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의 세계사 - 인류의 문명을 바꾼 7가지 금속 이야기
김동환.배석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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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크게 나눌 때 금속의 사용을 기준으로 삼는다.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인간이 가장 처음으로 사용한 재료가 금속이 아니었을 때는 석기시대라고 이름붙였고, 돌도끼를 버리고 구리와 주석의 합금으로 이루어진 단단한 청동을 사용하기 시작할 때부터 청동기 시대라는 새로운 시대의 막이 열렸으며, 이후 강력한 철기 문명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이어지는 시대를 철기문화라고 칭했다. 인류에 있어 금속의 위상은 이렇게 강력하다. 


이 책은 금속에 대한 이야기를 인류 문명의 역사와 함께 쉽고 재미있게 엮은 책으로, 여기서 다루는 금속은 고대금속이라 불리는 구리, 납, 은, 금, 주석, 철 수은의 7가지이다. 오랜 인류 역사 속에서 이 금속들이 쓰여온 문명의 흔적을 찾아 세계사의 큰 자취를 돌아본다. 


그렇다면 금속이란 무엇일까. 고체 상태에서 금속 광택이 나고, 전기나 열을 전도하고, 연성(늘어나는 성질)과 전성(두드리면 펴지는 성질)을 가지면서 한가지 원소로 이루어진, 즉 주기율표에 당당히 자리 잡아있는 홑원소이어야 금속이다. 


이 책은 1. 이야기가 재미있다. 2. 2014년의 따끈따끈한 최신 정보가 업데이트되어 있다. 3. 세계사 속에서 한국도 다룬다. 4. 본문에 나와 있는 지도와 유물 사진, 박스 처리된 주석 등 친절한 인포그래픽스가 이해를 돕는다. 5. 가독성이 매우 높다. 


재미있다는 것은, 금속이라는 딱딱한 주제를 다루지만 그 금속을 만들고 사용하고 퍼뜨리고 하는 인간의 문명이 바꾼 역사들이 이야기식으로 풀어져 있어서 어른과 청소년은 물론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금속은 화학이라는 규칙 속에 갇히면 어렵고 까다롭지만 금속의 성질을 우리가 살면서 변화하고 발전해온 역사 속 이야기의 맥락 속에서 살펴보면 재미있어진다. 


예를 들어 주석이라고 하면 수메르 인에 의해 구리와의 합금으로 단단한 청동을 만들 수 있는 야금술이 발견되어 청동기 시대의 막을 연 금속이지만, 후에 나폴레옹의 패망을 부른 결정적 원인이 된 금속이기도 하다.  주석병이라고 불리는 주석의 성질 때문이었는데, 군복에 달린 단추에 포함된 주석이 모스크바의 추운 날씨 속에서 주석병이 걸려 모두 떨어져나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칼을 들어야 할 손으로 옷을 잡고 있어야 했다. 이 주석병이라는 현상은 추운 날씨에 주석의 성질이 썩은 것처럼 흉물스럽게 변해 쪼그라고 갈라지는 것을 말한다. 주석병은 노르웨이의 아문센과 영국의 스콧이 북극점에 도전할 때에도 운명을 결정했는데, 그것은 등유 보관용 깡통의 주입구에 주석이 섞여 있는 것을 간과한 스콧팀이 추운 날씨에 등유깡통의 주입구가 주석병에 걸려 등유가 모두 새어나간 걸 몰랐기 때문이었다. 


따끈따근한 최신 정보는 주로 고대사 유물의 분석 결과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미 학계와 교과서에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많이 정정해준다. 납의 최초 사용이 기원전 3500년 경이었다는 기록은 현재 기원전 6500년으로 바뀌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차탈휘이크라는 터키의 고대 도시 집적 유적지에서 발견된, 제련되어 순수 납만 추출한 납으로 만든 납 비드가 기원전 6500년경이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 시작하면서다. 


또한 우리나라의 은 제련 기술이 일본에 전해져서 어떻게 우리의 역사와 일본, 그리고 세계사를 바꾸었는지도 이 책에서 처음 알게된 정보로, 안타까웠다. 단천연은법은 단천에서 채굴되는 납이 포함된 은을 제련하는 방법으로, 이 방법이 17세기 일본에 전해져 일본의 은 생산량을 세계 1/3 규모로 늘렸고, 그 덕분에 일본은 폭발적인 은 증가로 활발한 교역을 통해 아시아를 넘어선 세계무대로 나아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이러한 아시아 거점 국가로서의 비약적 발전은 결국 우리나라에게 임진왜란에 이어 제국주의 침략을 가져오게 되었으니 말이다. 결국, 청동기 도구와 철기 도구의 사용과 마찬가지로 금속의 제련 기술의 발전과 그 확산은 실로 인류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것이다. 


이런 류의 전문적인 책은 외국의 저자가 많은데, 문화의 차이, 번역문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속성 등으로 인해 가독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특히, 빡빡하게 글로만 이루어진 책들이 대부분인데 이 책은 일단 우리 문화적 코드로 읽히는 국내 원저자인데다가 그림과 주석이 친절해서, 읽는데 전혀 지루하지가 않고 재미있게 읽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이런 쉬운 편집적인 특성이 흔한 주제, 기초적인 과학 책을 다룰 때에나 볼 수 있는데,  흔하지 않은 주제, 흔하지 않은 이야기들로 구성된 이러한 책임에도 전방위적인 배려로 꼼꼼한 편집작업을 한 것이 돋보인다. 


세계사와, 금속 두 가지가 그리 크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주제이지만, 찹쌀 궁합으로 세계사 특히 고대사의 궁금하고 흥미로운 부분을 많이 다루고 있으므로, 이야기책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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