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남는다 - 성의 기원을 밝히는 발칙한 진화 이야기
존 롱 지음, 양병찬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구글어스가 처음 서비스되었을때가 생각난다. 처음에는 별 목적 없이 단지 신기하다는 이유 만으로 이리저리 돌려보고 여기 저기 가보며 가지고 놀았는데 노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나의 위치를 검색해서 위성 사진으로 상세하게 들여디본 다음 점점점점 화면을 축소하여 둥근 지구 전체를 화면에 주고 전체를 보는 방법이다. 또 하나는 먼저 커다란 지구에서 시작해서 여기저기 둘러 보다가 내가 어디쯤있는지 찾아가는 구글 어스로 찾아가는 방법이다. 두 방법 모두 지구라는, 우주 속 작은 행성 속의 내 위치를 전체 속에서 파악하게 해주는 그야말로 혁명적 경험을 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대개 책의 구성을 보면 전체 속 작은 부분을 기술할 때 후자의 방식,즉 전체를 먼저 개략적으로 얘기하고 특정부분의 디테일을 묘사하는데 이 책은 독특하게도 부분 속으로 깊이 들어간 후 빠져나와 전체를 설명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일단 책 제목과 소개글을 보면 온전히, 동물들의 성행위를 진화적 순서로 포괄적으로 다룰 거하는 기대를 하게 되는데, 그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앞쪽의 절반 정도는 어류 그 중에서도 멸종한 지 오래된 어류인 판피어류니 틱토돈티드니 하는 이름도 생소한 어류들의 화석 탐사와 그 발견이 네이처지에 발표되기 까지의 자세한 학술적 발견과 관련된 연구 경험담이다. 고생물 탐사 및 <네이처>지 와 같은 권위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올리기까지의 삽질, 그리고 삽질 끝에 마법처럼 걸려든 등잔 밑의 발견 같은 생생한 이야기들이다. 그것은 최초의 체내수정 어류 화석의 발견에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저자 존롱의 발견은 인류를 비롯한 모든 유악동물의 먼 선조격이라 간주되는 멸종된 고대 어류인 판피어류에 속하는 틱토돈티드에 속하는 물고기의 화석에서 시작된다. 조사중, 표본의 등뼈 뒤에 얼기설기 얽혀있는 미세한 반투명의 뼛조각을 발견했는데, 이것은 치어의 화석임이 확실했고, 그래서 처음에는 죽지 직전에 집어 삼킨 먹이라고 여겼다가, 그 치어가 픽토돈티드라는 사실, 그리고 어미 물고기가 잉태한 배아라는 증거를 치어를 둘러싼 노끈 모양의 구조체가 탯줄이라는 가정속에서 발견한다. 이것은 세계 최고의 배아였다. 이 발견에 대한 비디오는 http://www.nature.com/nature/videoarchive/themotherfish/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발견으로 인한 논문은 어머니 물고기라는 이름으로  여러 상을 받고, 디스커버리 2008의 가장 의미있는 발견 100건 중 고생물학 분야의 3건에 실린다. 


어미의 뱃속에서 배아가 자란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뭘까.  암컷과 수컷 사이의 은밀한 신체접촉을 통한 짝짓기 행위가 있고, 뱃속에 배아를 잉태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동안 수컷에게 보호되고, 치어를 함께 케어하는 가족간의 유대 관계가 필요로 된다. 멀고 먼 진화의 뿌리에는 생명의 잉태와 보전, 유전자 전달을 위한 메카니즘이 오늘날 인류가 행하는 것과 비슷한 행태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발견에 대한 아주 구체적이고도 사소한 내용이 이 책의 절반 가량 서술되어 있다. 조금 두서없고, 조금은 그 때의 발견에 아직까지 흥분한듯 정리되지 않은 내용이지만, 왜 저자가 그 발견에 대해 그토록 많은 부분을 할애했는지, 가장 오래된 조상의 가장 오래된 배아의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증거라는 그 의의를 생각하면 이해될만하다. 


초기 어류의 진화과정에서 교미를 통한 체내 수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보편적인 번식 방법이었다는 가정을 보고한 저자는 수컷 물고기의 페니스와 생식 방법을 연구한다. 고생물학을 연구하는 방법은 화석을 이용하는 방법과 진화학적으로 같은 뿌리를 둔 현생 생물의 구조와 행위 DNA 등을 관찰하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때, 저자가 발견한 어류의 생식방법은 다양하고, 상상 이상의 것들이 많다. 상어류의 교미 방법은 판피어리의 생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p106). 상어와 가오리들은 종류에 따라 태생과 난생 두 가지로 방법으로 다르게 진화했고, 어떤 상어들은 어미 상어의 뱃속에서 태아들끼리 서로 먹고 먹히고, 처녀 생식을 통해 수컷과 스쳐본 적이 없는 암컷이 임신한 상어도 동물원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특이한 성생활을 하는 열대 조기어류 중 구강성교를 하는 물고기가 있다.수컷의 정자를 마시면, 다양한 경로를 거쳐 암컷의 체강으로 들어가 기다리고 있던 미수정란들과 즉시 수정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p114) 심해아귀의 경우, 50배나 큰 암컷에 빌붙어 수정을 하고는 종국에는 껍데기와 길다란 고환주머니만 남게된다. 북유럽 등지에서 사는 빙어와 물고기의 경우 집단 성교를 하는데, 파도에 실려 백사장으로 튀어나온  '두 마리의 암컷이 한 마리의 암컷을 마치 샌드위치처럼 압박하여 알을 짜낸다(117)'고 한다.

심해 아귀의 수컷은 수정을 위해 50배 크기의 암컷에 빌붙어 종국에는 껍데기와 고환 주머니만 남게 되는 헌신적 유전자 전달 방식으로 후세를 남긴다.해마는 며칠동안 나란히 수영하기, 색깔 바꾸기, 해초에 꼬리 휘감기 등의 관능적 댄스를 통해 며칠 동안 구애 후, 무려 8시간동안 서로 몸을 휘감고 격정적인 춤을 추며 전희를 즐기다가 수정한다. 


성이 구별되어 유성생식을 하는 집단은 환경변화에 쉽게 대처할 수 있고, 유해한 돌연변이가 누적될 가능성이 적다는 두가지 잇점을 갖는다(134). 하지만 유전자의 입장에서 볼 때 비용이 많이 든다.  무성생식은 자신의 유전자를 100% 전달하는데, 유성생식은 50%만 전달한다는 뜻 그러므로 두 배 많은 자손을 낳아야 그 유전자가 보존된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런 단점에도 세균을 제외한 모든 생물체중 무성생식을 하는 생물의 비율은 0.1%하는데, 이것은 성이 다양성을 초래하고 그 다양성은 예기치 않은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데 매우 효과적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고생물의 성에 대한 고찰과 더불어 어류에서 시작해, 책의 나머지 절반은 절지동물, 물고기와 양서류, 공룡과 조류, 인간과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진화상의 나무 를 타고 올라오며 짝짓기에 대해 다채로운 사실들을 들려준다. 가학적이고 엽기적인 것들도 있고, 상상도 못하는 찰라에 이루어지는 것들도 있고 같은 종 내에서도 각기 다른 방법으로 선택한 짝짓기 방법의 다채로움은 다양한 생물이 진화를 거듭하며 채택해온 다양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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