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초 사고
아카바 유지 지음, 이영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수없이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간다. 잠시라도 생각을 하지 않는 순간은 없을 것이다. 생각의 범주에는 생산적이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도 있고, 감정적이고 감각적인 것들도 있다. 이런 모든 사고들은 언어 없이 머리속의 생각속에서만 머물 때, 매우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생각을 정리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모호하고 흐릿할 수 뱎에 없다. 모든 사람들에게 언어는 생각을 정리하는 필수적은 장치이다. 모호한 생각은 선택된 단어와 단어들사이에 어떻게 배치되느냐에 따라서 비교적 정확한 생각으로 거듭난다.일에서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좋았던 감정이 널뛰듯 춤을 추다가 갑자기 확 주저앉거나 가라앉을 때가 있다. 심리학적으로는 그 원인을 아는 것만으로도, 혹은 병명을 아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럴 때조차도 언어활동은 도움이 된다. 그래서 심리상담소에서는 처방을 해주기 보다는 주로 듣는 일을 하고 있다지 않은가. 기분나쁜일, 누군가가 싫어지는 일, 누군가에게 배척당하고 있다고 생각되는일, 이상한 일 이런 것들을 언어로 적으면 상담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책의 저자 아키바 유지는 그렇다고 주장한다. 


아키바 유지가 주장하는 0초사고는 비단 자기계발을 위한 거창한 목적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이처럼 작은 행동, 작은 불쾌감조차도, 그가 얘기하는 방식의 노트 적기를 통해 빠르게 해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방법을 응용해본다면, 예를 들어 불쾌한 경우 A4 용지 이면지에 내가 왜 불쾌해졌을까를 생각하며 제목을 달고, 밑줄을 쫙 그은 다음 생각나는대로 아주 빠르게 자기만 알아먹을 수 있는 글씨로  4~6줄 정도로 그 내용을 쓴다. 각각의 항목은 20~30글자 정도만 채우면 된다. 번호 체계도 필요없고, 깊고 길게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생각나는 대로, 제목에 해당하는 답을 적어나가되 한 장, 즉 한 제목에 1분 이상을 할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생각을 하고 글씨를 쓸 수 있을까 의아하지만 어쨌거나, 이 방법을 실제로 많은 사람들과 실험해봤고, 누구든 그 어떤 주제로도 쓸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생각이 내 머리속에서 나왔으므로 언제나 그 머리속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을 걸로 알지만, 그게 천천히 나도 모르게 떠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특히 창의적인 필드에서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기발한 아이디어는 찰라처럼 순간적으로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영원히 묻히고 마는 것이다. 그 휘발성 아이디어를 구체적 언어로 바꾸어 글자 속에 가두어 놓으면, 그것이 또다시 어느 순간 더 개선된 아이디어로 다시 찾아오고, 그것을 또 적고 또 찾아오고 하는 식으로 이노베이션은 이루어진다.  저자가 이렇게 생각을 노트하는 방식으로 노트도 일기장도 아닌 A4  용지를  그것도 다쓴 A4 용지의 이면지를 이용하라고 하는 이유는, 생각나는 즉시 이 노트 저노트 찾아 펼치고 하는 대신 아무 용지나 집어 들어 그자리에서 빠르게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1분 이내에 빨리 써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 빠르게 핵심적인 것만 추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나는 대로 일단 뭐든 쓰기 시작해서 하루에 매일 10장 정도의 메모를 작성하고, 그것을 계속 모아두었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분류를 하면서 다시 읽어보고 추린다. 기획서의 경우, 떠오른 아이디어를 그떄그때 빠짐없이 받아적고, 향후 이렇게 모아진 메모들을 트럼프처럼 늘어놓고, 새로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으면 추가하고 중정리하며 전체 균형을 잡는다. 마지막으로 이 정리된 메모들을 넘기면서 파워포인트를 완성한다. 이렇게 모아진 메모들은 잔뜩 쌓이기 마련인데, 종류별로 클리어파일에 담아두었다가 3개월 단위로 다시 정리하며 흝어본다.


200쪽 조금 넘지만, 같은 얘기를 반복해서 강조하므로, 저자가 무엇을 강조하고 있는지, 이 메모 활동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쉽고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메모하는 습관이 좋기는 하지만, 매일 공책만 사들이고 한두 페이지 쓰고는 몇년 뒤굴리다 버리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실용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공책의 종류만 많아봤자, 몇장 쓰게 되지도 않을 뿐더러 그걸 찾으러 다니는 일 등등, 정리를 잘 못하는 사람들에겐 무거운 활동인데, 이런 식으로 저자가 체계화시키고 많은 수강생들을 상대로 완성시킨 방법을 써보는 것도 업무 효울 분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두루두루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의 내용은 단순하다. 하지만 따라하기 휩고, 구체적이고, 실제로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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