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생각, 만들어진 행동 - 당신의 감정과 판단을 지배하는 뜻밖의 힘
애덤 알터 지음, 최호영 옮김 / 알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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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혹은 자주, 은유는 은유가 아니라 진실 혹은 실제와 가깝다. 온도가 뜨겁다는 말을 사랑과 열정과 같은 격한 감정에 실어보낼 때 우리는 그 뜨거움이, 실제 감정의 뜨거움과 신체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안다. 격한 사랑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때, 몸에서는 열이 난다. 빨간색의 열정은 문학적 표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빨간색에 노출되면 몸에 변화가 생겨, 열정 호르몬이 상승된다. 뜨거운 사랑이 시가 아니라 과학이 되는 순간이다. 분홍색에 노출되면 힘이 빠지고 안정되며 빨간색과 검은색은 실제로 몸 속의 테스토스테론 홀몬을 증가시켜 흥분 상태에 가깝게 한다. 저자는 올림픽과 월드컵 경기에서 빨간색 옷을 입고 뛰는 경우, 우승을 하는 확률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왜 도핑 테스트에 운동복 색깔을 넣지 않는지 의아해 해야 될 정도로가 지적한다.

 

길거리의 게시판, 신문,  텔레비전 광고 등을 통해 수많은 상징에 노출되는 현대인들은 어떤 한 상징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더라도 의식의 밑바닥에서 은밀하게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지배당하고 있다. 실험에 의하면 우연히 부정적인 상징을 봤던 학생들은 나중에 그 사실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그 상징에 의해 채택된 인상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단적인 예로 우리 주변의 애플 로고는 그 로고가 미처 머리속에서 로고를 인식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화면속에서 언뜻 스쳤을 지라도 학생들의 창의력에 영향을 미쳤고, 통찰에 대한 은유로 알고 있던 백열전구의 빠른 노출 역시 학생들의 통찰력을 증가시켰다. 쉽게 말해 애플 로고가 가진 창의적 상징이 그것에 직접 노출되지 않더라도, 스치듯 빠르게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무의식 속에서 실제로 창의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어찌 놀랍지 않은가.

 

우리는 모두가 예스 라고 말할 때 자신의 의지가 맞다면 당당히 노 할 수있는 소신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영혼없는 가르침을 이곳저곳 종교지도자나 공익광고 같은 쪼가리 캠페인을 통해 배운다. 그것은 이상적이나, 현실에서 그러면 왕따된다. 소신이라 생각하는 것은 똥고집일 수 있고 진리라 믿고 있는 것이 사실은 나의 근시안적 색맹의 눈으로 보는 착시 이미지일 수 있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남들 따라 하는 게 속 편할 때가 많다. 여럿이 함께 갈 때는 생각 없이 엉뚱한 곳으로 가더라도, 자신있게 가는 사람을 따라 우루루 몰려다니는 것이 인간이다. 이것은 길거리 신호등 빨간 불이 오랫동안 바뀌지 않을 때 종종 경험한다. 차가 지나다지지 않을 때 빨간불이 오래 켜져 있으면 누군가 건너기 시작해야 비로소 우루루 건넌다.

 

평소 개성과 독립이라는 개인주의적 가치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미국인들. A B C 세개의 선 중 왼쪽 그림과 같은 것을 찾으라고 했을때 너무나 빤한 답을 주위 사람 모두가 틀리게 말하면 30퍼센트가 이에  동조하여  자신들도 똑같이 틀린답을 대답한다. 집단주의 문화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이 동조성 효과가 극적으로 더 강력하게 나타나서 일본인은 경마 50%라고 한다.  도덕과 관습도 다수의 행동방식에 따라 정해졌을 것이다. 한  끼 끼니를 때우더라도 파리 날리는 식당보다는 줄을 서더라도 북적거리는 곳을 들어가고, 옷장에 옷이 가득해도 다시 또 남들이 많이 입는 유행하는 옷을 사고, 내 의견이 다른 사람과 조금 달르더라도 내색하지 않고 다수의 견해에 대체로 맞서지 않는다. 애덤 알터는 학계에서 대체로 인정하는 근거라며 이러한 집단주의적인 생각이 유럽과 북미 등지에서보다 한,일,중 등의 동양적 사고 체계를 반영한다고 말한다.

