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3부작 열린책들 세계문학 38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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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전체적으로 흐르는 분위기는 어쩌면 그것이 홀로 선 인간의 원 모습일지도 모를만큼 고적하다. 어떤 상처 어떤 시간의 흔적들이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지우게 만들었을까. 우리가 그의 원래 모습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퀸 이라는 그의 이름. 그리고 한 때 그가 가정을 가졌었고 아들이 있었고 그들이 죽어 지금은 혼자라는 사실 뿐. 그 속에 어떤 어마어마한 비밀이 있는지 죄책감이 있는지 그리움이 있는지 상처가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어떤 한 인간의 내면이 거주하는 세계. 세상과 차단된 채 자신마저도 버리고 다른 필명 다른 정체성으로  퀸이 윌리엄 윌슨이라는 필명으로 살아가는 이유는 이 소설 이전의 문제다. 윌리엄 윌슨이라는 필명은 퀸과는 다른 그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윌리엄 윌슨은 꾸며 낸 인물인 만큼, 비록 퀸 자신에게서 태어나기는 했지만 이제는 독자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퀸은 그를 존중하고 때로는 칭찬도 했지만, 자신과 윌리엄 윌슨이 동일인이라고 믿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p11

그런데 윌리엄 윌슨이 쓰는 추리 소설 속에는 또다른 정체성, 사설 탐정이자 화자인 맥스 위크가 있다. 그리고 윌슨은 차츰 거기에서 제 역활을 잃는 것처럼 보인다. 


퀸과 위크는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으니까. 윌리엄 윌슨이 그에게 여전히 추상적인 인물로 남아있는 반면, 위크는 점점 더 생명력을 지닌 사람이 되어 갔다. 퀸이 빠져들게 된 자아의 삼각관계 속에서 윌슨은 복화술사였고 퀸 자신은 꼭두각시 인형, 그리고 위크는 그 일에 생명을 불어넣는 활기찬 목소리였다. 설령 윌슨이 허구였다 해도 그는 다른 두 사람의 삶을 정당화시켜 주었다...... 퀸의 삶에서 위크는 차츰차츰 현존하는 인물, 그의 내면적인 형제이자 고독의 동반자가 되어갔다. p12

이 세 사람 사이에 또다른 사람이 등장한다 바로 작가 자신의 이름을 가진 폴 오스터라는 사람이다. 어느날 탐정 폴 오스터냐고 묻는 잘못된 전화가 걸려온다. 퀸은 자신이 폴 오스터가 아니면서 자신이 폴 오스터라고 대답함으로써, 자신이 창조한 두 정체성과 결별하고 이제 폴 오스터가 된다. 처음에 그는 윌슨이 만들어낸 위크의 입장이 되어, 위크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며 잘못된 전화로부터 의뢰받은 사건을 위크의 입장에서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점점 폴 오스터가 되어간다. 


작가 폴오스터 -> 퀸(주인공의 과거) -> 또다른 자아 윌슨(필명이자 현실속에서 불리는 이름) -> 위크 윌슨이 소설 속에서 창조해낸 탐정 -> 폴오스터


이런 정체성의 사이클 속에서 퀸은 자신이 폴 오스터가 된다.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 하는 사람이 의뢰한 사건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간다. 


뉴욕3부작은 세 개의 연작소설로 되어 있다. 세 개의 소설은 서로 다른 내용이고 연결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결국은 하나의 스토리이기도 하다. 읽다보면 묘하게 첫번째 스토리의 등장인물 중 누군가가 다른 스토리의 또다른 누군가와 연결되고 스토리가 연결되기도 하며 같은 스토리를 다르게 쓴 것 같기도 하다. 이 소설의 리뷰를 늦게 쓰는 이유는, 다시 읽고 그걸 죄 꾀어 맞춰보려고 미루어와서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미스터리들을 꿰어맞추기는 커녕 읽은 내용까지 잊어가고 있다. 리뷰가 두 번 올라갈 수 있으므로 일단 1차로 올리고 나중에 시간 되면 다시 차분히 다시 더 쓰면 된다.  


열린책들의 세계문학을 아는 독자라면 알겠지만 판형도 작고 360쪽짜리지만, 일단 펴보면 그게 아니란 걸 금방 알게된다. 글씨는 작고, 자간도 작아서 일반 판형의 500쪽 분량 정도의 텍스트를 가진 것 같다. 아마도 열린책들 전집을 쪼로록 보기좋게 사이즈와 두께 맞춰 꽂아놓으라고 텍스트를 조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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