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에 싸인 미술관 - 비밀스러운 작품과 미술가에 관한 36가지 이야기 시그마북스 미술관 시리즈
엘레아 보슈롱 외 지음, 김성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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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속에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들이 있다. 남겨진 예술은 영원한 듯 정지해 있지만, 시간은 흐르고 시대는 변하고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방식 문화 사회적 규범과 의미도 모두 변한다. 게다가 '위대한' 예술, 값비싼 회화들은 자본을 따라 이태리의 수집상에서 일본의 사무라이에게로, 삼성왕국의 후계자들에게로 중국의 떼부자들에게로 동서양을 넘나들며 공간이동을 한다. 예술이 나타내고자 하는 텍스트들을 읽어내려면 시대의 사회 문화적 맥락 속에서만 이해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갭을 통과해야 한다. 그것은 어렵다. 그래서. 많은 예술들은 신비에 싸여있다. 


인간의 풀 평균 수명이 70세라면 인류가 남긴 예술은 예술의 종류에따라 길게는 1만년전의 구석기시대에서부터 오랜 세월을 거쳐오면서 100~200년전의 그림에 이르기까지 길고 긴 세월을 견디며 숱한 운명과 마주쳤다. 전쟁과 화재, 자연 재해와 같은 재난에 의해 파괴되거나, 종교적, 정치적 목적으로 사장당한 것들도 있고, 위작 논란에 휘말리거나, 불가사의하게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그림도 있다. 


이스터 섬의 거대 석상인 모아이 상들의 평균 높이는 6미터에 달하며, 그 수는 886개가 넘으며, 그 석상 작업이 1000년부터 1650년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어떤 기술에 의해, 어떤 이유로 만들어졌으며, 왜 이것들이 원주민들 스스로에게조차 보호받지 못했는지는 숱한 추측만을 남겨둔채 영원한 미스터리 속에 있다.


루벤스에 의해 스케치의 모작만 남아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앙기아리 전투>는 메디치 가의 주문으로, 그리기로 했던 벽화였으나, 물감이 흘러내리고 교회의 종이 화구를 뒤엎는 바람에 미완인 채 실패로 끝났으나, 평소 다빈치를 존경하던 조르조 바사리가 같은 벽면에 <마르치아노 전투>를 그릴 때, 그의 그림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세웠을 지 모른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바사리의 작품에 미세한 구멍을 내고 내시경을 이용하여 바사리오 그림 벽 뒷편에 검은 물감의 안료를 발견하였으나, 이 역시 앙기아리 전투의 존속 여부에 답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강동화의 <나쁜 뇌를 써라>에 의하면, 전형적 하이퍼그라피아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는 빈센트 반 고흐는 자살하기 직전 아를에 있던 1888~1889년 한 해 동안 200점이 넘는 작품과 200점의 스케치를 남겼으며, 작품에 대한 내용을 매일 동생 테오에게 최소 6페이지가 넘는 편지에 자세히 기록하여 보냈으며 그가 남긴 서신은 1700페이지가 넘는다. 하이퍼그라피는 글을 쓰고자 하는 주체할 수 없는 욕구를 가리키는 의학적 용어이다. 오르셰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는 <디기탈리스 가지를 든 가셰 박사의 초상>은 자신의 작업 하나하나를 지나치게 자세히 편지로 보냈던 1890년에 그려졌다지만,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는 그 그림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1996년 부유한 일본인 사업가가 경매 사상 최고가에 사들인 이후, 그의 사후에도 다시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가셰박사의 또다른 초상인 <가셰박사의 초상, 1890년>에 대해서만 자세히 설명되어 있을 뿐이다.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 언급이 없다는 점 이외에도 가셰의 소장품이 위작 투성이인 점과, 그림이 허술하다는 점 등을 들어 고흐의 전문가들은 오르셰 박물관의 작품은 위작이라고 주장하나, 진실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이 책은 총 36장의 수수께끼에 쌓인 예술품이 주로 회화를 중심으로 대형 판본의 크기의 책자를 가득 채운 크기의 사진과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구성은 운명의 수수께끼, 정체성의 수수께끼, 창작의 수수께끼, 의미의 수수께끼로 나뉜다. 작품 자체에 대한 미술사적 해석보다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 해당 작품이 갖는 의미와 수수께끼, 그리고 그 작품의 운명에 대해 다룬다. 미술사나, 미학을 직접 다루지는 않지만, 미술 속에 들어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해당 미술을 해석하는 여러 입장들을 소개한다. 그림 사진이 충분히 크고, 그림 읽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을 충분히 배려한 책이다. 직접 보기 힘든 귀한 작품들을 좀더 자세히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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