 

이름은 사람의 나이, 성별, 시대, 인종 등을 반영하고 때때로 사회 경제적 지위까지 유추하게 한다. 도로시는 1920년대 가장 흔한 이름이었지만 지금 새로 태어나는 아기에게 그런 이름을 지어주는 사람은 없다. 반면 에바는 21세기 이전엔 거의 전무한 이름이었으나 최근 흔해진 이름이다. 인구조사에 따르면 에바는 대개 백인이고 페르난도는 라틴 아메리카계, 알리야는 흑인일 가능성이 높고 한발 더 나가 루시엔과 어데어는 부유한 백인인 경향이, 엔절, 미스티는 가난한 백인일 가능성이 통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괴짜 경제학>의 저자 레빗과 더브너는 어머니의 교육 수준과 그 자녀의 이름 사이의 상관관계를 발견했는데, 예를 들어 리키나 바비의 어머니는 샌더나 기욤의 어머니보다 교육 수준이 낮다는 주장 같은 것들이다. 개인적 경험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작명소에서 짓는 이름은 조부들이 짓는 이름에 비해 시대에 뒤쳐지지 않고 세련된 이름이 많다. 그러고 보면 아예 길한 이름을 짓겠다고 생년월일 같은 것들을 작명소로 보내 그 이름이 한 인간의 운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을 믿든 안믿든 전문가의 손에 맡겨 버리는 풍습도 어찌보면 현명한 선택같다. 상업적인 작명소인 만큼, 이런 저런 나름대로의 이론이 있을 것이며, 불리우기 쉽고, 시대가 요구하는 이름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발음이 쉽고 백인 경향의 이름은 경력이 부족해도 입사시 서류전형에 합격할 확률이 50퍼센트가 높았고, 발음하기 유창한 이름을 가진 변호사가 승진할 확률도 높았던 이 예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가령 순자, 용자와 같이 일제시대풍의 이름을 21세기에 지어준다면,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 패선 디자인 회사에 응시했다면 같은 조건의 서연과 같은 종류의 최신 경향의 이름에 서류 전형에 떨어질 가능성이 커보인다. 쉬운 이름 성공 법칙은 회사 이름, 상장 코드 등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쉬운이름을 가진 회사의 주가가 어려운 이름의 회사에 비해 상장한 지 일주일 동안 평균 상승폭은 두배 이상 컸으며 주가코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신의 감정과 판단을 지배하는 뜻밖의 힘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 <만들어진 생각, 만들어진 행동>의 원제는 Drunk Tank Pink이고 원부제는 번역서의 부제와 거의 비슷한데, 원제의 원뜻 drunk tank pink의 뜻을 나는 잘 모르겠다. Drunk tank는 주정뱅이 유치장? 세단어의 합성이 무엇을 말하는 지 누군가 설명해 주면 좋겠다. 부제는 책의 내용을 압축한다.  우리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보이지 않는 깊숙한 것들을 꺼내다가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그들이 보여준 행동을 유의 깊게 관찰하고 해석한다. 

 

<상식밖의 경제학>과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로 잘 알려진 댄 애리얼리가 대표적인데, 말콤 글래드웰이 추천을 한 이 책은, 말콤 글래드웰의 책에서도 이미 접한 비슷한 내용도 다수 포함한다. 이런 류의 책들이 재미 있는 이유는 실험자들을 마치 몰래 카메라처럼 특정 반응을 관찰할 목적으로 설계된 상황에  처하게 한 후 그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그로부터 연구자들이 세운 가설에 따라 관찰 결과를 해석하는 방식으로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연구실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심리 실험은 몰래 카메라만큼 재미있으면서 우리의 생각, 우리의 행동이 무엇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고 우리를 움직이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이런 책을 읽지 않아도 뻔하게 알고 있을 법한 내용도 많다. 예를 들면 체스를 둘 때 미인 앞에서 더욱 호전적인 수컷들, 사람 눈 사진을 크게 붙여놓은 무인 커피 판매 시스템의 수입이 크게 늘어나는 것, 종교적 상징 앞에서 조금 더 양심적이 되는 것 등이다. 많은 내용을 담다 보니, 실험과 해석에 있어 신뢰 수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그런 것까지 일일히 짚어주다간 자칫 딱딱한 논문이 되어 버릴 수도 있으므로 일부러 쉽게 풀어쓰고 학술적 기반지식이 필요한 부분도 모두 생략한 듯하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라 해서 전편을 다 읽은 말콤 글래드웰과 댄 애리얼리와 비슷한 내용들이 많아 굳이 비교를 하자면, 말콤 글래드웰은 어떤 일관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소스에서 가져와 스토리를 서로 엮음으로서, 소설을 읽는 것과 같은 흥미진진함을 주는 데 비해, 애덤 알터는 실험실의 내용을 훨씬 다양하고 많은 사례들로 한데 엮었다. 정보가 더 많은데. 그 만큼 깊이는 조금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일장일단이 있는데, 댄 애리얼리가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끝이 없이 변형된 실험을 하면서 조금씩 가설을 증명하고 이론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비해 알터의 주제는 조금 더 넓고,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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