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눈물 위를 달린다
팀 보울러 지음, 양혜진 옮김 / 놀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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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주정뱅이 아빠. 바람난 엄마. 밀린 집세. 학교 건달들의 괴롭힘. 15세 소년에게 주어진 환경은 이렇게 비루한 것이다. 엄마가 총상으로 입원하자 집엔 먹을 것마저 떨어진다. 아빠라는 작자는 아들이 굶고 기다리는 것도 모르고 제 입에 들어갈 햄버거 달랑 한 개를 사들고 들어온다. 그마저, 허공에 날아간다. 이런 가족이라면 없는 게 낫지 않을까. 차라리 없다면 시설에서 적어도 배는 곪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은 거짓말을 한다. 아이들의 거짓말은 사소하고 허술하다. 굳이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될 일들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고, 숨기지 않아야 될 일들을 숨긴다. 소년이 안타까운 건, 그 없어도 될, 차라리 없으면 좋았을 가족들에 대한 애증이다. 아빠가 싫고, 엄마가 싫고, 그들에겐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위험들 중 그 아무것도 공유하고 싶지 않은 존재로서 거기에 있음에도, 아이는 그들이 위협받자 죽을 힘을 다해 달린다. 아이는 아빠를 의심하고 감시하고 다그치며, 엄마의 비밀을 혼자만 간직한 채 숨죽여 지켜본다. 그러면서도 아이는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그 무서운 일들을 혼자서만 감당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싫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낯설고 두려운 심야의 찬 공기를 가르며 골목을 돌아 번뜩이는 칼날을 허리춤에 찬 건달들이 앞을 막고,  마약에 취한 인간들이 어슬렁거리는 유흥가를 지나 공원 숲을 건너 가족의 안전을 향해 소년은 달리고 또 달리고 또 달린다.

 

15세 소년의 1인칭 시점이다. 청소년 성장 소설이면서 장르적으로는 미스터리 스릴러 계열이다. 집안을 서성이던 음산한 그림자의 정체. 아빠의 밴 주행계를 매일 갱신하는  하루 300킬로 이상의 장거리 주행 기록. 소년을 감시하고 협박해서 새벽 2시에 물건 배달을 시키는 플래시 코트의 흐트러짐없는 태도.  소년 지니에게 하나씩 둘씩 계속해서 쌓여가는 이런 미스터리는 완전히 소설의 끝까지 가서야 그 확실한 정체를 드러낸다. 마지막 몇쪽을 읽기 전까지 저 많은 미스터리 중 어느 것 하나도 확실하게 풀리지 않는다. 책장을 넘길 수록, 결말이 얼마 안남았음에도 점점 더 급류에 휘말리듯 소년이 원치 않는 사건 깊숙히 개입하는 모습만 안타까이 지켜볼 뿐이다.

 

팀 보일러는 어찌 그리 15세 성장 소년의 행동과 내면을 명확히 꿰뚫은 듯 적절히 잘 묘사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보면 볼수록 15세 사내 아이들이 하는 행동, 말하는 방식, 거짓말하는 수법. 부모와의 갈등 관계를 대면하는 태도 등 아들을 둔 엄마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그대로 그려내었다. 게다가 부모와의 말싸움에서 교묘하게 자신의 문제를 우회하고 부모를 공격함으로써 우위를 점하는 기교까지 아이들의 심리 뿐만 아니라 머리 속에 아이들이 들어 있는 것 같다.

 

사건이 해결되고 가족의 사랑이 확인되는 순간, 마음을 놓이며 책을 덮지만, 현실은... 이라는 질문에 누가 마음을 놓을 수 있을까. 작가 팀 보일러의 인터뷰를 읽던 중 자신의 소설은 청소년 소설이라는 말보다는 자신의 소설에 청소년이 등장한다고 말하던 대목이 생각난다. 그 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청소년이 등장하는 그 소설의 배경이 사회적 환경, 사회 구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소외되된 약자의 환경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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