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수다 1 : 뇌 과학에서 암흑 에너지까지 - 누구나 듣고 싶고 말하고 싶은 8가지 첨단 과학 이야기 과학 수다 1
이명현.김상욱.강양구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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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는 즐겁다. 수다는 정의상 말이 많아지는 상태다. 말이 많아지는 건, 말이 통하는 사람과 어떤 주제에 대해 만났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생각의 교환이 더욱 생각을 확장시켜주고 지평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음악 애호가들이 만나면 음악 얘기가 즐겁고,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나면 요리 이야기가 즐겁고, 캠핑매니아들이 만나면 캠핑 얘기가 즐겁다. 과학자들끼리 만나서 나누는 과학 이야기도 즐거워보였다. 과학자들이 하는 이야기의 즐거움은 21세기에서 가장 뜨거운 과학적 이슈들을 나눌 수 있는 기반 지식이 확보된 과학자들끼리의 수다라는 자리가 그리 흔치 않은 풍경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종종 새벽까지 이어지는 유쾌한 과학자들의 수다를 책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는 <프레시안>에 이들의 수다를 기획 연재되고 사이언스북스에서 출판함으로써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아직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때로 아직 발견 단계에 있고 때로 그 정체를 확실히 증명할 수도 없는 최첨단 이슈들은 우리가 오래전에 학교에서 접하지 않은 내용들이 많다. 또한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광풍같은 사건을 몰고 왔던 것들도 있다. 1부와 2부 두 권으로 구성된 이 책의 1부 주제는 암흑에너지, 근지구 천체, 뇌과학, 양자역학, 줄기세포, 힉스 입자, 핵에너지, 3D 프린트의 8개 주제로 분리되어 있고, 각 주제마다 국내 최고의 전문가와 김상욱 물리학 박사, 이명헌 천문학 박사, 강양구 프레시안 기자가 함께 했다. 개스트 한 명과 세 명의 진행자로 이루어진 구성으로, 잘 기획된 질문과 수다에 가까운 토론들이 과학계의 민감하고 어려운 주제들을 다루었다. 


암흑에너지와 암흑 물질의 존재에 대한 수다를 함께 한 황재찬 박사는 우리가 가장 객관적이라 여겨지는 과학의 배후에 어떤 '신념'이 항상 존재함을 강조한다. 결국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 속에서만이 어떤 과학이라는 것이 성립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주 대부분의 에너지인 암흑 에너지와 여전히 정체 파악이 안된 암흑 물질들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에 대한 수다가 이어진다. 


과학자들은 이런 엄청난 가정을 해놓고도 개의치 않아요. 왜냐면 이미 대다수 과학자에게 시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중력의 존재는 일정의 신념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은하 규모의 우주에서 중력 이론이 맞는지 검증한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암흑 에너지나 암흑 물질은 일종이 믿음의 산물 입니다. 중력은 시공간을 초월해 존재한다. 이런 믿음이요 p30


어쩌면 우주론을 둘러싼 상황이 그런 과학 혁명을 앞둔 정상과학의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정상과학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상황이지요. 왜냐하면 가장 잘 만들어 놓았다는 우주 모형의 구성 요소 중에서 99.5%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게 정상과학이에요. 관점을 바꿔보면 현재 우주론의 엄청난 균열이 보이는 겁니다.35


양자역학은 말 자체만으로도 골치가 아파지는 분야지만, 최근에 두서 없이 읽은 몇몇 관련 책자에서 본 여전히 이해불가인 용어들을 환기하며 읽었다. 양자 역학의 세계는 너무 복잡해서 비유가 아니면 설명할 수가 없다.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탄생한 이유이다. 김상욱 박사가 설명한 얽힘 현상은 빨간 볼펜과 파란 볼펜 으로 비유하는데 상자 안에 두 볼펜은 아직 색깔이 없고 상자를 열어야만 색깔을 갖게 된다. 하나가 빨간펜이 되면 나머지 하나는 파란 팬이 되어야 하는 관계로 얽혀 있어 두 볼펜 중 하나를 안드로메다 은하로 가지고 가서 상자를 열었을 때 빨간펜이 된다면 지구에 남아있는 팬은 그 순간 파란 펜이 된다. 그래서 230만 광년 떨어져 있는 두 곳의 정보가 순식간에 전달되는 것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안드로메다 은하의 볼펜이 빨간색이 되는 순간 지구에 있는 펜은 파란색이 되기 때문이다. 


