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덜 사랑했더라면, 그렇게 매 순간순간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이 그토록 소중하고 애틋하지 않았다면, 진단 후 37일 만에 떠난 사람의 죽음에 조금 더 초연해질 수 있었을가..


함께 산 시간이 20년이건 30년이건, 서로를 위해 돈을 벌어오고, 밥상을 차리고, 이부자리를 함께 해왔다면, 이미 그 시간 속에 사랑이 스며있을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줄리안 반스는 시간 시간 아내와 함게 했던 농담과 일상을 그리워하며 견딜 수 없어했지만, 그것이 그녀를 너무나도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믿지만, 티격 태격 서로 싸우며 서로를 원수로 여겼다 해도 둘이 함께 했던 세월을 뒤로 하고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그리하여 벌어온 돈을 혼자 쓰고, 혼자 먹을 밥상을 차리고, 여행을 다녀도 집에 가서 얘기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둘이 얼마나 애틋했던가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상실은 견딜 수 없는 일이다. 


앞의 두 에세이는 하늘을 향해 뜨고 싶었던 열기구를 타던 사람들의 일들을 약간의 상상력을 덧붙여 소설 형식으로 썼고, 세번째 챕터는 오로지 아내를 잃은 자신의 비탄의 심경만을 읊고 있다. 다소 줄리언 반스 답지 않은 글이다. 그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 상실감을 어찌나 견딜 수 없었는지에 대한 내용만으로 이루어진 세번째 챕터는 줄리언 반스의 글들 중 가장 인간답고 가장 솔직하며, 그런 면에서 볼 때 어떤 반스다운 깊이나 통찰이 느껴지지는 않는 책이다. 앞의 두 챕터와 세 번째 에세이가 좀 따로 노는 느낌이고, 형식적으로 뭔가가 핀트가 잘 안맞는 느낌이 나기도 한다. 반스다운 완벽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한명씩 한명씩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고, 더 많은 추억을 견뎌야 할 것이다. 나이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상실을 견뎌야 하는 것이리라. 언젠가는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언젠가는 배우자를 떠나보내고, 축복을 받으며 태어나던 순간과 달리, 그렇게 한 명씩 자신과 함께 했던 소중한 사람들을 보내고 나서 완전히 홀로 됨을 경험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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