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수학자의 수학의 즐거움
레이먼드 플러드 외 지음, 이윤혜 옮김 / 베이직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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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많은 철학자들이나 르네상스 이후의 과학자, 철학자, 문필가들 중 위대한 업적을 남긴 수학자들이있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걸 연구했는지는 사실 잘 모른다. 그토록 오랫동안 그중요성을 주입받고 공부해왔던 수학이지만, 학창시절이 끝나면 고별을 고하고 다시는 처다보고 싶지도 않은 분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루이스 캐럴도 수학자였다. 루이스 캐롤의 본명은 찰스 도지슨. 옥스포드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많은 수학책을 썼다. 빅토리아 여왕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어서 다음 책을 가져오라 명령했는데, 여왕에게 도착한 책은 < 연립선형방정식과 대수학 기하학에 적용된 행렬식에 관한 입문서>였다. 나이팅게일은 크림반도에서 사망자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극선도(polar diagram)으로 표현한 훌륭한 통계학자이기도 했다. 그녀는 전장에서 부상, 병, 다른 원인으로 인한 사망의 변화를 보여주는 표를 만들고 얼마나 많은 군인들이 불필요하게 죽었는지를 분석함으로써, 군인들의 죽음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과 개혁의 필요성을 전문가들에게 설득하였다. 수학을 전장에서 실용적 도구로 사용한 영웅이었을 뿐만 아니라, 전쟁 후에도 여러 병원의 환자의 나이, 설병, 질병으로 구분된 치료 유형, 치료 정도 등을 수집 조사하여 건강과 다른 요인과의 상관관계를, 의료와 사회적 개선과 정치적 개혁으로 이어지게 했다. 


이 책은 BC 2천년경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수학의 역사를 수학자들의 일생과 성취에 초점을 맞춰쓴 수학 역사책이다. 인류 문명에 큰  기여를  했던 수학자들을 연대 순으로 한명씩 소개되어 있고, 그들의 삶과 그들이 살았던 그 시대 속에서 발견한 수학적 지식들을 백과사전 식으로 총망라한 책으로, 그 특징을 꼽자면,


1. 수학자들을 중심으로 엮여졌다. 

2. 동종의 수학적 이론이나 분야로 묶여 있지 않고 연대순으로 소개된다. 

3. 세계 모든 문명의 수학에 대해 다룬다. 서문에서도 소개되어 있지만 거시적인 수학의 역사를 다루기보다는 수학자들의 개인적 삶 속에서 발견된 감동있는 수학적 지식에 국한된다. 

4. 연대순으로 5장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 장은 고대의 수학, 초기유럽의 수학, 수학의 자각과 계몽기, 수학의 혁명기, 현대의 수학으로 구분된다. 

5. 인류 역사 속에서 한명 한명 수학자 개인이 이룬 수학적 성취의 이론이 간략하게 기술되어 있다. 

6. 표지는 청소년용 도서처럼 보이지만, 이 책은 적어도 고등학생 이상은 되어야 읽을 수 있다. 중세 이후의 수학적 이론이 이해할만한 수준도 아니고, 또한 그 이론에 대한 설명이, 특히 근대와 현대로 넘어올수록 전문적 지식이 요구된다. 


고대의 수학이 가장 흥미로운 파트였다. 물론 이해도 쉬웠다. 이 때 수학은 추상적 사고라기보다는 보이는 현상들을 다루는 것이기에 눈으로 확인 가능한 자연의 법칙이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글자는 숫자를 다루었다(BC5000). 수의 체계는 다른 문명에서 다르게 태동되었다. 이집트, 그리스인들과 중국인들은 십진법을,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육십진법, 마야인들은 이십진법 체계를 발전시켰다.  십진법 자릿수 체계에서 마침내 0을 플레이스 홀더로 사용하게 된건 AD400 무렵 인도인들에 의해서였다.  인도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브라마굽타는 양수와 0의 개념으로 '재산'을 설명하고 음수의 개념으로 빚을 설명했다. 750부터 1500년 무렵, 실크와 향료의 통상로였던 바그다드에서는 그리스 기하학자들의 저작과 자리수 체계를 포함한 인도의 문명을 번역하고 해석하여 유럽에 인도의 수체제인 십진법을 확산시켰다. 오늘날 알고리즘은 아라비아의 수학자 알콰리즈에서 바뀐 것으로, 오늘날 산술(Arithmetic)의 어원이 되었다. 