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지만 이 얽힘 현상에 의하면 230만 광년 떨어져 있는 두 곳의 정보가 순식간에 전달되는 것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빛보다 빠른 정보 전달이 가능한 것이 있는 건지, 상대성 이론을 수정 해야 하는 건지 라는 질문이 꼬리를 물 수 있다는 거다. 스팀 현상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류의 비유로 설명한다. 고전적 세계에서는 특정 행위가 물리적 속성을 바꾸는 일은 발생 하지 않지만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질량측정이 형태 확률에 영향을 끼치고 두 입자가 텔레파시라도 주고 받는 것처럼 얽힘 현상을 갖는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 얽힘  현상을 이용해 과학자들은 양자 전송 실험에 성공을 했는데, 1997 년에는 처음 다른 곳으로 전송했고  2007년에는 그 거리가 144 km로 멀어졌으며  한 때는 이 얽힘 현상을 이용해서 획기적인 암호체계도 만들려는 시도도 있었다.


10^-17초 음악 정확도를 가진 시계를 만들어내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얽힘 현상에 대한  획기적인 실험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와인랜드는 이렇게 정밀한 시계를 만듦으로써 이 시계가 지면에서 30cm 높이로 올라갔을 때 30cm 중력 만큼 시계가 영향을 받아 시간이 좀 더 빨리 간 것을 확인함으로써 상대성 이론을 증명할 수 있었다(상대성이론에서는 중력이 회수록 시간이 느리게 간다).


여기서 권하는 책들 몇 개를 메모했다. 

- 양자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한 막스 플랑크의 삶을 다룬 <막스 플랑크 평전> 독일 과학 저술가 에른스트 핏 페터 피셔 지음. 

-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자서전 <부분과 전체> 

- 양자역학의 가장 중요한 방정식을 만든 슈뢰딩거 삶



황우석 줄기세포 조작 사건 에서 최초 제보자 닥터 k로 알려진 류영준 교수 가 함께하는 수다가 흥미롭다. 최근 네이처에 닥터K 라는 필명으로 인터뷰를 하게 된 이유와 한국 내 과학기자들의 현주소와 같은 내용도 다루어진다. 어쨌든 류교수는 PD수첩  일로 고생을 많이 하다가 다행히도, 지금은 강원대학교 의과 대학 교수로 일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조직을 배신자 로서 폐쇄적인 의학계 내 발을 딛는다는 것이 힘들었음을 털어놓는다.


내용은, 최근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은 PD수첩의 황우석 조작 보도 이후 마치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줄기 세포 연구의 선두를 달리다가 급하락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사건 이후 배아연구 규제는 더욱 약하되었다는 사실을 짚고, 그에 따라 차병원에서 복제배아 800개의 사용허락을 받았으나 모두 실패, 황우석의 조작된 난자의 수까지 합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난자를 사용했으면서도 복제배아에 실패한 이유를 여러 면에서 분석하였다. 여기서 차병원이 800개의 난자를 이용하고도 결국 실패하고 최근 미국의 메탈리포프에게 최초의 인간 복제 배아 줄기세포 추출 성공을 빼앗긴 이유로 '신선한 난자' 타령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에 대해 '신선한 난자'의 기준이 무엇이냐, 그것은 젊은 여성에서 바로 기증받은 난자 과배란제 투여 체취한 것으로 사실상 난자는 매우 민감해서, 냉동하거나 공기중에 매우 취약하므로 그 말은 사실이다, 그러면 메탈리포프는 어떻게 했느냐, 신문에 광고를 내서 380~800만원 선에 난자를 사실상 매매했으며 그 역시 윤리적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등등의 수다가 이어졌다. 참고로 차병원에서 복제 배아를 위해 사용한 난자 800개는 대부분 냉동난자. 혹은 수정후 잔여 난자로 복제 실패의 원인은 신선한 난자가 아니라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라는 말이다. 결국은 국경의 법적 규제 차이와 국제적 난자 매매로 루마니아 같은 곳의 20대 젊은 여성들은 실제로 생계형 난자 매매가 이루어지는데, 그것은 황우석 때도 지적되었던 바와 같이 과배란투여제와 같은 약물의 사용이 전제된다는 사실은 과학과 윤리의 시소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힉스 입자는 강남거리에 나타난 싸이 갑자기 나타난 싸이에 비교된다. 월드 스타 싸이의 갑작스런 출현은 강남 거리의 균일한 대칭성을 깨고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입자의 역할처럼 대칭을 깨고 질량을 생성한다. 이종필박사는 최고의 과학자도 양자론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신경망을 바꿔 생각을 회로를 바꿀 정도의 노력이 필요한데,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해 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는다면서, 그것은 불가능 하다,  우리가 인문교양의 결핍은 부끄러워 하면서도 100년 전에 확인된 원자가 전자 양성자 중성자로 이루어졌다는 것과 같은 기초과학 교양의 결핍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근데 과학 혁명 이후 수백년간 축적해온 인류가, 과학 교양을 초등학생 정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짧게 요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힉스 입자에 대한 이명현의 추천서적으로 이강영 박사의 <보이지 않는 세계>(2012,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나누어 다루고 힉스 입자가 세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이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함)와 <신의 입자를 찾아서 이종필>, 그리고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2014) 세 개를  꼽았다. 


