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과 함께 나이 들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 다툼과 상처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법을 깨달은 55쌍 부부와의 인터뷰
에바 예기 지음, 고맹임 옮김 / 와이즈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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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책 제목에 물음표를 던져봤다.

나이듦은 선택이 아니다. 그러니 '당신과 함께 행복하게'에 촛점을 맞춰야 겠다. '당신과 함께' 일부일처제의 결혼 제도 속에 인생을 송두리째 걸어야 하는 현재의 제도 하에서는 쇠사슬처럼 묶여 있는 숙명이다. 이혼이나 다른 극단적 생각을 갖고 있지 않는 한 말이다. 그럼 '행복하게'는? 누가 인생의 어느 부분에서 안행복하기를 원할까. 그러니 스스로 던진 물음은 우매한 물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물음을 스스로 묻는 것은 내게 이 소망이 그토록 절박한 것인가에 있다. 우리에게 십년도 이십년이 지나고 삼십년 사십년이 되도록 늙어 죽을 때까지 간절한 소망이라면 그저 당신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이다라고 말할 자신이 있을만큼 그렇게 자신의 배우자들에게 애틋하기만 할까?

 

부부생활에서 어떤 것들은 결코 바뀌지 않는 다는 것, 전체적으로 굳어진 생활 방식을 바꾸는 건 어렵다는 것... 이를 깨닫는 것은 가장 어려운 과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 사람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본성이고 변하는 것은 절박했던 사랑이다. 결혼과 더불어 고착된 사고 방식과 가치관과 그 사람의 본성이 변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믿음이다. 내가 가진 작은 세계가 전혀 다른 유전자 조합을 가진 다른 사람의 세계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 그러므로 오랜 질곡을 거쳐 나이들며 서서히 서로를 인정한다는 것은 체념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서로를 인정하고,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 그리하여 이제 조금씩 싸움이 줄어들고 마음에 결혼초에는 마음에 들지 않아 이혼이라도 불사하고 고쳐보겠다고 마음 먹었던 배우자의 모든 행동들을, 그냥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일은 나이를 먹는 일만큼 쓸쓸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해석한다. 해석의 차이는 행동의 차이를 낳는다.

모든 사람은 자신을 해석하고 상대방을 해석한다. 같은 행동을 두고 그것을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반응은 달라진다. 장미꽃을 싫어하는 여자에게 장미꽃을 선사한 남자는 로맨틱한 분위기 대신 이별 통보를 받는다. 여자는 남자에게 장미꽃을 싫어한다고 분명하게 말했으나, 자신의 말을 주의깊게 듣지 않는다고, 무시한다고, 여자의 말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부부가 살다 보면 이런 아주 자잘한 수많은 행동에 수많의 해석의 조합이 부부의 일상을 지배하게 된다. 더 이상 해석하고 싶지 않아졌을 때, 더 이상 해석하지 않아도 될 때, 부부는 평온해진다. 부부는 서로 체념하게 된다. 가을 낙엽같은 쓸쓸함이 남는다.

 

저자 에바 예기는 심리학 교수이자, 심리 치료사로서 상담 중 겪은 부부와 연인들의 일화를 엮었다. 서양과 우리나라와의 문화와 생활 방식, 사고 방식의 차이가 있어서 크게 공감되지 않은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들로 부부가 행복하게 오래 살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들을 소개한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남녀간의 사소한 사례들이지만, 그 부부와 연인들에게는 관계를 좌우하는 중요한 사항들인 것들이 포함된다.

 

어쨌거나 나이는 들어갈 것이며, 결국 남게 되는 것은 두 사람이 어떤 관계속에서 남은 생을 의지하며 살아가게 되느냐인데, 거기에는 부부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가지 부수적인 문제들이 함께 존재하기 마련이다. 양가 부모님을 모시는 문제, 두 사람 중 한사람이 치매와 뇌졸중 같은 큰 병을 얻게 되는 문제, 손자손녀를 보살펴야 하는 처지가 되는 문제, 경제적인 곤궁 등... 아마도 우리나라의 경우는 부부 사이를 결정짓는 가장 큰 문제는 퇴직과 자녀의 출가 이후에 생기는 경제적인 원인이 가장 큰 것이 아닐까 싶다. 답을 주지는 않지만 관계와 나이듦에 대해 객관적으로 현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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