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브렌다 - 본성 대 양육 논쟁의 전환점이 된 일란성쌍둥이에 관한 기록
존 콜라핀토 지음, 이은선 옮김 / 알마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기적의 치료법을 발견했다며 불치병의 치료를 증명하던 사람들은 티브이가 꺼진 후 어떻게 되었을까. 불치병에서 살아 남았다고 증언했던 사람들이 조용히 죽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시청자는 아무도 없고, 플라시보 효과로 반짝 기적같은 착각을 주었던 그 가짜 기적의 치료법은 증언한 모든 사람들이 모두 죽은 후에도 계속해서 기적의 치료법으로 남아있게 된다. 기적의 치료법으로 생명을 연장한 듯 보이던 환자들은 모두 죽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사기꾼은 끝까지 영웅이 되어 부를 누린다.


성이 숙명으로 결정된 절대불변의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는 증거가 고작 한 변태적 성도착증을 가진 심리학자의 조작이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시대의 성과학 패러다임이 되어버렸던 시기는 XX와 XY염색체의 차이를 모르던 고대도 중세도, 그렇다고 17세기도 18세기, 19세기도 아니었다. 1960년대 출생의 데이비드는 8개월일 때 필요없는 포경 수술을 받다가 의사의 실수로 페니스가 탔다. 일란성 쌍둥이 중 하나였던 아이는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30개월이 되기 전에 남은 성기의 흔적마저 지우는 트랜스젠더수술을 받고 여성으로 키워졌다. 그는 브렌다가 되었다. 이 책은 브렌다의 이야기이다. 활기차고 남성스러운 기운이 차고 넘치는 타고난 남성 아이에게 남근을 완전히 없애고, 치마입기와 여자 아이용 인형들을 쥐어주고 여자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 여자로 자연스럽게 성장한다는 존 홉킨스 병원의 성 전문가 존머니의 통제 아래, 이른 나이에 쌍둥이를 낳은 어린 부모들은 그들의 사랑하는 아들 데이비드를 브렌다로 만들었다.


이 책을 보기 전 이 사례를 다른 책에서 본 나는 고집스런 유태인 부모의 아동 학대적 결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었다. 그렇지 않았다. 데이비드의 부모는 단지 덜 배웠을 뿐..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자 책임을 먼저 떠올렸고 아이에게 일이 생기자 백방으로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만 모든 것을 헌신했고 그리고 아이와 함께 무너져내렸다. 여기서 부모가 잘못한 건 티브이 방송에 대한 근거없는 신뢰였다. 성전환수술로 아이의 성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맹목적으로 믿은 브랜다의 부모는 머니 박사의 말을 신의 말처럼 따랐다. 환경이 성을 결정한다는 그 이론은 아무리 그럴듯하게 생각하려해도 그럴듯하지 않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사내아이와 여자아이의 태생적 차이점에 대해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좀 활발한 남자아이를 키웠다면 배 속에서도 남녀 차이를 알 수 있다. 발길질과 힘찬 울음소리. 폭 안기기보다는 고집스레 몸을 뻗대고 기저귀갈기에 저항하는 팔다리가 얼마나 억세고 튼튼한지.


머니박사는 자신의 양성애적 정체성을 일반화하고.. 남성 성기에 대한 혐오감을 거세를 통한 성전환 수술 실험으로 확대.. 개개인에게  대재앙을 일으켰으면서 정작 본인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학자로 자리매김하여 그 어떤 누구도 그의 이론을 의심하거나 도발할 수 없는 위치에 올랐다. 역겨웠다. 어린 아이가 자신의 성정체성과 그토록 힘겹게 싸우며 가족 모두가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하나씩 우울증과 알콜 중독, 자살 충동으로 힘겹게 버티고 있을때, 머니 박사는 아이에게 성을 교육시킨다는 명분으로 포르노를 보이고 쌍동이 형제를 발가벗겨 성행위를 모방하는 동작을 취하게 했다. 지금이라면 엄연히 아동학대였을 일이 미국에서 1970년대에 연구라는 미명하에 버젓이 일어났던 일이다.  


참고로, 브렌다가 14살이 되어서야 신뢰할 수 있는 상담의를 만나 자신을 열고, 본인이 남성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래서 그가 그 숱한 시간동안 힘겹게 성적 정체성과 사투를 벌이는 동안 쌓아갔던 존머니 박사의 명예는 브렌다의 실험이 결국 실패로 끝났음을 알게 된 후에도, 그러니까, 아이가 다시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자신의 원래 성을 되찾은 후에도 그 이론이 잘못되었음이 밝혀지지 않았고, 계속해서  그 끔찍한 아기들의 성전환수술과 성바꾸기 '의술'은 중단되지 않고 시행되었다. 아기였을 때 성기를 훼손당했거나 왜소성기를 가진 (중성) 아기들은  데이비드처럼 존 머니 박사의 이론에 빠져 본인들의 의사와 상관 없이 트랜스젠더 수술을 받고 강제 여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성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의학이라는 이름으로 엄청난 실험들... 또 과학은, 우리가 믿는 것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조작을 은폐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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