500년부터 1000년까지 수학의 암흑기였던 유럽은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패권을 가지게 되었을까. 초기 수학의 중심이 아랍과 인도에서 다시 유럽으로 넘어간 것은 인쇄술의 발명, 12~13세기 동안 아라비아의 고전 텍스트가 라틴어로 번역되고, 최초 유럽의 대학이 설립 이라는 세가지 주요 요소에 기인한다. 유클리드와 아르키메데스와 같이 잃어버렸던 그리스의 주요 저작들은 그동안 아랍어로 번역되어 살아남아 있었고, 그것들이 역으로 번역되면서 유럽의 학자들이 관심을 기울였으며, 최초의 대학이 설립되고 많은 대학들이 설립되면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한 곳으로 끌어모았고, 인쇄술의 발견은 싼 값의 인쇄가 가능하게 하여 학자들의 공통 관심사를 서로 읽을 수 있게 했다. 


장구한 세월동안 수학은 상업과 재산 등 의식주를 위한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분야였다.  우리가 쓰는 +-와 같은 친숙한 수학 기호들의 등장은 15C에서나 등장한다.  ×와 ÷는 17C에기까지 보편적으로 쓰이지 않았다. 영국의 레코드는 1543년 <산술의 기본>에서 곱셈과 나눗셈을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들어 8과 7을 곱하려면 두 숫자를 왼쪽에 쓰고 오른쪽에10에서 각 수를 뺀 2와 3을 적고 대각선으로 연결해 서로 빼라고 지시한다. 이런 방법의 곱셈은 처음 알았다. 예전에는 구구단을 외우지 않아서 이런 식으로 곱셈을 구했던 모양이다. 이 때 두 쌍의 수자들 사이의 크로스의 대각선이 점점 작아져서 곱셈기호 X이 되었다.


수학이 더욱 발전할 수록 수학은 눈에 보이지 않고, 그 뜻을 알 수 없고 단지 법칙만이 존재하는 알송달송학문으로 변해간다.우리가 당연한듯이 알고 있는 산술적 개념과 숫자 체계, 방정식, 기하학적 법칙들도 수천년 동안 축적된 인류 개개인들의 사고가 만들어낸 발견이다. 과학자들은 루트-1을 발견했고, 그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했다. 서로 곱해 -1이 되는 수는 존재하지 않으나, 제곱의 역으로 루트라는 개념과 식과 기호와 규칙이 만들어진 후, 루트-1은 수학적 규칙에는 잘 적용되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오늘날 3차원 이상의 기하학, 4차원 5차원 6차원적 세계가 공간적으로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것들을 계산한다. 이렇게 수학 속에 숨어있는 역사와 사상과 개념과 철학들을 개략적으로 훑을 수 있는 책이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감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 수학적 기호와 작은 첨자들 사이에 오류가 눈에 많이 띄었고, 그것이 편집상 오류인 걸  알만큼 쉬운 문제들은 다행히 직접 오류를 수정해가며 읽어갈 수 있었지만, 개념도 잘 잡히지 않는 근대 이후의 수학들을 풀어놓은 수식은 이해를 못하는 건지, 오류인지 알 수 없었다. 수식이 들어있는 책들은 특히 편집에 유의해야 한다. 이 점을 출판사에서 간과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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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5-03-17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전문가들은 볼 필요가 없어 안 들키고, 비전문가들은 뭐가 틀렸는지 모르고 ㅋㅋ / 이제 계산기 쓴다면서요...미국 처럼 특정계산기가 수업용으로 채택될까요? 아니면 막계산기를 가져다 쓸까요? 방침은 정하고 계산기 쓴다고 했겟죠?ㅠㅠ

CREBBP 2015-03-17 22:38   좋아요 0 | URL
너무 뻔한 것도 엉터리 방터리로 예를 들어 첨자 같은 걸 7을 n으로 했다거나.. 그런 일이 디지털 시대에 왜 생기는지 이해가 안돼요. 글씨를 써서 원고를 줬을 리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