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그는 예술가, 음악가, 유명인 들의 인명과 작품 일람 등 숱한 고유명사를 나열하며 예술을 대상화하기를 피한다. 다만 역사 속에서 음악과 예술의 시원을 탐측하고,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 가운데 서 가장 음악적이고 예술적인 순간들을 날카롭게 포착해 리드미컬한 문장으로 풀어나간다. 음악과 예술을 이미 체화한 시인만이 서술할 수 있는 이 한 편의 장대한 서사시 같은 세계사 속에서 선후관계나 권력관계보다 중요한 것은, 존재와 순간의 개별성과 단독성이다. 
이 책에서 역사를 분절하는 것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서술의 가치를 가진 역사의 다양한 장면들이다. 그 장면은 하나의 문명일 수도 있고 한 인물일 수도 있다. 물론 한 권의 책일 수도 있고 한 편의 오페라일 수도 있다. 이러한 조각조각의 존재들이 모여 거대한 모자이크와도 같은 역사를 이루어간다. 또한 이 책의 마디마디를 이루는 장면들은 서로 엇비슷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를테면 이 책에서 ‘셰익스피어’라는 인물은 ‘잉카 문명’의 역사와 맞먹는 존재이며, 단테의 『신곡』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필적하는 사건으로 취급된다. 이러한 해석과 서술이야말로 이 책이 다른 역사서들과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 책에서 역사는 약육강식과 우승열패의 전쟁터가 아니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예술의 풍경화이다. 책 제목이 그것을 암시한다. 왜 하필 ‘음악의’ 세계사인가? 음악은 물처럼 흐르고 역사는 음악처럼 흐른다. 그러므로 ‘음악의’ 세계사는 말 그대로 ‘음악의’ 세계사이기도 하지만 ‘음악 같은’ ‘음악처럼 흐르는’ 세계사이기도 하다. 즉 음악은 예술을 달리 부르는 상징적인 이름이며, 이 책이 지향하는 것은 스스로가 곧 예술인 역사, 인간의 가장 위대한 예술품으로서의 역사, 바로 그것이다.(출판사 소개글)


네이버 문학동네 카페(http://cafe.naver.com/mhdn)에 2011년 1월 3일부터 11월 21일까지 ‘우리 시대의 명강의’ 코너에서 ‘삶을 바꾼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연재되었던 한양대학교 정민 교수의 글이 동명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정민 교수는 2004년 대한민국 인문 독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던 『미쳐야 미친다』를 통해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운명적인 만남을 소개한 이래, 10여 년 동안 정약용과 황상에 대한 자료가 있는 곳이라면 그 어느 곳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녔다. 그렇게 해서 만난 소장자들을 어렵게 설득해 새로운 자료들을 발굴하고 그 노력의 결실로,『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다산어록청상』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 『다산의 재발견』 등을 발표하면서 다산 정약용의 삶과 학문적 업적 그리고 그 문화사적 의미를 다각도로 밝혀왔다. 『삶을 바꾼 만남 :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은 저자의 이런 오랜 노력의 정점을 찍는 결과물이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한 기간은 1801년에서 1818년까지 18년 동안이다. 그는 이 기간 동안 조선 후기 최고의 지적 성취에 속하는 수많은 저작들을 쏟아냈다. 또한 조선시대 권력의 변방이었던 그곳 강진에서 아암 혜장과 초의 의순 등의 승려들과 교유하며 새로운 지적 흐름을 주도하는 동시에 자신의 독창적인 교육법을 통해 제자들을 키워냈다. 그 제자 가운데 황상이 있다.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하는 인문학이 귀결할 지점은 추상화된 인류가 아니라 구체적인 한 인간이어야 할지 모른다. 지워진 흔적들과 세상에 나오지 못한 채 꼭꼭 숨어 있는 먼지 낀 자료들을 찾아내야 하는 한문학의 길에서, 한 사람의 생애를 그가 맺었던 관계들의 망을 통해 입체적으로 복원하고 그 삶의 잊힌 의미를 되살리는 작업은, 어렵기에 더욱 빛난다. 정민 교수는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삶을 바꾼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인간 정약용의 속살 같은 마음을 만나게 하는 동시에 끊겨 있던 흔적들을 추적하여 황상이라는 한 사람의 빛나는 삶을 복원시켜낸다. 
이제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아름다운 만남은, 독자들의 머리를 깨우고 가슴을 울릴 것이다. (출판사 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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