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뇌 인류 성공의 비밀
매튜 D. 리버먼 지음, 최호영 옮김 / 시공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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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내가 읽은 행동 심리학과 인지 과학 관련 서적은 이것 저것 모든 쟝르를 다 합쳐도 열 손가락으로 싫컷 꼽고도 남을 갯수인데. 유독 이 분야는 읽는 책마다 중복되는 내용이 있다. 고릿적에 읽은 설득의 심리학을 비롯한 자기계발 서적에서 시작해 기초 인문서까지 광범위하게 가져다 쓰는 흔하디 흔한 행동 심리 실험들 말이다. 이 책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마쉬멜로 테스트, 눈동자 감시 테스트, 동전 던지기 테스트 등 흥미롭지만 또 당연하기도 한 결과를 보여준 잘 알려진 고전적 행동 심리 실험들에 관해 언급하지 않으면 맥락이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소스가 한정되었다는 말이 시사하는 바는 그만큼 알려진 게 없다는 소리 아닐까. 사람의 마음을 알기 위해 이런 저런 실험 방법이 고안되었는데, 어떤 건 우리의 직관과 맞아떨어지고 어떤 건 뜻밖의 결과를 내기도 한다. 결과가 어찌되었건 수십년전, 떄로는 100여년전부터 실험한 내용들이 계속해서 변주되어 실험되고, 그 변주를 설명하기 위해 모든 새 책들이 처음부터 중복적으로 다시 설명하고 해야 하는 그런 것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우리가 우리 마음과 우리 행동을 뇌과학과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너무나도 보잘것 없다는 말이 아닐까.


이런 질문을 먼저 해보자. 친구는 왜 필요할까. 밥을 먹여주지도 옷을 입혀주지도 않지만(이건 예외, 만날 때마다 옷이나 장갑 같은 걸 사주는 친구가 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목적없는 관계, 단지 이해하고, 대화하고, 공감하는 정신적 만족을 주기 위해 친구를 만드는 일이 인류 진화에 꼭 필요한 일이었나. 자기계발서들의 책 제목을 살펴보다 보면, 마치 저축을 하듯 사람들과의 친분을 쌓고 유지시키는 일이 개인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책들도 있고 보면, 학창시절 쓸모있는 친구를 두면 잘 정리된 필기노트를 빌릴 수도 있고 직장생활중엔 업무적 이해 관계 때문에 우호적인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이 대체로 유리하기는 하다. 이렇게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되도록 넓고 가식적인 관계를 형성 유지하는 것이 현대인의 덕목이 되기도 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그런 종류의 친분이라 하더라도 약간의 틈새를 타고, 공감과 이해의 교환이 이루어지면서 좋든 싫든 인간적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런 조작적 인간관계의 바깥에 누구에게나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관계의 범주에 속하는 '친구'들이 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그 무엇에도 도움이 안된다면 왜 어떻게 그런 것들을 계속 유지하도록 진화되어 왔을까. 


특히 네게, 친구를 정의할 때, 친구란 뭘 받기보다는 뭘 주고싶으면 그 사람이 대체로 친구다. 어째서일까. 진화학적 설명은 집단 협업과 잘 조정된 협력 체계는 인류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좋다. 협업, 그러나 그런 이기적 이유는 앞서 말한 이기적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게 전부라면, 오늘날의 댓가가 필요 없는 '친구'는 우연의 산물일까. 우리의 뇌는 사회적 유대관계에 대한 위협이나 손상을 경험할 때 신체적 고통에 반응할 때와 비슷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거부당했을 때 고통을 경험한다. 책애 나온 뇌과학적 설명은 이렇다. 많은 걸 설명하지만 사회적 관계와 관련된 뇌과학적 접근 중 가장 직접적인 내용이다. 


배측전대상피질은 고통이 '괴롭다'는 것에 관여한다. 체감각피질은 몸의 어느 곳이 얼만큼 고통스러운지를 감각한다. 치료 목적으로 배측전대상피질 절제술을 받은 우울증/만성통증 환자는 정확히 어느 곳이 얼만큼 통증이 있는지는 알지만(왜, 체감각피질에서 그것을 감각하니까), 그것이 성가시지도 괴롭지도 않다. 아프다는 감각은 느끼지만 그게 괴롭지 않다는 게 말이나 되나.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반대의 케이스가 있다. 체감각피질을 일부러 절제할 수는 없지만 뇌졸증 환자들 중에서 그 부분이 손상된 환자들을 관찰할 수 있다. 이들은 불행하게도 자극이 있는 부위가 어디인지 얼만큼 어떤 느낌으로 고통스러운지 모르지만, 물리적 고통이 수반될 때 느끼는 그 불쾌함을 고스란히 갖는다. 이렇게 고통에 대해 반응하는 두 부분의 뇌 배측전대상피질은 사회적 고통에 대해서도 똑같이 활성화되었다. 즉, 신체적고통, 정신적고립 완전히 다른 두 종류의 경험에 대해 배측전대상피질의 활동이 활발해 졌다. 반대의 경우 VLPP(우반구 복외측 전전두피질)은 고통과 고립을 동시에 억제한다. 어쨌든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립은 똑같은 뇌 작용을 한다. 여기까지가 이 책의 주장이다. 그럴까. 정말 그럴까. 고립을 느낄 때 아픈 마음과 꼬집혔을 때 아픈 마음이 똑같을까. 감기 같은 거에 걸려 많이 아플 때 생기는 우울감이 정신적 고립과 같은 걸까.


