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시코드가 피아노의 조상이라는 생각은 틀리다. 하프시코드는 키타라처럼 현을 튕겨서 소리를 내는 발현악기이고 피아노는 현을 때려서 소리를 내는 타현악기이다. 하프시코드는 스피넷과 한 가족이고  피아노는 중세 말 건반을 쳐서 현을 때려 소리를 내도록 고안된 클라비코드와 한 가족이다.  그러므로 피아노의 조상은 클라비코드이다. 현을 뜯어서 나는 음악은 짧고 날카롭고, 이론적으로는 소리의 세기도 변화가 없다. 하지만 현을 때려서 나는 소리는 울림이 꽉 차 있는 느낌에 현을 때리는 힘의 강도에 따라서 소리의 세기도 달라진다. 클라비코드와 하프시코드는 비교적 오래된 악기지만 해머형 피아노는 1750년에 개발되어 18세기 말에야 하프시코드를 대체하게 되었다. 하프시코드가 균일한  세기의 짧은 소리를 내고 연주자의 터치에 따라 민감하게 달라지는 소리를 얻을 수 없는 데 비해, 피아노는 여리게도 세게도 칠 수 있는 악기였기에 이탈리아어로 여리게를 뜻하는 피아노와 세게를 뜻하는 포르테가 합쳐져 피아노포르테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겄을 간단히 줄인 말이 피아노이다.

 

하프시코드로 역동적인 뉘앙스를 표현하기는 어렵죠. 그런데 낭만파에게는 이 뉘앙스는 아주 중요한 것이어서 하프시코드는 부수적인 악기로 치부되고 맙니다. 지금은 하프시코드의 깔끔하고 단호한 소리와 콘트라스트가 딱 떨어지는  음악 취향에 아주 잘 부합하기 때문에 여러 작곡가들이 하프시코드를 써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죠.120

피아노로 바흐, 쿠프랭, 라무를 연주하는 사람들은 모두 원악기의 모범과 조언을 따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의 작품들은 어디까지나 하프시코드를 위해서 그리고 어쩌면 하프시코드에 의해서  구상되고 만들어졌으니까요. 121

  •  지난번에 선생님은 피아노현과 우리의 손 사이에 피아노의 기계장치가 있다고 지적하셨죠. 그래서 바이올린 같은 악기 보다는 연주자의 개성이 덜 직접적으로 표현된다고 하셨는데요. 
  • 그렇죠. 피아노의 매력과 어려움이 거기서 나오는 거고요. 
  • 어려움이 매력인 거죠.  피아노는 누가 치든 어느 정도 만들어진 소리가 납니다. 피아니스트는 이 기계적인 연주를 뛰어 넘어 음표들이 노래하게 해야 해요. 비네스의 말마따나 자신의 소리를 만들어야 하는 거지요

베토벤과 슈만만 해도 피아노가 작곡가의 요구에 굽히고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요. 건반이 그들의 음악에 적응해야 만 하죠. 그런데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던 리스트나 쇼팽의 경우 오히려 건반이 음악가의 영감을 지휘하고 이끌어가는 인상을 줘요. 쇼팽의 음표 하나하나가  피아노를 노래하게 만드는 이유를 이해하는데 그 점이 도움이 되더라구요. 특히 녹턴 C단조는 선생님이 방금 말씀하신 페달의 실질적 활용 가능성에서 탄생의 변화를 아주 잘 보여 주죠.130

  • 피아노에서 제일 어려운게 뭔지 아세요 피아니시모랍니다. 역설적이게도 피아니시모를 잘 치려면 근육은 무쇠처럼 단단하게.. 
  • 터치는 벨벳 처럼 부드러워야 하죠. 
  • 어떤 소리를 정말로 간절히 바라먀만 그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소리는 마음에서 나오죠. 
  • 드비시는 마음에서 나오는 그 소리들을  누구보다 잘 이끌어 냈지요. 라벨의 피아노가 리스트에서 나왔다면 드비쉬의 피아노는 쇼팽에서 나왔지요. 쇼핑과 드비쉬는 악구가 더 충만하고 감각적인 반면 리스트와 라벨은 더 정밀하고 깔끔하고 예리하달까요. 하지만 그런게 뉘앙스죠. 
  • 드비쉬에게서는 시적인 감각이 기교에의 요구와 아주 잘 결합되어 있어요. 
  • 라벨의 기교는 도약을 미리 계산해놓죠. 기교가 악구를 더욱 세련되게 하고 입체감을 부각시키죠. 쿠르뱅의 무덤의 토키타에서 두 손을 교차시켜 탁탁 끊어지는 타악과도 같은 효과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보십시오.이 토키타에서도 곡예적인 아름다움과 따뜻한 서정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곡예미는 쇼팽과 드비쉬보다 리스트와 라벨에게서 두드러집니다. 132

 

임동혁이 치는 드비시 '월광' - 무쇠같은 손가락 근육과 벨벳처럼 부드러운 터치로 완성하는 피아니시모. 연주자의 표정을 보면 두 사람의 대화를 이해할 것 같다. 

 

 

라벨 <쿠르뱅의 무덤> by Angela Hewitt . 도약을 미리 계산해 넣었다는 말. 두 손을 탁탁 교차시켜 타악기와 같은 효과를 내는 곳. 곡예적인 아름다움과 따뜻한 서정이 이루는 절묘한 조화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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