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읽은 책

비문학 5권 + 미서평 2권



언론인 백성호님은 행복이라는 화두를 들고 직접 한국의 대표 인문학자  17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서 서로 이질적인 17인들 의 생각들을  자신의 언어로  모아독자 사이에 푹신한 쿠션을 만들었다.학자들이 제시하는 길을 따라 작가가 리드하고 독자와 함께 걷는다.  그들은 음악, 미술, 심리, 철학, 미학, 동양신학, 뇌과학, 건축, 천문학, 시인, 등 온갖 종류의 필드에서 대표적인 전문가들이었다. 저자는 자신이 만난 인문학자들이 그들의 학문 경계 내에서 통용되는 조금 일반적이지 않은 단어를 쓰면, 독자가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그 경계를 허물어 내고 전문적인 말의 개념과 뜻을 쉽게 풀이했고, 그들의 생각에 자신의 해석을 보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다듬었다. 이해해야 하는 개념을 공감할 수 있는 문장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과학도, 신학도, 철학도, 종교도, 심리학도 저자를 통해 산문이 되었다.  그는 서문에 '각 분야에서 자기 나무 한구르를 꿰뚫은 그들은 그 나무를 통해 전공 분야를 넘어 더 큰 세상을 조망하고 있었으며 이 책은 그들이 바라보는 풍경을 이어붙인 삶의 지도'라고 썼다.





세계 최고의 학교는 왜 인성에 집중할까, 최유진

이 책은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가 미국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 중 하나인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의 교사가 된 후 그곳의 교육방식을 상세히 소개한 책이다. 최고의 명문인 만큼 어마어마한 등록금이 요구되는 사립학교이며, 입학을 위해 SSAT 뿐만 아니라, 예능과 스포츠, 봉사 활동, 학교 내 동아리 활동 등의 다재다능한 인재상을 어릴 때부터 갖추어놓아야 한다. 물론 입학사정관제가 소수민족과 외국인 등의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에게도 일정 비율의 입학생을 정해놓고 있어 공평한 혜택을 주고 있긴 하지만, 잘사는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어릴 때부터 개인 레슨과 스포츠 클럽 등을 통한 꾸준하게 준비된 스펙이 있어야만 가능한 바늘 구멍임에는 부정할 수 없다. 교육, 실험, 스포츠, 예능, 기숙사 등 최고의 환경을 갖추고 석박사급의 전문 교사진에 의해 전천후 교육이 이루어지는 이 학교는 한 마디로 교육의 천국이다. 

학교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식은 무척 흥미로웠다. 하나 이상의 악기를 연주할 수 있어야만 입학이 가능한 이 학교에서 예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오케스트라 작곡과 초연이 이루어진다고 하면, 이게 무슨 예술대학교인가 싶다가,  미식축구, 축구, 야구, 하키, 크리켓, 조정, 라크로스, 아이스 하키 등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대표팀에 참여하거나 교육의 일환으로서 스포츠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을 보면 체육대학인가 싶다가, 70여개의 봉사 클럽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행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공부는 언제하는가 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는 2.7 제곱 킬로미터의 넓은 땅에 131개의 크고 작은 건물로 이루어져 있고 루이 칸이 설계한 도서관에는 15만권의 장서가 소장되어 있다는 이 학교. 미국 영화에서 보면 변호사나 의사로 나오는 중산층 이상의 부모들이 아이들의 사립학교 등록금을 걱정하는 걸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장하늘, 글쓰기 표현 사전

사전이란 제목을 가졌다. '글쓰기 표현 사전'이다. 글쓰기라는 게 다분히 창작적인 작업인데, 그 작업에 필요한 지식을 사전 찾듯 찾아보는 게 유용할까? 그냥 글쓰기에 대한 좀 더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거겠지. 한 권쯤 사 두면 언젠가는 필요하겠지. 싶어 구입해둔 책이다. 평생을 글쓰기 연구에 자신을 헌신하신 장하늘 선생이 '문장 표현의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집대성한 최초의 최고의 글 쓰기 사전' 맞다.  830여쪽의 두꺼운 책이다. 소설 읽듯 후루룩 읽을 책도 아니고 공부하듯 한글자 한글자를 파내듯 읽어야 할 책도 아니다. 꽂아두는 책이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수시로 찾아볼 수 있게.  어떤 종류의 글쓰기라도 해당 글쓰기 부분을 찾아 보면 그 표준적인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글쓰기가 막힐 때 펼쳐라. 글쓰기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들 때도 유용하다. 












