노출되는 거잖아요. 개인적으로 할 얘기들을 소리소리 지르며 거리로 나가 모두에게 들리라고 확성기를 대고 떠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핫에 저렇게 개인적인 얘기들 블럭되게 막는 기눙이 있으면 좋겠어요.

2015-08-21 20: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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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1 20: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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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1 20: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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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1 2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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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1 2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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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1 22: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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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1 22: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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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1 22: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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