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류 4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액션극의 묘미는 역시 반전이다. 모든 카드를 다 소진한 정의의 편에 이제 장렬한 죽음만이 남았을 때 짠 하고 나타나 반전을 이끄는 것은 경찰이나, 신이나 널부러져있던 애인이나 뭐 그런 제3자다. 이 책도 전투 막판의 편리한 반전은 비껴가지 않았다.  

 

제3인류 4편은 인간과 소형인간 사이의 전투와 독립 국가가 되기까지의 긴박한 역사(?)를 담는다. 그 중에서 전투 내용은 거의 반 정도이고, 나머지는 독립국가의 건국과정, 그리고 소형인간들이 작은 섬에서 독립국으로서 외교 활동을 하며 에마슈들만의 경제 문화 사회 제도를 형성해 나가며 과정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전투 과정에서 이제까지 한 편이 되어 에마슈들을 만들고 신이되어왔던 마이크로랜드 팀은 노선 차이로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는 적이 되고, 펜타실레이아는 에마슈들에게, 누시아는 인간 특공대에게 각각 목숨을 잃지만, 결국은 다시 뜻을 합쳐 에마슈들의 건국을 돕는다.

 

전체 줄거리는 이전 편에 비해 간단하다. 에마슈 109가 구해낸 샤오제를 포함한 소형인간들은  우여곡절 끝에 마이크로랜드에 도착하나, 이미 인간을 위협하는 개체로 낙인찍힌 에마슈들은 대량학살의 위기에 몰렸다. 여기까지가 3편. 인류에 위협적인 개체로 낙인 찍힌 에마슈들은 이제 마이크로 랜드에서도 언제 대량학살될지 모르는 국제 정세의 위험속에 노출되어 있다. 에마슈 109의 모험이 계속되고 있는 동안, 에마666을 비롯한 마이크로랜드의 에마슈들도,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을 품고, 인간들이 만들어낸 신화를 의심하며, 인간들 몰래 땅꿀을 파며, 자유를 갈구하기 시작했다. 에마슈109 일행이 자기들의 미션을 완료하고 마이크로랜드로 돌아온 이유는 형제 에마슈들을 해방시키기 위해서였다.  에마슈들은 이제 스스로 신 노릇을 하는 인간들의 위선을 깨닫게 되고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마이크로랜드를 벗어나 그들만의 세상을 찾아 떠난다. 소형인간들이 협동하여 운전할 수 있도록 개조된 차량에 모두 탄 에마슈들은 따라붙는 경찰과 군 차량들을 따돌리고 멋지게 자동차 추격신을 한 편 찍고, 다비드와 누시아 커플의 도움을 받아 깊은 숲을 지나 먼 화산 지역 석굴 속에 터전을 마련한다.

 

인간 특공대들은 위성을 통해 에마슈들이 숨어 사는 지역을 알아내고 전투는 시작된다. 복잡하고 어두운 굴 속 지형을 잘 알고 있는 에마슈들은 일차 전투에서 게릴라 작전으로 대령과 펜타실레이아 및 오로르를  비롯한 에마슈의 창조자들과 군인들을 포로로 잡는 등 전투를 승리로 이끌지만, 누시아는 인간이 에마슈들을 향해 겨눈 총알을 가슴에 맞고 숨진다. 소형 인간들의 기량을 과소평과했음을 깨달은 인간 특공대들은 대대적인 상륙작전으로 모든 에마슈들을 포위하고 승리의 직전까지 갔으나, 한 때, 인간과 거인의 싸움에서 거인의 멸종을 불러왔음을 기억하는 가이아는 인간과 소형인간 사이의 싸움이 인간을 멸망하는 쪽으로 흐르는 것을 염려하여, 화산을 폭발시킴으로써 싸움을 종식시킨다.  이 과정에서 에마슈들은 포로로 묶여 있던 인간 군인들과 오비츠 대령 팀이 화산폭발의 위험에서 목숨을 구해냄으로써, 그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화산 폭발 덕분에 전투는 에마슈들의 승리로 끝났지만, 다비드는 에마슈들의 독립을 위해 199개국이 모인 UN 총회에서 그들을 대변하여 그들을 인간으로 취급할 것을 설득한다. 그들을 말로 설득하는 것은 실패하지면, 동료들의 기지로, 동물보호협회를 비롯한 모든 민간 단체 및 소수를 위한 협회체들의 설득과 지원을 이끌어내 극적인 동의안을 얻어냈다. 이들은 아메리카와 유럽 사이 대서양 한 복판에 자리한 외딴 섬 아소르스 라는 제도 네 꽃의 섬이라는 플로르스 섬에 정착한다. 그 땅은 포루투갈의 영토이나, 고래잡이를 하던 주민들이 생업을 잃고 인구가 줄어가던 중, 거액의 보상금에 합의해 다른 곳으로 이주함으로써 평화적으로 영토를 획득하게 된다.

 

한편 소형인간들과의 전투에서 서로의 짝을 잃은 오로르와 다비드는 전생 여행을 통해, 그들의 첫 생애에 부부이었음이 밝혀지고, 1편에서 오로르에게 반했던 다비드의 사랑이 결실을 맺지만, 로맨틱하기보다는 조금은 코믹하게 묘사된다. 이로써, 인간을 만든 거인을 인간이 멸망시킨 경위가 모두 설명되었고, 사랑은 이루어졌고, 연구원들의 미션은 완수되었다. 처음부터 작가는 다비드웰즈를 통해 소형인간이 차세대 인류가 될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데,  그렇다면 5편에서는 거대한 쓰나미나 행성 충돌 같은 엄청난 사건에 인간들이 거의 멸망하고 극소수의 인간이 소형인간들과 살아가다가, 6편 쯤에서는 에마슈들의 까마득한 후손들에 의해 최후를 맞게 될 듯하다.

 

제2부 끝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아마도 한권짜리 원서를 쪼개서 두 권으로 나누어 출판한 듯하다. 인기 작가의 한권짜리 책을 두 권으로 나누다 보니 얇아지는 게 안스러웠던 모양이다.  책의 크기를 확 줄여서 320페이지를 만들었고 양장 표지도 완전 두껍다. 판본 크기는 미니북 보다 조금 큰 정도이다.  그러니까 베르나르씨는 이제까지 1부, 2부 총 두 권을 썼는데, 번역되면서 각 한 부가 양장판 두권짜리로 바뀐 듯하다. 뭐 하루 이틀도 아니고.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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