존 부륵만, 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어찌보면 간단하고 또 어찌보면 진부한 질문이다. 우리는 빠른 기술 발전의 시대를 몸소 체험하며 가끔 아주 자주, 10~20여년 전이라면 상상도 못해볼 일들을 작은 화면의 휴대폰을 통해 공유하면서 순간 순간 이 공간적 자유와 기술 발전의 고른 혜택에 새삼 감회를 느낀다. 야 세상 좋아졌다. 매일매일 분신처럼 지니고 다니는 휴대폰 속 보이지 않게 전 세계로 연결된 네트웍이 왈칵 감동일 때가 있다. 구속하고 지배하여 떨쳐내고 싶은 대상일 때도 있다. 그렇게 연인처럼 친근했다 웬수처럼 고약한 인터넷이라는 통신 수단을 시시각각 만나며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여기서 부룩만이 던지는 질문을 보다 세밀화하게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당신의와 사고방식이라는 키워드이다. 그가 던진 질문은 보편적 주체인 우리가 아닌 당신 개별적 체험을 원하고, 행동방식이 아닌 사고 방식에 대해 말하라는 것이다.

 

인터넷 원년 1992년 이후 우리의 행동 방식은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우리는 작은 짜투리 시간을 멍하니 기다리는 데 쓰지 않고, 우리는 몇시간씩 걸리는 도서관을 가서 책을 찾지 않아도 몇번 키보드만 두드리면 원하는 지식을 얻으낼 수 있고, 얼굴을 보거나 목소리를 듣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인관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의 사고와 더 많은 사람들의 경험으로부터 나온 지혜를 집단 지성이라는 널럴한 메모리 공간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액세스하고 영향받으며 살아간다. 





저니맨, 파비안 직스투스

첫째, 돈없이 여행했다. 그는 통장에 약 30만원 정도를 가지고 떠났다. 해외 여행을의 필수 조건은 여행에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는 것이다. 돈은 떠날 자유를  앗아간다.  떠나고 싶어 일을 하기 시작하면, 떠나고 돌아왔을 때 돌아갈 일자리를 잃기가 두렵기에 망설인다. 원대한 계획을 가질 수록 더 많은 경비가 필요하다. 청춘에게 떠나고 싶을 때 훌훌 떠날 수 있는 돈이란 좀처럼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 파비안은 여행을 가기 위해 노동력을 저당잡히는 대신 여행을 가서 벌기로 했다.


둘째,  그는 준비되어 있었다. 여행을 가서 일을 한다는 앞서 이야기한 워킹 홀리데이와 비슷하지만, 그는 다르게 접근했다. 그는 쉽게 찾을 수 있는 막일, 착취당하는 제3국의 이민자같은 일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전문성을 인정받는 일,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커리어에 어떤 식으로라도 도움이될 수 있는 일, 그리고 그가 '일'로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이것이 중요하다. 어디든 어느 나라에 가서건 자신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그것으로 적어도 머물고 먹을 수 있는 만큼의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일. 대단한 건 아니다. 그는 아직 서른살, 대학을 막 졸업했고, 프리랜서로 일한 경력이 있다. 인테리어 학부를 졸업했지만, 전공과 관련된 경험은 풍부하지 않았고, 디자인과 사진은 학비를 벌기 위해 계속 해왔던 일인 것 같다. 일을 하는 댓가로 여행의 최소 경비인 숙식만 제공받으면 되는 일을 했다. 재능 기부를 통해 자신이 전문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제공하고 그 댓가로 잠잘곳과 먹을 것만 제공받겠다는 소박한 마음가짐이 그에게 전문 일자리를 제공한 셈이다.

 

미서평 




















아직 읽는 중...






















