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미래 - 인간은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가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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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이후 비약적 발전 속도에 가속이 붙은 우리 인류는 신의 영역이었던 많은 것들을 알아냈다. 우리 인류가 어디에서 어떻게 진화되어 왔으며, 생명 탄생 이전의 지구와 우주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게 되었고, 우수의 화학적 속성을 더이상 쪼개지지 않는 작은 단위의 원자와 양자 수준까지 낱낱이 분해하고 모든 물체의 성분을 알아냈으며, 지구촌 곳곳 구석까지 통신망을 갖추고 서로 소통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 우리가 우리를 알아낸 우리의 마음, 그 근원적 물리적 형태인 뇌를 얼마만큼이나 이해하고 있을까.

 

마음이 심장에 있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던 걸 생각한다면, 현재 우리가 뇌의 대략 어느 부위에서 대략적으로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를 알아낸 지금의 앎은 과거에 비해 어마어마하지만, 우리가 현재까지 그 눈부신 과학 기술을 통해 알아낸 것은 사실은 보잘것이 없다. 늙고 죽는 것의 비애를 증폭지키는 알츠하이머도, 치매도, 파킨슨병도 현실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게 없고, 단순한 건망증이나, 기억력감퇴조차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의료 과학이 없다. 아직 우리는 작은 인간의 뇌가 만드는 사람과 사람의 차이, 사람과 동물의 차이, 그리고 한 인간의 내부 깊숙한 곳에서 울리는 마음에 대해 그다지 명징하게 설명가능한 이해의 상태에 있지 않다.

 

지금 우리가 뇌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또 앞으로 알아낼 수 있는 것과의 차이, 그것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다.  미래의 과학기술이 인간의 뇌를 얼만큼 이해하느냐에 따리 인류의 미래 모습은 달라질 것이다.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어떤 과학 기술이 인간 뇌의 어느 곳을 얼만큼 접근해서, 무엇까지 가능하게 할 것인가. 우리가 SF  영화에서 보거나 혹은 상상가능한 미래의 어디까지 가능하고, 어디부터 불가능하고, 또 그것은 어떤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답할 수 있을까. 즉 우리의 마음은 미래에 어디로 갈까. 상상은 무한하지만, 답은 어렵다.  답을 기대조차 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이 책은 그 어려운 물음에 하나씩 하나씩 접근하여 차근차근 답을 한다. 그러면 그 답은? 답을 알고 싶을까? 상상은 판타지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과학 기술과 관련된 답,  일반 사람들에게는 쉽게 다가가지 않을 어려운 전문 용어로 가득차 있을 것 같은 그런 답을 알고 싶지 않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어려운 전문용어와 거기에 뒤따르는 학술적 철학적 윤리적 논쟁이 골치아플 것이다.

 

이 책의 진가는 앞의 질문에 대해 답을 하되, 일반인들이 충분히 읽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여 쉽고 재미있게 쓰여졌다는 데 있다. 물론 앞서 질문한 철학적 윤리적 논쟁에 대해서도 탁상공론을 끌어들이지 않고, 단호하게 자신의 가치관과 미래관을 반영한 심플한 결론을 내리는 모습에 가끔 당혹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은 두껍다. 판형도 크다. 게다가 마음의 현재도 아니고 마음의 미래를 여는 뇌과학이라니, 책을 펼치기조차 용기내야 할 만큼 어려울 거라는 선입관을 갖게 하는 주제에 대해 책을 쓴 저자 미치오 카쿠는 뇌뇌과학자가 아니라 이론물리학자이다. 이론 물리학자인 그가 뇌과학에 관한 방대한 책을 쓴 이유는 무얼까. 자신의 전공과 약간 동떨어진 분야의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댓가는 책 속의 모든 지식이 일반인이 이해가능한 언어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어휘 뿐 아니라 설명 자체가 전문적인 설명을 배재하면서도 핵심적인 개념을 쉽게  설명 한다. 그의 책쓰기 방식은 관련 학술적 서적 짜집기가 아니라, 기자처럼럼 몸으로 사람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본인 자신도 세계적인 석학인 그는,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대략 알 수 있는 저명한 세계적 뇌과학자들을 직접 만나고 다녔다. 어마어마한 양의 엄청난 대가를 만나 인터뷰하고, 이해하고, 분석하고, 통찰한 내용들이 방대한 양의 책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가장 먼저, 뇌과학에 대한 기초적 지식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하는 방식이 좋았다. 여러 종류의 일반인 대상의 뇌과학책 및 행동과학, 심리학 책들에서 두서없이 주워들은 기본적인 뇌구조 및 뇌 탐구 도구 및 기술과 뇌스캔 장비와 그 원리들을 책의 초반부에 집중 설명하는데, 이 내용은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본문 곳곳에서 쓰이므로 계속 책을 이해하며 읽어나가기에 매우 유용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그동안 궁금했던 뇌스캔 장비의 현주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알게 해준다.

 

두번째로, 온 마음을 빼앗는 온갖 판타지적 요소들의 실현가능성과 과학적 원리들, 그리그 현주소들이다.  우리가  SF 판타지를 통해 판타지로만 여기던 것들이 실제로 첨단 뇌과학의 현장에서 현재 연구되고 있다. 아바타와 서로게이트, 텔레파시, 기억 다운로드/업로드, 염력, 기억지우기, 지능높이기, 생각과 육체의 분리, 꿈을 찍어내는 사진과 동영상, 감정이 있는 로봇, 인간의 세포 깊숙히 들어가 유전병을 치료하는 나노 로봇, 로봇의 몸과 인간의 의식이 합쳐지는 것 등등에서 보다 더 황당하게 느낄 수 없는, 유체이탈과 임사체험, 순수한 에너지의 형태로 존재하게 될 의식, 외계생명체까지 그 범위는 광범위하다.

 

미치오 카쿠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우리의 과학은 분명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게 될 것이며, 부차적으로 발생되는 윤리적 문제는 어떻게 되든 해결될 것이다. 뇌과학이 기억을 완전히 정복하게 된다면, 매트릭스의 네오가 그랬던 것처럼 신체적 경험에 기반한 기억 같은 것 마저도  뇌를 통해 다운로드받아 거래될 수가 있다는 거다. 그렇게 되면, 기억을 훔쳐내거나, 기억을 바꿔치기하는 등과 같은 기억조작과 관련된 범죄가 생길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오늘날 인터넷 범죄처럼, 모든 새로운 과학 기술은 새로운 범죄를 탄생시키니 말이다. 첨단 과학을 겨냥한 범죄는 더욱 치명적이겠지만 말이다.

 

그러한 마음 과학의 미래에 있어서 한계가 되는 것은 양자의 세계이다. 현재 무어의 법칙으로 무섭게 발전하는 실리콘 세계는 원자 수준 이상으로 더 작아질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사람의 뇌에 들어 있는 인간의 마음을 시냅스 연결 그대로 컴퓨터로 재현하려면 큰 도시 만한 크기의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거다. 그만큼 우리 머리 속의 작은 뇌가 하는 영역은 바다만큼 어마어마하고, 우리가 알아낸 것은 그 중 아주 매우 일부분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이렇게 많은 것을 정복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 존재에 대한 어떤 경외감 같은 것을  준다.

 

매력적인 책이었다. 여러 종류의 뇌과학 책을 전전했지만, 이토록 쉽게 많은 것을 정리해 주는 책을 만나기는 어려웠었다. 수많은 영역을 그것도 미래 기술에 초점을 맞췄기에 어느 한 영역을 깊이있게 탐구하는 책은 아니며, 전문가가 보았을 때의 헛점도 분명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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