핵발전소 문제는 우리가 원자력 발전소와 같은 긍정적 단어로 변환된 잘못된 말을 쓰지 말고 단어에서도 그디로 드러나는 그 부정적인 의미를 그대로 발전소 자체가 가지는 핵발전소라는 말을 쓸 것과, 가장 문제가 되는 핵 폐기물의 처리 문제, 그리고 대안으로 제시된 우라늄 대신 토륨을 사용한 핵발전소, 현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재처리 관련 이슈들을, 핵발전의 원리와 함께 보여준다. 핵발전소는 마치 신기술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으나 알고 보니 올드기술이다. 


10만 년 동안 관리해야 할 위험한 쓰레기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핵발전소를 우리가 용인 해야하는지(p210)


핵 발전소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배출한 방사성폐기물 과연 우리가 앞으로 백년이 백년 동안 안전하게 관리하며 생존할 수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할 들면 아득해집 집니다 p212


핵 발전소를 오후 하는 이들이 가장 큰 우리는 모든 문제를 과학기술이 해결할 수 있다는 맹신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과학기술의 발달 해도 분명히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거든요 방사성폐기물은 그 대표적인 예죠 216



추천도서 <책의 우주>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2011


뇌과학 관련 추천 서적 : 마이클 가자니가, 뇌과학의 구루, <왜 인간인가> (박인균 옮김 추수 밭 2009), < 내일로부터의 자유> (박인균 옮김 추수 밭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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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8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5-07-18 23:04   좋아요 0 | URL
저도 학교때 안한 공부를 다 늙어서 하는 재미가.. 아마도 그땐 개념을 이해할 방법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라스콜린 2015-07-18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열심히 읽고 쓰신게 보이네요 리뷰만읽고도 많이 도움되네요 덕분에 이 책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자세한 리뷰 감사합니다^^

CREBBP 2015-07-18 23:51   좋아요 1 | URL
대담 형식이라 궁금한 게 있으면 서로들 묻고 대답하니까 어려운 내용도 재미있고 또 흥미로운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유도되더군요. 감사합니다

에이바 2015-07-19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초과학 결핍에 대한 부끄러움은 없다는 말이 확 와 닿네요. 양자역학 암흑물질 힉스입자와 줄기세포까지 많은 주제를 명료하게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도서까지.. 배아줄기세포 관련한 윤리문제는 성공이든 실패든 벗어날 수 없는 문제일텐데요. 당시 황박사 연구에 `제공된` 난자 채취 방법과 여성연구원들에게 강요되었다는게 밝혀져 더 놀랐던 기억이 나요..

CREBBP 2015-07-19 22:06   좋아요 1 | URL
이 책 정말 좋네요. 과학계의 이슈들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전문가들의 수다빨로 얘기가 이어지니까 재미있는 방향으로 얘기가 자주 진행되는 것 같아요. 이런 포맷 정말 좋아요. 일방적이지 않아서 좋고.. 또 질문이 빤하고 빈부한 내용이 아니라 주제에 대해 가장 궁금한 내용들 가장 이슈있는 내용들이라서요. 신선한 난자 얘기할 때 진짜 웃겼죠. 그게 정체가 뭐냐 그러고 또 답하고.. 지금 2편 읽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