문학 - 이 달에는 탐정, 스릴러, 미스터리 계열을 많이 읽었다. 총 9권 + 미서평 1권



Y의 비극, 엘러리 퀸 

당신은 이미 범인을 앍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다. 바다에서 건져올린 시체다. 불우한 해터가의 주인, 화학자, 요크 해터씨다. 석연치 않은 자살 판정. 그러나 그의  죽음은 서막에 불과했다. 몇달 후 해터가에서는 루이자를 겨냥한 또다른 살인 미수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 발생한다. 어두운 광기에 휩싸인 해터 가의 저택이 공간적 배경의 전부이다. 독자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으스스한 저택에 괴이한 해터가의 자식들과 함께 갇혀 답답하다. 용의자이자, 잠재적 피해자이자, 새로운 사건의 잠재적 범인인 해터가의 모든 사람들에게는 외출금지령이 떨어지고, 여러 명의 경찰이 구석구석 배치된다.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 두 딸과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루이자, 가정교사, 운전사, 하녀 등 그 집에서 생활하는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한 발작도 떠나지 못하지만,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결정적인 알리바이들이 있다. 사건을 담당한 섬 경감도 감시와 사건 해결을 위해 해터가를 떠나지 않고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지만, 그가 있는 동안에도 루이자를 향한 살인 미수극은 계속된다. 드루리 레인은 섬 경감이 의지하고 있는 민간인으로, 타고난 직관으로 논리적인 사고력으로 문제 해결을 하는 인물로, 한물 간 퇴역 배우이다.  그 역시 청각 장애인이다. 그에게는 잃어버린 하나의 감각을 상쇄시키는 또다른 감각을 주었다. 논리적 추리력, 직관이다.



스티븐 킹, 닥터 슬립 1,2

샤이닝의 특성 중 하나는 언어가 아닌 생각만으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토미는 어릴 때부터 댄에게 나타나는 상상 속 친구이다. 속이 깊고 현명한 내면 자아이다. 댄은 성인남녀의 머릿속에 모든 발달 단계의 내면 자아가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토미는 어릴 때의 모습 그대로인 채로 자라지 않았고, 댄은 서른 살이 넘었다. 어떤 일을 계기로 아브라와 알게 되었는데 아브라는 서른 살인 자신과 만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대니와 대화를 한다. 샤이닝들은 보이지 않는 머릿속으로 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상상으로 서로 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상 상속 도우미와 아브라는 서로 친구가 된 것이다 이렇게 기발할 수가..



피에르 르메트르, 알렉스

소설은 사건 해결을 위한 수사팀의 이야기와 납치된 알렉스의 시선으로 된 이야기의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알렉스의 이야기로 들어오면 피가 뚝뚝 떨어지고 전형적인 참혹한 스릴러가 쉴 새 없이 펼쳐지지만, 수사팀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신원 파악도 안된 알렉스의 정체와 비밀이 서서히 파헤쳐지는 과정이 카미유의 시점을 중심으로 인간적이게 서술된다. 수사 반장 카미유와 예심판사 사이의 으르렁거리는 기싸움과 그 사이에 낀 채 양쪽에서 쿠션역할을 하는 르 구엔 서장,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어버린 듯한 지식과 엄청난 부, 그리고 따스하고 사려깊은 엄친아 같은 남자 루이, 스쿠루지처럼 돈을 아끼며 주변사람들에게 빈대붙어 먹고 사는 아르망, 어떤 결핍의 상징처럼 고집스럽고 자신 밖으로 한 발작도 나오려 하지 않는 난쟁이처럼 작은 카미유, 권위에만 의존한 채 허수아비처럼 서 있으면서도 사사건건 카미유와 위태로운 관계를 만들며 부딪치는 예심판사.


탐정 매뉴얼, 제더다이어 베리 

배경은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20세기 초 쯤에서 시간이 멈춘 어떤 도시이다. 이름도 없는 시대도 알 수 없는 이 도시에서 사람들은 몽유병 환자들처럼 꿈 속을 살고, 안개 쌓인 거리는 온통 잿빛이고, 거리엔 매일 비가 내린다. 인셉션의 도시처럼 환상적 신기함이 미로처럼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도시가 아니다. 도시의 외향은 비루한 현실적 모습을 감추지 않는다. 그러나 그 현실속에 비현실적 풍경들이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탐정 소설의 주인공 언윈이 매일 비에 젖어 질척거리는 양말을 낡은 구두 속에 신고  자전거를 타고 빗속을 출근하는 곳은 고층으로 올라갈 수록 안개에 점점 히미해지는, 거대하고 높은 건물의 '탐정 회사'다. 

...꿈과 현실이 모호하다. 작가가 꿈과 현실을 수수께끼처럼 왔다갔다 하는 건 아니고, 꿈은 꿈이다 라고 명시해 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현실과의 관계가 모호해지는 것이다. 현실이 꿈을 모방하는가 꿈이 현실을 모방하는가. 현실 속의 사람들은 잠든 채 꿈을 모방하고 꿈 속의 세부사항들은 사건 해결의 단서처럼 의미 심장하다. 이런 것들의 파악이 힘들어서 앞뒤로 책장을 넘겨가며 읽다가 어느 순간, 독자로서의 탐정노릇을 포기하고 나니 흥미로운 요소들이 거기에 별처럼 반짝거린다. 다시 말해, 어릴 때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읽거나 <인셉션>같은 영화를 볼 때의 기이함에 촛점을 맞추니, 이 책을 읽는 것에 대한 새로운 눈이 떠졌다.

