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오브 파이 : 일반판 (1disc)
이안 감독, 이르판 칸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작은 구명보트에서 파이가 벵골 호랑이 리처드파커와 함께 살아남은 스토리는 멋지다.

 

 

파이가 들려준 스토리 중 두번째 스토리가 더 현실적이지만, 우리는 첫번째 스토리를 믿고 싶어한다. 믿고 싶어하는 것과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것과는 다르다. 관객을 대표하는 극중 작가는 두 번째 스토리를 믿지만, 파이에게 무엇이 진실이냐고 묻고, 파이는 대답한다. 무엇을 더 좋아하느냐고. 작가는 물론 첫번째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고 했다. 그럼 해피앤딩이군요. 파이는 대답한다. 이제 이야기는 당신에게로 넘어갔습니다. 해피엔딩이건 아니건 그것은 이제 당신 손에 달렸습니다. 

 

 

이안 감독이 영화의 끝에 남기는 암시적 메시지는 언제나 멋지다. <브로크백 마운틴> 에서는 I swear 도 불멸의 여운을 주었건만. 자 이야기는 이제 당신 손에 넘어갔습니다. 대략 이런 말이다. 우리 모두는 내 이야기 속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이다. 기억은 가감과 윤색을 거쳐 언제나 불확실하고 희미하게 남겨지지만, 그 윤색되고 불확실한 기억의 연속성상에서 우리는 자아를 빚어내고, 삶을 이루며 살고 있다.

 

 

힌두교에는 수천만의 신이 있다. 파이는 그렇게 많은 신을 믿으면서 또 카톨릭 기독교 역시 믿기로 한다. 그리고 그의 신들은 항상 그와 함께 했다. 죽음이 가까와온 운명의 순간에도 그는 신을 찾는다. 나를 기꺼이 데려가라고 말한다. 처음에 이 영화를 봤을 때, 나는 뱅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는 파이 자신이라는 설명에 기울었었다. 다시 보고 나서, 메이크필름까지 보고 나니, 아무렴 어때 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뱅골 호랑이 리처다 파커가 파이의 살아남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를 나타내는 은유이든, 실제 바다 한복판에서 함께 먹고 동고 동락한 뱅골 호랑이이든,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믿으면 된다.  수많은 신들 중 신 하나만 선택해서 믿는 것처럼... 하나를 선택해서, 그것을 인생 최고의 가치로 삼고 정신적 안식처로 삼는 것처럼. 한 남자 아이가 어느 대양 한복판쯤에서 땡볕과, 허기와, 목마름과, 뱅골호랑이의 위협과, 사투에서 살아남은 스토리 중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면 되는 거다.


이안 감독은 두 개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리고 우리는 리처드파커와 쪽배에서 함께한 파이의 스토리를 믿으면 된다. 신화는 이렇게 창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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