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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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한 15년 전쯤? 상실의 시대를 읽은 후 작가에게 매료되어 그의 모든 번역서를 찾아 읽었다. 대개 단편들이었다. 시간이 꽤 흘렀을 때 친정집 책 꽂이에 꽂혀있던 그의 장편을 보고 반가워 단숨에 읽었는데, 큰 감흥도 없는 몇시간만에 읽어버린 그냥 한 권의 소설일 뿐이었다. 어떤 작가의 뛰어난 대표작을 뛰어넘는 후속작은 별로 없다. 어쩌면 내가 하루키를 좋아했던 알 수 없는 이유들,   어둡고 쓸쓸하지만 무심하고 순진한 그 염세적인 사유를 더 이상은 추종하지 않을 만큼 내가 변했을 수도, 그 깊은 우물의 세계를 더 이상은 공감하고 싶지 않았었을 수도 있다. 지금은 제목도 모르는 몇시간 잘 읽고 기억속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 소설 이후 하루키는 그냥 한국의 소설 시장의 주류인 젊은 여성들의 지적 허영 욕구를 적당히 채워주는 돈 잘버는 베스트셀러 작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느날 피폐해진 정신을 수습할 겸 책꽂이에 꽂혀있던 상실의 시대를 폈다. 때때로 우물 같은 그의  은유를 잘 이해하지도 못하면서도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녹초가 된 내 현실 속 피폐해진 마음에 이상하게 작은 위로가 되었다.


이 책을 버리지 않아 다행이야. 그의 책을 읽고 있는 중엔 그가 만들어 낸 인물과 비슷한 말투로 생각하고 비슷한 문체로 글을 쓰게 된다. 따라하게 되는 거다. 난 그런 종류의 여운이 좋다. 그런 여운은 강렬하지만 곧 사라지기 때문에 여운을 주는 작가의 책은 아껴서 아껴서 천천히 읽는다.

 

2013년 8월 베스트셀러 목록에 하루키의 소설이 떴다. 색채가 없는 어쩌구. 1q84는 상실의 시대를 다시 읽으면서 피폐해진 마음 에 나만의 우물을 파고 그 여운을 되새김질 했던 이후 다시 일고 싶던 책이었다. 색채가 없는 을 읽으려면 전작을 몇개 더 읽어야 겠어서 시작했다. 연작은 잘 안 읽는 편이다. 3편이 끝인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저걸 언제 다 읽나 하는 마음 반 또 그 만큼의 기대 반 으로 세권을 쌓아놓았다.

 

책 속의 주인공 사유에 빠지다 보면 줄거리를 잊어버린다. 비소설류를 빠르게 읽는 편인데 비해 소설류는 문장을 음미하는 편이라 3편까지 다 읽으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테고 일단 줄거리를 정리해보자.

 

아오마메는 전문 킬러이다. '노부인'에게 지령을 받아 쥐도 새도 모르게 자연사처럼 처리한다. 그녀가 죽이는 사람은 무자비한 폭력으로 아내를 괴롭혀온 죽어야 마땅한 사람들이다. 어느날 그녀의 세계가 무언가 아구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가 알고 있는 시간 1984년의 어딘가가 묘하게 꼬여 그가 알지 못한 세계와 섞인 두개의 달을 가진 세계. 그녀는 그것을 1q84라고 명명했다. 스포츠 클럽에서 일하는 그녀는 자신의 유일한 친구가 남편의 폭력으로 자살한 뒤 그를 죽인 경험과 한 돈많은 노인과의 인연으로 남자들을 죽이는 전문 킬러가 되었다. 그녀의 마음 속엔 열살 때의 첫사랑 덴고가  있다. 어릴 적 부모에 의해 선택의 여지도 없이 증인교인이 되어 평범한 또래 아이들과는 다른 격리되고 돌출된 행동으로 놀림을 받음과 동시에 외토리로 지내던 중 자신의 편이 되어준 덴고와의 작은 인연을 마음에 품고 살게 되었다. 부모로부터 벗어났지만 어릴때 받은 깊은 상처와 기억으로 그녀는 누구에게나 거리를 유지하고 클럽에서 픽업하는 대머리 중년들과의 원나잇 섹스에 성욕을 해결한다.

 

작가 지망생 덴고는 학원 선생으로 생업을 하며 한 출판사와 인연을 맺고 이런 저런 출판 관련일과 신인상 응모작품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연상의 유부녀가 섹스 파트너이다. 어느날 문학지 신인상 응모작들의 예심 알바를 하던 중 엉망의 문장으로된 수작을 발견하고 알 수 없는 작품의 힘에 이끌려 그 작품의 문장을 고쳐 합작품을 본심에 내자는 출판사의 제의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작품의 원저자 후카에리는 난독증에 본인이 직접 글조차 쓰기 어려운 소녀. 그 작품도 그녀의 말을 다른 사람이 받아 적어 낸 것이었다. 한편 그는 또래의 싱글 이성과 원만한 관계를 갖지 못하고 연상의 섹스 파트너와 매주 한번씩 관계를 갖고 그녀가 이끄는 대로 따르면서 성욕을 해결하는 동시에 번거로운 이성관계를 회피한다. 후카애리의 작품이 성공적으로 본심에서 우승하고 미소녀의 첫작품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그녀를 7년동안 키우고 보살펴왔으며 그녀의 딸에게 애리의 이야기를 받아 적어 문예지에 응모하게 한 에비스노는 그 나름대로 그녀를 노출함으로써 그녀의 아버지, 한 때 좌익세력의 지도자였으며 시골 마을에서 농업공동체 코뮨을 만들어 세력을 유지하다가 일부 행동파 여명을 평화롭게 분리하고 다시 코뮨을 선구 라는 종교단체로 바꾸어 폐쇄적 집단으로 만든 배경에서 잠적한, 그녀의 아버지를 추적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결국 후카애리는 사라지고 언론과 경찰은 후카애리의 배경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책을 마지막 장을 덮기까지 이 소설의 장르가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 애리의 소설을 통해 언급되는 리틀 피플은 판타지적인 요소를 갖지만 어릴적 상처를 지닌 두 주인공은 점차 어떤 사건에 휘말리고 그것은 걷잡을 수 없이 점점 확대된다. 어린 시설 두 주인공은 강제적인 부모의 학대로 인해 고립되고 방치된 채로 사회에 노출되었고 그 황폐한 세상 속에서 둘 사이에 생긴 공감과 따스함은 서로의 부재 속에서도 불구하고 성인이 되었을 때까지 비밀스럽게 간직된다. 3권 중 한 권을 다 읽었음에도 아직 전개가 끝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점점 흥미로워지고, 속도가 붙는다. 십여년이 흘렀지만, 하루키의 가슴 속엔 아직 결핍과 상실을 말하고 있다.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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