 

밤, 호랑이가 온다, 피오나 맥팔레인

 루스가 앓고 있는 치매는 루스를 루스로부터 소외시킨다. 우리는 연속적인 기억과 그 기억의 작용이 만들어낸 새로운 시간들로부터 자아를 뽑아낸다.  그래서 기억의 단절은 자아의 상실과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사실 이 책이 치매 노인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정보를 주워들은 나는, 그녀의 시점에서 쓰여진 글이라는 점에서 모든 상황을 의심하였다. 그녀의 기억은 사실일까? 그녀가 기억하는 키스는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는 실제로 존재했던 남자일까? 프리다가 조지와 합작해서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50년 전의 그 감정을 그대로 불러오는 것을 읽으며 먹먹한 슬픔을 느꼈다. 90살이 된 남자에게 18세 소녀가 사랑했던 남자에게 느꼈던 똑같은 지적 열등감과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들... 그 끝나지 않은 노년을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일이 밤을 지나면서 여운이 되고, 슬픔을 주었다. 






소년은 눈물 위를 달린다. 팀 보울러

15세 소년의 1인칭 시점이다. 청소년 성장 소설이면서 장르적으로는 미스터리 스릴러 계열이다. 집안을 서성이던 음산한 그림자의 정체. 아빠의 밴 주행계를 매일 갱신하는  하루 300킬로 이상의 장거리 주행 기록. 소년을 감시하고 협박해서 새벽 2시에 물건 배달을 시키는 플래시 코트의 흐트러짐없는 태도.  소년 지니에게 하나씩 둘씩 계속해서 쌓여가는 이런 미스터리는 완전히 소설의 끝까지 가서야 그 확실한 정체를 드러낸다. 마지막 몇쪽을 읽기 전까지 저 많은 미스터리 중 어느 것 하나도 확실하게 풀리지 않는다. 책장을 넘길 수록, 결말이 얼마 안남았음에도 점점 더 급류에 휘말리듯 소년이 원치 않는 사건 깊숙히 개입하는 모습만 안타까이 지켜볼 뿐이다.












기 드 모파상 단편집

모파상의 짧은 단편들을 읽으면 반짝이는 별빛과도 같은 아주 작은 수많은 반전들과 맞닥뜨린다. 그것은 평범한 인간들이라면 상상할 수 없거나, 혹은 윤리적 도덕적 관습적 가치 체계에 맞서는 대단한 반전이나 복수와 같은 것들이 아니라, 보편적 인간의 다양성을 설명해주는 것들이다. 독자는 소설을 읽으며 상상도 못할 대단한 반전이나 혹은 매혹적 문체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가 주로 접하는 짧은 단편 속에는 반전보다는 대개 어떤 상황이나 주인공의 내면 세계를 통한 주제의식과 더 자주 만난다. 그래서 단편은 자주 이해하기 어렵다. 모파상의 단편은 그렇지 않다. 그가 19세기에 쓴 짧은 단편들은 예측을 조금 벗어나는, 완결된 하나의 이야기들이다. 







성석제, 투명인간

때로 세밀한 풍경화 같다. 가끔은 서정적고도 정겨운 산문 같다. 빛바랜 신문의 사회면 기사 같은 곳을 만나기도 한다. 갑자기 시골 소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문체가 나타난다. 우민에게 보내는 혁명가의 선동 메시지 같을 때도 있다. 다중 인격의 작가가 쓴 짧은 단편집 모음 같기도 하다. 인간 시대 같은 타이틀을 가진 프로그램에 나와 인터뷰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긋 나긋 편지쓰듯 쓴 것도 보인다.  산더미 같은 이야기와 셀 수 없는 아픔과 수많은 시대적 풍경을 3대에 걸친 많은 화자들의 입을 통해 재현한다. 김만수와 인연으로 깃을 스친 사람들이 살아온 길에는 긴 근현대사의 소용돌이 속 태풍의 눈이 있었다. 그것을 피할 길 없이 온몸으로 살아오는 과정 속에서 김만수를 보았다. 누구는 조금 멀리서 스치듯 보았고, 또다른 누구는 가까이서 피를 나눴다.  












미서평, 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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