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몽환화는 노란색 나팔꽃에 존재하는 강한 환각작용을 모티브로 삼은 추리 소설이었다. 다투라(Datura)에는
트로판 알칼로이드 성분이 가득한데 그 가운데서도 아트로핀, 히오시아민,스코폴라민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성분들은 모두 환각을 일으키는
LSD보다 높은 효과가 있다. 이 독성은 잘못 사용하면 영구적인 정신병이나 죽음에 이를 만큼 매우 위험하다. 천사의 나팔꽃이라 불리는 점,
길이가 30센티가 넘는 나팔꽃처럼 생긴점과 강력한 환각작용을 보면 확실치는 않지만 몽환화에서 소재로 쓰인 노란색 나팔꽃이 아마도 이 팩에서
소개하는 다트라인 것 같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인들은 이 꽃을 재배하여 환각제로 사용하였다.
알고 보니 환각 작용을 하는 식물들은 양귀비나 대마와 같이 잘 알려져 일부나라를 제외하고는 재배가 금지된 식물들 말고도 많았다. 전설의
재즈 음악가 찰리 파커는 자긴의 밴드에게 육두구의 최면 효과를 알려주고 그 가루를 우유나 콜라에 타 마실것을 권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스
의사들은 야생상추의 수면 효과에 주목했다. 상추의 잎을 잘랐을 때 배어나오는 하얀 액체 락투카는 아편과 마찬가지로 신경을 안정시키고 행복감을
유도하는 비마약성 진정제의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시골의 생울타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벨라도 사리풀 투구꽃 맨드레아크와 같은
야생화들에는 알칼로이드, 아트로핀, 히오시아민, 스코폴라민 등의 환각 성분이 들어 있어 마녀들이 빗자루를 타고 다녓다는 것은 이런 약초들을 통한
환각 체험이었을 거라고 추측한다.
믿거나 말거나 정력제로 일려진 식물도 많다. 아즈텍 부족들이 별미로 먹던 아보카도는 고환을 닮아 그 어원이 고환을 뜻하는 아휴야카티에서
유래되었는데 티브이 광고에서 정력제로 소개된 이후 인기가 치솟았다. 인도 요리에 많이 쓰이는 향신료 육두구(nutmeg) 역시 정력제의 효능이
있다는 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었다. 성욕부진 환자들은 이것을 생식기에 문지르라는 처방을 받기도 했다.
옛부터 통증완화제 및 약초로 쓰인 식물들은 말할 것도 없이 많다.그리스 의사들은 머위잎을 채썰어 상처부위를 치료했고, 서양고추냉이
민들레와 함께 두통 치료제로 사용해왔는데 최근 활성 성분인 페타신과 이소페타신이 편두통을 가라앉힌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살비아 역시
만병통치약으로 통했는데 현대의 연구에 의하면 살비아 추출 기름은 살린 등의 유효 성분을 포함하는 상당량의 탄화수소를 함유하고 있어 항균 소독
각성 스트레스해소에 효능이 있고 통증을 완화시키고 각종 염증을 호전시킨다. 중국에서는 3천년전부터 광범위한 피부질환 치료제로 써온 우엉 뿌리는
피부병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유효성분을 지니고 있다. 히포크라테스의 글에 겨자는 근육통 완화와 치통 치료에 썼고 15세기까지
강장제로 처방되었다. 에키네시아는 감염 물질을 재빨리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백혈구의 림푸구 생산을 촉진시키고 감염과 맞서 싸우는
백혈구의 포식 세포를 활성화시킨다고 알려진 에키네시아는 면역체계를 강화시키는 식물의 치료법 가운데 가장 강력항 것이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식물도 있다. 씨앗에서 나오는 기름이 설사약으로 효능이 알려지고 중세 이래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면서 약리작용이 알려진
아주까리는 기름 추출시 치명적인 부산물 방출한다. 옷핀 머리 크기에 500밀리그램의 리신이 성인 한 명을 충분히 죽일 수 있는 양이어서 실제
KGB가 암살에 사용하였다.
알팔파는 현재는 주로 새싹채소로 식탁에서 소비되지만 로마와 페르시아에서는 토양을 개량시키는 데 이용했다. 대기 중 질소를 뿌리의 혹에
비축하는 능력이 토양을 비옥하게 했다. 알팔파의 이러한 능력은 오늘날 유기농 농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때 카리브래 원주민들이 인육의
양념으로 썼던 파인애플의 열매 속에는 브로멜리안이라는 효소가 지방을 분해하고 육질을 부드럽게 한다. 산세베리아는 벤젠,
트리클로로,에틸렌,포름알데히드를 포함한 107가지가 넘는 오염물질을 씻어낸다. 100제곱미터의 방에 다섯개의 잎이 달린 화분 하나로 공기를
정화시킬 수 있다.
식물에 관련된 100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다. 영국의 식물 전문가로 통하는 저자는 지구상에 알려진 식물들 중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취를
남겼거나 유용한 능력을 제공해준 100가지 이야기를 짧막하게 정리했다. 여기 소개되는 식물들은 일러스트로 매 장마다 표현되어 있고 모두
컬러이다. 아이들에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독자층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