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피부, 하얀 가면 - 전면개정판
프란츠 파농 지음, 이석호 옮김 / 인간사랑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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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마농의 원서가 출판된 지 대략 60년이 지났다. 이제 미국의 대통령은 흑인이다. 흑인 대통령. 이제 우리의 머리 속에, 미국인과 전세계인의 머리 속에 오바마는 그냥 미국의 대통령인가 미국의 흑인 대통령인가 자문해볼 차례다. 최근 10~20년 전까지만 해도 한 민족이라는 종교에 가까운 민족적 정체성에 대의와 정의를 대입하던 우리는 갑작스레 조금 검고, 조금 더 강렬한 인상의, 찬란했던 고유 문화를 뒤로 한 채 비슷한 식민 역사를 가진,  비슷하면서도 다른, 결정적으로는 경제적 오리지낼리티가 열세한 동남아인들과의 공존을 맞닥뜨렸다. 우리 나라 땅에서 살지만 언어가 서투르고 생김새가 다르다. 다름을 우열로 규정하던, 그리고 학교 교과서를  다민족 국가로 고쳐쓴 지 한참이 지난 오늘날까지 그 다름을 우열로 규정하고 있는 편견에 가득한 우리. 우리들  메타포 속에는 스스로가 백인인가? 


그렇다면 백인이 우세하고 흑인이 열세하고 그밖의 많은 민족들이 각자가 정해놓은 편견의 틀 안에서 불협화음을 내며 섞이어 있는 미국을 보는 시선 중 오바마 대통령은 무엇일까? 훌륭한 즉석 연설과 설득력, 카리스마, 외모까지 갖춘 미국 대통령에게 아직 찬사이던 비하이던 흑인이라는 머리표를 붙인다면 우리는 아직 자신의 문화적 기원을 말살하고 앤틸리스에서 식민모국으로 건너와 , 자신의 흑인성을 부정했던, 프란츠 파농의 자학적 비판의 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거다. 그것은 파농의 흑인에 대한 지적처럼  스스로를 백인화하고 백인 이외의 인종에 대한 자기 우월화를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렇게 천천히 읽히는 책은 오래간만이다. 문장이 안매끄러워서가 아니라, 문장에서 뜻을 해석해 내는데 걸리는  시간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 우리의 통치자, 과거 우리의 선교사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검둥이를 숭배하거나 검둥이를 혐오하거나 사실 우리에겐 마찬가지로 역겹기 때문이다. " 


책의 들어가는 부분에서 있던 말이다. 같은 생각이다.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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