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봤어? -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지식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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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이후, 내일을 바꾸는 것들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시끄러운 정치, 어지러운 사회, 비극적인 사건들과 멀어지고자 뉴스와 매체를 멀리하고 책에 묻혀 꿈같은 비현실과 이상, 허구 속에서 아늑한 현실도피를 추구해온 시간들이건만 책이 데려다 준 곳은 다시 그 자리, 그 때 그자리다. 제목은 묻는다. 생각해 봤어? 이 도발적인 질문에 나는 작은 소리로 아니.. 생각해 보지 않았어. 라고 대답했다. 그건 더 이상 내 관심 분야가 아니야 더 작게 대답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분노하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계속해서 항변해본다. 분노는 누구를 향하는가. 


국민은 그 국민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뽑는다. 라는 말 속에는 그 분노의 손가락이 향하는 방향이 이리저리 또돌다가 결국은 내게로 다가옴을 뜻한다. 자기 입으로 뱉은 욕이 결국 자기를 향하듯. 말이다. 팟캐스트의 대중화에 기여했던 나는 꼼수다가 막을 내린 이후, 팟캐스트에서는 수많은 정치 사회 방송이 인기를 모으고 있었지만, 나는 무참히 끝날 무의미한 노력들에게 바치는 공감을 더는 감당하고 싶지 않았다. 모르는 게 자랑은 아니어도,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있다. 


대한민국 지식인 중에서 가장 말빨이 센 사람이라고 말해도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세 사람,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 세 사람이 말로 뭉쳤다. 그들의 이빨은 너무 강력해서 때로 너무나 논리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기까지 한다.  무기력과 냉소에 맞서는 용기라는 서문은 그리 감동적이지 않았지만,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라는 매체가 다룬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리고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지식을 다룬다는 점에서 자꾸 눈길이 갔다. 노유진의 정치카페라는 방송이 지난날 나꼼수가 가졌던 위상을 가진 팟캐스트 순위를 갖는지는 알 수 없지만, 팟캐스트 방송 내용 중 선택된 주제의 내용이라는 점은 정치에 무심한 독자라 해도 끌릴만한 책이다. 그동안 방송에서 '다룬 이야기 중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힌트가 될 내용만 추려담은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진중권 : ... 듣는 것이 없으면 생각하던 대로 살게 되고, 말하지 않으면 함께 잘사는 방법을 찾을 수 없잖아요. 듣지도 말하지도 않으면 그게 바로 눈먼 자가 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무엇보다 내가 아프고 다치게 되고, 도 남을 해칠 수도 있잖아요.  (p25) 


노유진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교황의 방문, 안보 문제, 땅콩회황사건, 피케티와 부의 불평등, 유전자 조작과 규제 개혁, 극우와 일베, 포스트 스마트 시대와 삼성, 핵사고와 전기요금, 북한인권법, 학교 교육, 카톡과 사생활, 기초연금과 의료민영화, 진화심리학과 생존본능, 쎄누리당과 진보정당 등의 14개 현안들에 관련된 내용이다. 이런 내용들이 온전히 세 사람의 말빨로만 이루어지느냐, 아니다.  '사회활동가, 연구실 학자, 행정가 등 각기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일이 누군가의 절실한 삶과 연결돼 있음을 알고 있'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이다. 


교황의 방문에 대해, 니체의 말 "어떤 사람이 개혁가라면 그 사람을 더욱 좋은 사람으로 포장해놓고, 그러나 그 개혁적 헝향은 죽이려'고 한다는 말을 인용하며 교황의 개인적인 성품을 부각해 그 분의 개혁 이미지를 가리려는 세력에 속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교황의 연설과 관련하여 평이한 문장이지만 비수같이 현정권의 폐부를 콕콕 찌르는 말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잘한다는 평에 공감한다.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나 비방이 아니고 정의의 결과다" 교황은 세월호 사건을 가리키며 "이제 연대해라. 슬픔을 느끼는 사람끼리 손을 합쳐라. 그 무관심의 세계와 맞서서 연대의 세계화를 해라" 이것은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는 자각을 준다는 것이다. 


안보와 관련된 대담은 군사평론가 김종대와의 대담에서 얻은 지식은 암울하기만 하다. 


김종대 : .. 부유층 권력층 자제가 사단 본부에 많이 있습니다. 이건 객관적 사실이에요. 병사들 사이에 제일 심한 갈등은 학력도 아니고 지역도 아니고 빈부 갈등입니다. ... 그러다 보니 역설적으로 좋은 집 자제를 전방에 넣기도 어렵습니다. 따돌림당하니까 


그러니까. 내가 이해하기에 애초 부자집 자재들이 뺵으로 사단본부로 많이 가다 보니까. 이들을 전방에 골고루 넣으면 따당할까봐 사단본부로 넣을 수밖에 없다는 그런 어거지다.NLL에 관련해서는 김종대의 <서해전쟁>에서 읽은 진실, 즉 남북관계를 국내 정치에 악용하기 위해 너희가 포기한 것이라는 여론몰이를 한 것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준다. 즉, 그곳을 분쟁 지역화 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영해로 선언하지 않은 '아버지 무덤에다가 대고 해야 할 소리((63)' 를 야당에다가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작전권 포기 문제는 독립국가로서의 명예와 자부심에 대한 문제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지만, 전쟁 시 '일본에서 지원군이 온다'는 진실만은 계속 연기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문제다. 


땅콩회황 사건을 어떤 시각으로 다루는가에 대해서는 김수영 시인의 '고궁을 나오면서'의 유시민이 인용이 대화의 모든 걸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중략) 모래야 나는 얼만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만큼 적으냐 정말 얼만큼 적으냐..." 서류에 사인해서 수백개의 가정을 파탄 속에 몰아넣는 것이 '항공기에서 땅콩 서비스 제대로 안했다고 욕하고 소리지르고 책자로 꼮꼭 찔러서 손등에 상처 내는 것에 비하면 수백 배, 수천 배 끔찍한 짓'임에도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극을 초래하는 끔찍한 일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하는 일이 슬펐다는 것이다. 헌법 위가 아니라 헌법 이전 사람들 사고방식이 전근대적으로 자신이 귀족이라서, 돈을 주고 노동력을 산 게, 그 사람의 인격까지 산 것처럼 모독하는 사람들에 대해 욕하고 분노하는 일이 무엇에 더 우선하는 가를 생각해보아야 겠다. 우리의 분노는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 아니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


여기서 다룬 나머지 다른 주제들 언급만 간단히 하면... 피케티에 대한 리뷰가 속속 읽어오면서 그 지적 대열에 껴보고 싶어 읽어보고 싶었지만 소화와 역량에 대한 문제라 못읽었는데, 이 책과 바로 전에 읽은 <코끼리는..>에서 각각 한 챕터씩 다루고 있어서 대략 뭔지도 알겠다.  우리나라는 세계 2위 GMO 수입 대국이다. 일단 콩과 옥수수로 만든 모든 식품에는 다 GMO로 만든 원료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과학은 가치중립적일지 몰라도 과학을 둘러싼 환경은 정치적일 수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만 하다. 


일베와 (일본의) 재특회의 가장 큰 공통점은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는 것이다. 재특회는 재일 한인이나 조선인을 일베는 전라도 사람이나 여성, 나랑 안사귀는 여자를 비하합니다.(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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