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빌스 스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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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테이아를 항햔 피그말리온의 사랑은 끝없이 샘솟는 옹달샘처럼 풍부한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무명의 떠돌이 여가수 리스베트를 뮤지컬 배우로 성공시킨 공연 기획자 발리는 자신이 만든 갈라테이야를 소유했으나, 끝내 그녀가 연기하는 갈라테이아를 <마이 페어 레이디> 극 속에서 보지 못한다.검지 손가락 한 개만 배달된 채, 사라진 아내를 대신해 리사역을 연기하고 노래할 배우는 그녀의 동생이다. 그녀의 동생은 언니의 대용이지만, 언니가 받았어야 했을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언니가 누웠던 침대에서 언니가 안았던 남자를 안는다. 


문제는 이거다. 그렇게 원하는 대로 빚어 만들 수 있는 갈라테이아라면, 언제고 필요할 때마다 수많은 버전의 갈라테이아를 만들 수 있지 않겠냐는 거다.  빌리가 라스베트를 주연으로 하는 뮤지컬 원작으로 채택한 조지 버나드쇼의 피그말리온의 원내용과 후일담을 환기한다면, 세상의 모든 피그말리온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갈라테이아를 만들고, 사랑하고 결혼할 수도 있지만 절대로 소유할 수 있지는 않다는 교훈을 알았을 것이다. 떠나거나, 살해당하거나, 배신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인간이 된 이상 아무리 자신이 빚어 만들었다 하더라도, 영원히 자신의 것으로 소유할 수는 없다. 


두 남자, 강력계의 반짝이는 두 스타 형사, 그 중 한 명은 그 이름도 유명한 해리 홀레, 알콜 중독으로 인해 정신이 오락가락 환상을 보고, 아무데서나 토하고, 정신을 잃고, 지키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꿈을 꾸고, 이루지 못한 정의에 절망하고, 막장 인생을 살고 있는 해리 홀레다. 유능한 수사관이고 강력반 책임자 뮐레르로부터 비호를 받아왔지만, 끝끝내 4주간의 무단 결근으로 해고가 결정되고 만다. 연인은 떠나고 사랑하는 동료는 죽고, 그가 의심하는 라이벌은 톰 볼레르는 그를 누르고 승승장구한다. 강력계의 또 다른 스타인 이 젊고 유능한 지성인 톰 볼레르, 냉철하고 지적이고 잘생기고 머리좋고 인맥도 넓은 톰 볼레르, 오락 가락하는 해리의 시선으로 보면 차갑고 이지적인 표정 뒤로 악을 감추고 있다. 


라스베트 이외의 세 미인의 연쇄적인 죽음. 둥근 원위에 그려진 데블스 스타의 꼭지점을 경계로 5일에 한번씩 일어나는 살인사건, 이렇게 정교한 암시를 준다면 나머지 두 개의 살인사건은 필히 예측하고 막고 범인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뭔가가 하나가 드러나면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지는 사건들 속에서 해리는 악과 선의 갈림길에 선다. 연인은 떠났고, 술은 악마가 되어 그를 더욱 처참하게 내몰고, 직장에서는 해고되었으며, 악몽은 계속된다. 벗어날 구멍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그에게 널름거리는 악의 화신과 그는 타협할 것인가.


장르 소설을 그리 쫓는 것은 아니지만, 요네스뵈의 명성을 익히 들어 시리즈의 처음부터 읽고 싶었으나, 이래저래 못읽다가 오슬로 삼부작 마지막 편이라는 시리즈의 마지막부터 접했다. 복잡한 플롯이 정교하게 제자리를 찾아 마무리되는 과정은 손을 놓기 어렵게 한다. 어떤 추리소설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건 그만큼 독자들의 머리 위에 있다는 말일까 혹,그만큼 단서를 주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특히, 사건이 마무리되나 싶은데 아직 2/3이나 페이지가 남았다면 어떤 반전을 기대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잦은 장면 전환과 함께 다이나믹하게 전개되는 사건의 양상은 읽는 내내 흥미를 잃지 않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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