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사회
알렉스 벤틀리 외 지음, 전제아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무엇을 먹을까 남들 먹는 것을 먹는다. 우리는 무엇을 입을까? 남들이 입는 것을 입는다. 우리는 무엇을 살까. 남들이 사는 것을 따라 산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간다. 서로를 모방한다. 나는 달라 나는 개성이 강해. 나는 누구도 따라하지 않아. 그런데 그것도 또 맞는 말이다. 현대사회는 소비와 행동에 대한 너무나 많은 선택들을 제공하기에 수 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선택하게 되는 수많은 것을 자신의 선택 취향에서 누락시켜 버리고, 누군가를 따라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망각한다. 


또, 우리는 어떤 말을 할까. 남들이 하는 말을 한다. 우리는 그게 맞춤법에 맞다고 해서 남들이 모르는 구어를 쓰지 않고, 매일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신조어들을 욕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따라한다. 내 아이에게만은 특별한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 그래서 좋은 이름을 고르지만 사실은 그것도 다른 누군가의 이름 중 시대와 기대에 가장 부합하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따라 짓는 거다. 개성 있는 사람들이 개성 있게 하는 것은 그 일상 중 매우 일부분일 뿐이다. 개성있게 옷을 입는 사람은 옷은 개성있게 입지만, 소비패턴과는 구별되는 언어의 사용이나 표정 몸짓 같은 것은 나도 모르게 남을 따라한다. 언어는 무의식적 모방의 한 부분이다. 


모방은 사람들이 항상 해온 일로, 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효과적이다.(p164). 200만년전 선조들이 만든 석기에도 분명한 양식이 존재했고, 7천년 전 중앙 유럽의 도공들도 도자기 디자인을 서로 베꼈다. 오스카 와일드는 "대다수 사람들의 삶이란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인용문이다"라고 말했다(p164). 모방은 안전하기도 하다. 


동물들도 모방을 한다. 물고기떼나 새떼에 어떤 민주적으로 선출하거나 혹은 힘과 지혜로 밀어붙인 리더가 있어서 항상 나를 따르라 하고 팀을 이끌어 날고 헤엄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서로의 상호작용에 의해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몰려다니는 것처럼. 사람들도 서로를 따라함으서 유리한 게 있다.  평균 지능의 사람들의집단 지성이 특출난 개인의 지성보다 나은 실험이 있다(p74) . 그것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기능을 가졌기 때문에 저마다 유용한 한가지씩을 합치면 특출한 개인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거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 생각하는데, 다양한 사람들의 평균치가 높아지지만, 잘못된 정보가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가 있다.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그저 모방하기만 하면, 집단 전체의 행동은 갈피를 잃는다. 예를 들어 비만, 흡연자, 애주가에게 그들의 습관에 대한 사회학습은 효과가 없다. 


모방에 의한 확산 모형은, 마케팅과 선거전에서는 꼭 필요한 전략이다. 특히 사회적 폭포 현상은 책에 정확하게 정의되어 있지는 않지만, 폭포처럼 쏟아지듯 한꺼번에 어떤 현상이나 유행이 급속도로 파급력을 가지고 전개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OO녀나 아직도 나로서는 구경도 못산 허니버터칩 쿠키, 적은 개수의 상영관에서 개봉했다가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인기를 끌다가 갑자기 몇백만을 넘어버리는 영화들, 공중파를 앞지를 케이블 티브의 삼시세끼 같은 걸 들 수 있겠다.  이런 것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가지 모형들을 제시하는데, 사람이 자기 의견을 바꾸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압력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를 나타내는 한계치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무엇이 한 사회를 폭포가 일어날 상태가 되게 하는지에 대한 연구들도 소개한다.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진화론적, 사회학적 설명이 결국 가장 납득가능하다는 아이러니에 도달한다.


스마트폰의 앱이 깔리는 과정을 보면, 앱이 희소할 때는 개별적으로 발견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앱의 인기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갑자기 사회 학습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되는데,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티핑포인트가 하루 55회라고 한다.사회적 수용현상의 또 다른 예로, 유행어를 생각해볼 수 있다. 유행어는 갑자기 생겨났다 사라지기도 하고, 오랜 세대에 걸쳐 살아남아 언어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영어로 된 책이라 LMAO(Laugh my ass off),  OMG 같은 말에서부터 16세기 프랜시스 베이컨이 한 말인지도 모르고 어린 친구들에게 유행한 Scientia potentia est(아는 것이 힘이다)도 있다. 새로운 사실은 학술 전문 용어도 이런 방식으로 퍼져서 유행하는 히스테리아, 마르크스주의자, 적절함 같은 단어는 사라지고, 미묘함(nuanced),경험에 근거한( evidence baased) 탄력성(resilience) 강건한(robust)등의 어휘가 1990년대 이후로 계속 인기를 끌고 있다.(p94).  



인류학자, 고고학자, 마케팅 관련 사상가 세사람이 만든 이 책은 모방이라는 주제로, 인간의 사회에 나타나는 사회적 확산 현상을 인류학, 진화학, 행동학 등의 많은 분야의 성취들을 나열하며 설명한다. 많은 내용을 다루지만, 지나치게 많은 이론들을 늘어놓는 수준에서 다루고 있어 지식이 산만하게 널려있는 듯한 느낌을 받고, 무엇을 주장하기 위해 이 책을 썼는지가 조금 모호했다.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은 앞선 책들에서 많이 언급한 사례들이 많고, 쉽게 쓴 학술논문의 선행 연구 리뷰 같은 느낌이, 보통 한권의 책에서 받는 일관성 있는 주제의식이나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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