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어서 밤새읽는 생명과학 이야기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시리즈
하세가와 에이스케 지음, 조미량 옮김, 정성헌 감수 / 더숲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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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서 밤새읽는 OO 이야기" 시리즈 중 생명과학  편이다. 내가 학교다닐 때는, '생물'이라는 과학 시간에 생명과학 분야를 일부 배웠는데, 외워야 할 부분이 많아서, 암기력이 딸리는 나는 과학 중에서도 생물이 어려웠다. 그래도 유전 부분은 우리 때에 아직 덜 정립이 된 모양인지, 지금처럼 복잡하진 않았던 것 같고, 생물학 중에서도 가장 이해에 바탕을 둔 부분이었다고 기억하는데, 이 책의 띠지에 있는 광고를 보면, 아직도 일선 학교에서는 유전 관련 부분을 암기에 바탕을 둔 과목으로 인식하고 있는 모양이다. "생명과학, 아직도 무조건 외우니? 이해하면 쉬워져!"


책의 대상은 학생, 특히 유전 공학 혹은 생명 과학이라고 불리는 분야의 과목을 어렵게 느끼는 고등학생들을이고, 쉽게 쓰여진 애중 과학서를 표방한다. 저자인 하세가와 에이스게는 생태학을 전공했고, 진화생물학자이고, 사회성 곤충을 연구한다. 책의 내용은 DNA의 구조에 관한 교과서적 내용을 서술하고 있는 파트1과 현재 현재 생명과학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재미있는 사실들을 엮은 파트2와 파트3으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1은 생물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DNA의 나선구조와 이중으로 보호받고 있는 유전정보, 염기쌍과 사다리 이론, 수소 결합, 단백질을 이용한 효소의 촉매기능, 세포의 탄생과 엽록체, 미토콘드리아의 구성 등과 같이 교과시간에 등장하는, 이미 유전공학적 파라다임 내에서 체계화된  이론들을 쉽고 단순하게 설명한다. 이 부분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저자 자신이 고등학교 때 과학시간에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사실은 대학 2~3학년에나 가서 제대로 이해했으며, 원리를 이해하면 쉬우므로 원리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때 염기쌍은 푸린염기와 피리미딘 염기의 조합이며 A-T, GC의 조합이라는 것을 배웠지만 시험을 보려면 그것을 무작정 외워야 했다며 불경을 외우는 것처럼 귀찮고 어려운 일이었음을 고백한다. 왜 A-T, G-C로 조합해야 하는가를 이해하면 '그렇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지식이 자리잡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인데, 사실 왜 A-T, G-C로 조합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 역시 그닥 자세한 설명은 아니라, 개괄적인 설명이다. 염기쌍 간의 결합은 +. -의 전하를 띤 말단 원소가 마주보고 그 전기의 힘으로 끌어당기는 수소결합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들이 A-T, G-C의 조합일 때만 끌어당기는 힘이 발생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고등학교 수학책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정도는 교과서에 설명되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딱히 더 재미있거나 쉽게 설명되어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트1에 비해 파트2와 파트3는 생명과학의 여러 이면에서 나타나는 매우 흥미로운 최근의 연구 내용들이 쉽고 재미있게 소개되어 있다. 특히 사회성 곤충의 의사결정 메카니즘과 관련된 자신의 연구와 최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이론들은 까다로운 전문용어 없이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어릴 때, 학교 운동장에서, 개미들이 줄지어서 뭔가를 물어 나르고 하는 모습을 신기하게 관찰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 때의 이들이 어떤 종류의 언어로 서로 통신하고 협력하는지가 매우 궁금했었다. 이후,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읽은 후엔, 그들이 강력한 페로몬을 통해 그 화학물질의 농도나 기타 조건들을 감지함으로써 인간과 같은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일까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여기에 답이 있었다. 저자의 연구팀이 발견한 사무라이 개미의 의사결정 알고리즘을 보자. 


1. 페로몬을 따른다. 

2. 일정수의 개체와 스치면 방향을 바꾼다. 

3. 일정 시간 자신과 스치는 개체가 없으면 방향을 바꾼다. (p137)


사무라이 개미는 다른 개미집을 습격하여 번데기를 강탈할 때, 정철자가 습격할 집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 페로몬을 방출해 행렬을 이끄는데, 정찰 무리가 길을 잃고 헤매면 행렬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정체되다가 결국 뒤쪽 무리부터 서서히 되돌아가기 시작해 전체가 원래 집으로 되돌아간다. 이 세 가지 규칙으로 구성된 알고리즘으로 시뮬레이션 하면 페로몬을 내뿜고 행렬을 이끄는 정찰자의 움직임을 멈췄을 때 일정시간이 경과하면 전체가 원래방향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집단적으로 생활하는 생물이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은 흥미롭다. 각 개체의 지능이 낮은 곤충 등의 사회에서 전체 개체군에 유리하도록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꿀벌이 새 집을 찾아 이사갈 때, 정찰 벌이 8자 춤을 추는 과정을 예로 들었는데, 정찰 벌에게 괜찮은 후보지가 나타나면 8자 춤을 이용해 8자가 만들어내는 방향과 춤의 격렬함으로 목표 지점까지의 거리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주변 벌은 동료의 춤을 보고 그 후보지로 갔다가 8자 춤을 추면서 되돌아가게 되고 이렇게 각 장소에 차례로 벌이 동원되면서 특정 장소에 동원된 개체수가 많아져 그 수가 일정 수를 넘어서면 무리 전체가 날개짓을 시작해서 최종 장소가 선정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파트2와 파트3를 통해 사회성 곤충인 벌과 개미의 집단 행동을 인간의 두뇌와 비교하고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민주주의의 원리와 곤충의 다수 개체의 행동에 따른 의사 결정을 비교하는 과정 역시 흥미롭다. 


유전공학의 깊이 있는 부분을 쉽게 설명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개략적인 설명으로 조금은 부실한 느낌을 받았으나,간략하고 핵심적인 부분을 강조하면서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유전자를 가급적 많이 퍼뜨리기 위해 합리적인 의사ㅣ 결정을 하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는 시대의 패러다임을 쉽고 간략하게 잘 전달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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