이 책은 사회적 관계에 대한 뇌의 작용을 설명하기 위해 인간 본성의 여러가지 측면과 심리학적 성취들을 환기시킨다. 그러기 위해 첫번째로 다루는 부분은 심리화 체계이다. 심리화 체계는 배내측전전두피질(DMPFC)와 측두두정접합(TP)의 부분이고, 심리화 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 부분은 매일 접하는 많은 정보를 걸러내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정보를 선별하는데 관여하는데, 의식적 노력이 수반되어야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생명이 없는 도형들이 움직이는 동영상을 의인화시킬 때 주로 활성화되는 곳이 이곳이다. 


거울뉴런체계는 측전두/측두정 부위의 영역으로 '땅콩을 집는 것'과 '땅콩집는 행동을 단순히 보는 것'을 똑같이 반영하는 뇌영역들로, 행동과 지각이 서로 다른 영역에서 처리되는 것이라 믿었던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곳이다. 경두개자극(TMS)는 뇌의 일정 부분의 영역을 사실상 잠시 멈추게 하는 기법으로, 이 방법으로 거울뉴런체계를 비활성화시켰을때, 피험자들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데 더 많은 실수를 저질렀으며, 모방을 통해 새로운 행동을 학습할 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어진다.그래서, 거울뉴런체계에 대한 저자의 결론은 뭐냐하면, 첫번째로 모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두번째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자기인식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자기를 보는 것과 자기를 아는 것. 자기 관찰과 자기 인식 사이에는 구분이 있는데, 몇몇 동물도 거울을 통한 자기 신체의 인식에는 성공한다. 그러나 자신의 정신적 자아를 성찰하는 능력은 인간만이 가졌다. 몸과 마음을 따로 보는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현대에는 과학적으로 틀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우리뇌는 몸과 마음을 분리해서 세계를 바라본다는 점을 설명한다. 신경계에는 자신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는 체계와 신체를 인식하는 체계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얼마나 알까. 추상적 질문이지만 이 질문을 구체적으로 실험한 예가 흥미롭다. 여러 버전의 담배 광고를 본 피험자들은 자기들이 가장 효과적일 거라고 응답한 광고에 대해 실은 자신의 뇌도 거기에 동의했는지 알지 못한다. 내측전전두피질이라는 곳이 가장 활성화게 일어난 때에 본 광고가 실제로는 광고의 효과가 가장 크게 일어났다. 이 내측전전두피질은 주위사람들의 가치와 신념이 동화되는 작용이 일어나기도 하는 곳이다. 


뇌 우반구 복외측전전두피질은 여러종류의 자제력을 발휘할 때 일관되게 활성화된다. 자기의식이란 한편으로는 우리의 충동적 자기와 그 충동적 자아를 다른 사람들이 무엇이라고 말할지에 대한 우리의 상상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조지 허버트미드와 찰스 쿨리. 재인용 p347)다.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을 상기함으로써 그에 맞게 우리 자신을 통제하게 되는 고도의 사회적 과정이다. 실험에 의하면, 거울로 자신을 볼 때 사람들은 부정 행위에 대한 충동을  억제했고 자신의 얼굴 사진을 볼 때 가장 일관되게 활성화되는 부위는 우반구 복위측 전전두피질이며, 이것이 설명하는 것은 스스로를 본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머릿속에 떠올리고 자기 억제와 사회적 규범에 대한 사회적 규범에 대한 순응행동에 관여하는 뇌 부위를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느낌을 말로 표현하거나 단순히 명명할 수만 있어도 감정은 쉽게 조절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세상을 이해하면 세상을 설명할 수 있으면, 세상과 화해되는 것이다. 자신을 설명할 수 있다면 자신의 감정을 명명할 수 있다면 자신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거미 공포증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거미에 노출한 뒤 정서를 말하는 방법으로 치료했을 경우 효과가 가장 높은 사례를 보여준다. 이것은 암묵적 자기 통제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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