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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특강 - 가장 기본적이고 실용적인
김해식 지음 / 파라북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무슨 일이든, 그 일에 대한 단단한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주먹구구 머리 속에서 나오는 대로 부딪쳐가며 배운 것들에는 어딘가에 홀이 존재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태생적으로 갖는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이과 출신인데다가, 글쓰기라는 과목을 한 번도 교육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는 내가, 글쓰기 책을 집어 든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가끔은 문단은 어디쯤에서 나누어주어야 할까. 개인블로거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편지와 같은 완전 사적인 것도 아니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우연히 눌러 읽을 수도 있는 공적인 공간에 글을 올리면서, 오류를 확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체나 형식은 적당한 것일까. 이 글이 리뷰라는 범주의 글쓰기에 맞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문과 출신의 친구 하나는 생각이 복잡해지면, 이과용 수학의 정석 II을 풀어보곤 했다고 한다. 나도 무언가를 하다가 잘 안풀리면 그 분야의 대학 개론서나 전공책류를 사서 읽는다. 물론 대개는 앞에 옆에 뒤에 쬘끔쬘끔 읽다 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글쓰기가 안풀리기 시작한다고 느낀 건, 리뷰라는 것은 어떤 형식을 가져야 하는 걸까 라는 회의가 들어서가 아니라, 그 형식적 기반이 체계적으로 머리속에 자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진단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처음부터, 기초부터, 꼼꼼히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수학의 정석처럼 글쓰기의 정석적인 방법은 어떤 것인가를 살펴보기로 했다.
김해식 저의 글쓰기 특강은 체계적 글쓰기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지침서라고 서문에 쓰여있다. 스스로 글쓰기 훈련을 하고자 하는 논술준비 수험생, 시험답안과 리포트를 써야하는 대학생, 보고서와 논문을 써야 하는 대학원생, 직장인들이 그 대상이다. 말 그대로, 글을 많이 써야 하는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경험적으로 터득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첫장은 독서 방법, 독서 자료의 정리 방법부터 시작한다. 자신의 독서 철학도 함께 피력한다. 베스트셀러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조금 극단적이기는 하나, 재미있어서 인용해 왔다.
단순히 재미를 위한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독서는 피해야 한다. 소위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것은 장사치의 농간에 의한 것이거나 약간 모자라는 사람들의 잔칫상이라고 생각하는 지적 오만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글쓰기를 위한 독서 - 체계적인 독서를 위한 독서 메뉴 선택 중 38
일부 베스트셀러의 경우,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게 베스트셀러를 읽는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동참한다는 의미다. 물론 장사치의 녿간도 한 몫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베스트셀러를 읽으면서 나는 왜 사람들이 이 책들을 읽을까에 주목하게 된다. 매년 비슷비슷한 제목의 비슷비슷한 책을 내는 김난도 교수의 책을 읽어보면 이미 스펙 경쟁으로 내몰린 젊은 청춘들에게 또다시 힐링이라는 마케팅 키워드로 그들의 속주머니까지 탈탈 털어 소비 시장으로 끌어모으는 자본의 속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나 역시 베스트셀러는 읽자 마라는 저자의 견해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로 피해야 할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다.
다음 장, 글쓰기 방법에서 글쓰기 연습의 효과적인 방법으로 좋은 글을 찾아 읽고, 그 글을 기억해서 따라쓰는 방법을 소개한다. 또한 친구를 비평가로 활용하라는 방법도 인상적이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오류를 지적해주는 좋은 친구를 두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다.
자료 읽기 방법으로, 밑줄을 치고 색이나 기호를 사용한다 재료를 읽는 과정에서, 문잠이나 착상이 떠오르면 반드시 그 때 메모를 해 둘 것을 충고한다. 순간적인 착상은 논문의 독창성을 높이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생각은 지나가고 잊혀진다는 점은 강력하게 동의한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을 읽을 때에도 많은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걸 다 메모를 하려면 책의 맥락을 놓치기 쉽고, 또 막상 침상에 누워 소설책 같은 것을 보다가 메모를 하기 위해 부시럭거리고 하는 일은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내 경우, 가끔 스마트폰에게 받아쓰기를 시켜 인용문을 입력해두기는 하지만. 이것은 실로 매우 귀찮은 일이다.
또한 자료 정리는 자료를 다 읽고 난 뒤에 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맥락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무질서하게 정리 하거나 결국에는 쓸모 없는 것을 기록하는 등 불필요한 수고를 덜 수 있다. 독서카드에는 서지, 내용 요약, 인용문 자신의 의견이나 논평 을 적고 활용 목적에 따라 카드를 구분하는 표시를 해 준다
글쓰기 방법에서 기억해야 할 부분. 원칙적으로 다른 사람의 인용을 다시 인용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간접 자료에서 재인용하고는 마치 원본을 보고 인용한 것처럼 꾸미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이다. 부득이하게 재인용하는 경우에는 누구의 글에서 재인용했는지 출처를 밝혀야 한다.
개인적으로 별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글쓰기 기본을 교육받을 기회가 없는 고등학생, 대학생들의 레포트, 논문, 논술 등의 지침서로서는 괜찮을 듯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