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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사랑이 필요하다 - 애정 결핍과 자아도취에 빠진 현대인의 심리분석
한스 요아힘 마츠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은 진화한 인간이 가진 기본적 속성인 모양이다.
어쩌면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모든 것은 애정결핍에서 비롯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인정받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결핍이 생겨나고, 그 결핍을 감추기
위해 생겨나는 크고 작은 상처들은 한 사람의 인생에 치명적일 수 있지만, 인류 역사에도 위협이 되기도 한다..
몸이 아프다. 피곤이 겹치고, 두통과 섬유근육통이 계속해서 신경을
자극한다. 어제 고속버스 차창 밖 풍경을 느끼며 충만했다고 여겨지던 뇌속의 도파민은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노르아드레날린으로 바뀌었다. 일을 멈추고 간이 침대에 몸을 눕힌다. 심호흡을 하고 어제 스님이 쓴 책에서 읽은 메타자아를
떠올리며 받아들인다. 통증과 그로 야기된 불편한 마음을 한 발 물러서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해 본다. 서랍 속의 두통약 펜잘이 간절하다.
먹을까 말까. 다시 심호흡을 해본다. 원인.. 이 책이 생각났다. 아픔의 원인은
어쩌면 내재된 자아 속 어린 시절 인정받으려고 했는데 충족되지 않았던 욕구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의 어디엔가 받지 못한 무언가의 결핍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런지도 모른다.
어릴때 받아야 할 만큼의 사랑을 충부히 받지 못하면
나르시시즘적자아도취 장애가 생긴다. 그리고 그 본능적으로 느끼는 질적 사랑은 함께 있는 시간의 양이나 물질적 만족, 영혼없는
과장된 애정표현으로 충족시껴줄 수 있는 것이 못된다. 부모 는 자신의 욕망이나 결핍을 아이에게 투사함으로서 자신의 자아도취를 자식에게 되물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한스 요하임이 전하는 내용이다.
강의 신 케피소스가 요정 레이리오페에게 겁탈하여 탄생한 나르시스는
모성애의 결핍과 환경적 영향으로 이성을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빠져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신화다. 이 책은 코후트의 현대
나르시시즘 이론에 기반한 현대인의 장애입은 자아도취 장애를 개인적인 관점 뿐만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역사적 현상에서 설명한다. 장애입은
자아도취는 어릴 때 받았어야 했을 애정 결핍에 대한 보상 작용으로 이해되는 심리학적 증상으로 과도한 자기애(잘난 자아형)와 부족한 자기애(못난
자아형)의 두가지 대립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이것은 애정 결핍과 소외를 방어하고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장애입은 자아가 만들어낸 거짓 자아이다.
손상된 자아는 고통스런 결핍을 상쇄하고 감추기 위해 탁월한 성과를 나타낼 수도 있지만 거칠고 사나울 수도 있고 때로, 수모를 겪은 자아는 권력을 지향할
수도 있다. 충만을 꿈꾸며 늘 불만, 긴장, 불안의 상태에 있는 장애받은 자아가 투쟁적 노력, 끊임없는 비교, 무한 성장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
잘난 자기애이다. 반면 어린 시절에 체험한 평가 절하와 인정 결핍은 열등감과 자신감 장애를 가져오기도 한다. 자신감 장애는 외부의 인정에
의존하기 때문에 남에게 최대한 맞추려 든다.
권력자와 추종자, 부부나 연인 관계 잘난 자아와
못난 자아는 사회 속에서 상호 공생 관계로 만나는 경우가 많다. 한스 요하임은 광기에 사로잡힌 국가사회주의나 부채를 조장하는 극단 소비주의,
심지어 다이어트와 패션 성형등에 몰두하는 사회적 병리현상들을 애정 결핍에서 비롯된 자아 도취의 방어 기제로 설명한다. 특히 나치 정권하의 독일
국민의 대다수가 극도의 자아도취에 빠진 잘난 자아의 지배자를 무비판적으로 추종했다는 사실을 병적 극단적 집단적 자아도취로 해석한다.
어릴 때 필요로 되는 부모의 애정은 함께 있는
시간이나 물질적 풍요 혹은 작위적이고 과도한 애정의 표현으로 충족되는 것이 아니다. 애정의 질, 인정하는 눈빛 따뜻한 품 같은 것들이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로 되는 질적 애정은 공감이다. 부모의 자아 도취 장애가 자식에게 전달되어 되물림되는 경우가 많다. 장애를 입은 자아는 공감할
줄 모르며 자기 자신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 나 자신도 깊은 곳 어디쯤인가엔 결핍을 느꼈을 심리적 상처가 존재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손상받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나의 행동이 결핍에서 나오는 자기 방어인지 돌이켜 보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나를 둘러싼 사회 병리적 현상들을 결핍에서
비롯되는 심리학적 원인들로 해석하고 어떤 집단적 광기에 나도 모르게 휩싸여서 자아도취적 방어에 이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 인간관계 역시
뒤돌아보고 거짓 자아가 규정한 성격이 아닌 공감과 개방성 솔직함을 바탕으로 인간관계를 개선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 등의 개인적인 노력이 거대한 집단
자아도취에서 만들어내는 병폐들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한스 요하임의 책과 더불어 근래 독일 작가가 쓴 책을 읽을 몇 권 읽었는데,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과 히틀러의 시대의 학살의 자책과 2차 대전의 패전을 유산으로 가진 독일 지식인의 정신과 사회상을 은근히 엿볼 수 있었다. 홀로코스터라는 전대미문의 학살과 광기의 역사는 히틀러와 그 추종자들의 내재된 결핍과 그로 인한 방어 기제가 그 밑바닥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