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입니다
안도현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굽이굽이 펴리라

 

ㅡ황진이

 

 

길고 긴 시간의 기다림. 짧은 만남. 아쉬운 이별. 님 그리워 더욱 긴 밤의 시간을 한 허리 베듯 뚝 잘라다 그걸 또 이불 밑에 두었다가 그분이 오신 짧은 시간에 꺼낼 수 있기를 바랐다. 이 시조를 볼 때마다 언어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안도현 시인이 고른 글귀에도 이 시가 있었다. 그가 아는 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우리 고시조 중 가장 아름답고 절절한 작품이다. 내가 아는 한에서는, 모든 시의 범주에서 가장 아름답고 절절하다.

 

 


간 밤에 자고 간 그놈 아마도 못 잊어라 와야 놈의 아들인지 진흙에 뽐내 듯이 사공놈의 성령인지 사앗대로 찌르듯이 두더지 영식인지 곳곳이 뒤지듯이 평생이 처음이요 흉중에도 야릇해라 전후에 나도 무던히 겪었어라 참말로 간밤 그놈은 차마 못 잊을까 하노라

ㅡ 이정보의  우리 사설시조 <간 밤에 자고 간 그놈> 전문

풀이는 이렇다.

 

간 밤에 자고 간 그놈 참 못잊겠네. 기와 만드는 놈의 아들인지 진흙을 마구 짓이기는 것처럼, 사공놈이 손으로 삿대를 잡고 찌르는 것처럼, 두더지의 지체 높은 아들인지 내 놈 곳곳을 뒤지는 것처럼, 평생에 처음이었네, 이 가슴도 야릇하네.  이전에도 나 그런 일 수없이 겪었으나 참말로 간밤의 그 놈은 차마 잊을 수가 없네. 87

 

사설 시조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서민 문학이라 할 만 합니다. 고리타분한 시조 형식을 파기하는 대담성도 놀랍지만 재담• 욕설• 음담 등을 시조의에 도입함으로써 풍자와 해학의 세계를 호쾌하게 열어제친 아주 귀중한 문화 유산입니다. 87

안도현 시인의 산문집 <나는 당신이다>는 그의 서재 오래된 책 속에서 찾아낸 밑줄과 그 밑줄 속 생각들을 담아낸 책이다. 10여년 전에 쓴 <100일 동안 쓴 러브레터> 라는 두 권의 책에서 추리고 개정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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