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와 유전자는 다르다. 학문적 발견 과정도 다른 루트를 통해 발전되어 왔다. DNA는 물질이고, 유전자는 긴 DNA 가닥으로 이루어져있고, 세포액 속에 있는 염색체는 DNA로 가득한 책이다. 처음 DNA를 발견하게 된 건, 요한네스 프리드리히 미셔의 청력상실 덕이었다. 청력 손실로 청진기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자, 호페 자일러의 실험실에서 혈액 세포에 있는 화학 물질의 종류를 연구하던 끝에 단백질에는 없는 인이 3% 나오는 물질을 분리해 냈고 이를 뉴클레온으로 이름붙였다. DNA가 발견되어 미셔는 학문적 성취를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그게 다였다. DNA는 뭘 하는 지 모르는 그냥 혈액속의 물질일 뿐이었을 것이다. 겨우 150년이 채 못된 1869년의 일이다. 1900년대 멘델의 유전학과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불꽃튀는 내전을 겪었다. 모건이 이끄는 팀은 이 둘을 합쳐 현대 유전학이라는 거대한 테피스트리의 토대를 마련했다. 1940년대까지만 해도 유전의 매개물질이 DNA라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 않았으며 유전학자들은 DNA 대신 단백질 우물만 끝도 없이 파대고 있었는데, 왓슨과 크릭이 결정적으로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하게 된 계기는 허쉬와 체이스라는 바이러스학자의 아이디어가 결정적이었다. 그들은 바이러스가 세포속에 유전물질을 집어넣어 세포를 탈취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바이러스의 구성 정보가 DNA와 단백질로만 되어 있는데 그 중 DNA만이 세포에 침투했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를 발표하지 않았더라면, 아직까지 우리는 전혀 근거 없는 낭설만을 가지고 유전적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DNA와 RNA 암호가 풀리자 드디어 미셔의 DNA와 멘델의 이론이 합쳐져 조화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조차 틀린 것이라 무시했던 라마르크의 용불용설, 획득형질 이론은 최근에서야 동안 발전한 후성유전학이라는 이론과 만났다. 학문과 학문의 접점. 그것이 진보를 이루게 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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