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 -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
말콤 글래드웰 지음, 선대인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리에 사용되는 재료가 너무 진부하면 제 아무리 뛰어난 요리사가 정성껏 요리를 하더라도 맛의 퀄리티는 사용된 식재료의 범위 내로 제한된다. 언젠인가부터 조금씩 느끼는 바이지만 이번에 맬콤 글래드월이 들고 나온 소재는 딱 제목만큼이나 익숙한 소재다. 그가 책을 엮어나가는 방식, 여러 사건과 사례와 역사를 추적하여 하나의 커다란 틀 안에 넣고 통합하고 수렴하는 배합 능력은 여전히 훌륭하다. 그러나, 과거 그의 저술에 비해 희소성이 부족한 평범한 소재로 인한 강한 임팩트의 부족, 급한 번역 때문으로 보이는 문장과 문장 사이의 거친 호흡, 이런 자잘한 요소들이 이 야무진 베스트셀러 작가의 명성을 자잘하게 흠집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 책은 선대인씨가 번역했다. 글래드웰은 문장을 쉽게쓰는 데 탁월한 작가이다. 쉬운 단어, 명료한 문장이 특징이다. 따라서 영어 독해력이 보통 정도만 된다고 해도 그의 영문 책을 읽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영문판보다 번역판이 가독성이 떨어진다면, 그것은 아마도 번역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문화 차이에서 오는 문단과 문단 사이의 호흡을 조절해줄 필요가 있었다.

 

지게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싸움을 이기는 방법. 이 주제에 대해 글래드웰이 내리는 결론은 정당하지 않은 과도한 힘의 사용은 유연함을 누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힘의 사용에 비해. 적당한 학생수의 학급이 더 적은 학생수의 학급보다 학업성취도가 높은 현상, 난독증으로 글자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높은 비율로 크게 성공한 이유, 인상파 화가들이 큰 연못인 살롱 출품을 포기하고 작은 연못인 자신들만의 작품 전시회를 열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던 사례.  높은 형량이 범죄율을 낮추지 못하는 현상들을 풀어놓는다.

 

필요해서 배우는 것은 쉽게 배우게 된 것보다 필연적으로 더욱 강력하기 때문이다. P141

 

골드만삭스의 회장 개리콘은 난독증을 가졌다. 학교에서 쫓겨나고 바보라고 무시당하면서 낙제를 거듭하여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었을때 22 페이지의 책을 읽을려면 6시간이 걸렸고, 그의 어머니는 그가 트럭운전사만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글자가 거의 전부일 수도 있는 학교라는 사회에서 난독증을 가진 채 살아남으려면, 대학을 졸업할 때 쯤에는 실패를 다루는 능력이 극도로 발달되어야 했다. 그는 난독증이 아니었으면 잠재되어 깨어나지 않았을 기술을 개발하게 했다.  세계적인 변호사 데이비드 보이스는 난독증을 뛰어난 기억력으로 극복했다. 잘 읽지 못하는 대신, 집중해서 기억했고, 핵심 내용을 머리속에 잘 정돈하여 필요할 때 불러올 줄 알았다. 그러니까 강의 시간에 필기를 하면서 분산되는 힘을 기억에 쏟았고, 겨우겨욱 어렵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당시 법학대학원 진학의 헛점을 이용하여 변호자자격증을 따낸 이후 머리속의 지삭들을 가지고 재빨리 판단해야 하는 소송 변호사가되어, 배심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논거를 제시하여 세부사항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는 학자 타입의 변호사를 상대했다.

 

뒤집힌 U자 곡선 논리는, 처음에는 아주 잘 먹혀들은 전략이 어느 지점을 지나서부터 기능을 멈추어 소강상태에 머물다, 또 어느 지점을 지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 거꾸로된 U자 모형의 오른쪽 맨 끝은 결국 과도한 힘이 부재된 힘과 같아진다. 최소한의 학급당 학생수와 학업성취도와이 관계는 거꾸로된 U자 모형을 그린다. 교사 1인당 1명의 학생을 맡는 1대 1 학습 시스템이 수십명씩 한 반에 우굴거리는 학급과 마찬가지의 저조한 성취도를 보인다는 뜻이다. 학급당 학생수가 줄수록 학업 성취도가 더이상 높아지는 경계는 약 18명 수준이라고 한다. 12명 이하의 학생들로 구성된 이상적인 학급당 학생수로 구성된 클래스를 가르치는 선생들은 학생수가 줄어든 만큼 생겨나는 여유를 더 이상 학생의 학업 성취를 위해 쏟지 않는다. 아이들은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렇게 저렇게 여러 규모와 형태로 그룹을 형성하는데, 학생수가 줄어들면 특히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이 자신과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 협력할 그룹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모의 수입과 양육의 관계에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부모의 부가 더이상 바른 양육에 도움이 안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힘과 권위를 행사하는 것 또한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기 시작하는 지점이 있다. 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북아일랜드 총사령관 프리랜더는 북아일랜드 내 소수집단인 카톨릭교도들에 대한 강력한 군사력의 개입으로, 30년 간에 걸친 유혈사태와 대혼란으로 이어진 분쟁과 반목을 야기시켰다. 영국 개신교도로 구성된 영국군은 가톨릭 구교와 개신교들 사이의 갈등을 완화할 목적으로 선의를 가지고 북아일랜드로 갔지만 그들은 이미 가난하고, 소수였고, 원래 그들 삶의 터전인 아일랜드 토착민이었던 카톨릭교도들을 무기와 병력으로 압도했다. 궁지에 몰린 카톨릭교도들이 할 수 없이 선택한 길은 길고 긴 피의 저항뿐이었다.

 

우리는 힘의 사용을 통해 무엇을 이룰 수 있나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북아일랜드의 반목은 가진 것 없고, 소수민에 불과한 카톨릭에 행사한 불의의 힘이 원인이 되어 30년간 많은 목숨과 맞바꾸었다. 딸을 죽인 범죄자에게 삼진아웃이라는 법개정까지 이루어낸 복수를 통해 3번 이상의 중복범죄자에게 행해졌던 25년이라는 긴 형량이 범죄의 감소를 가져왔다는 결과는 10여년이 지난 후, 허상임이 드러났다. 누군가의 아버지가 약물소지, 절도와 같은 비교적 가벼운 범죄의 삼진 아웃 덕에 거의 평생을 감옥에서 지내는 동안, 그들의 기본적인 의식주조차도 해결되지 못하는 최악의 환경에서 자라난 범죄자의 아이들을 또다시 범죄자로 양성했던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책은 여전히 맛있다. 재료는 평범했지만, 그 디테일이 살아있다. 역사라는 팩트 속에 감추어졌던 작은 사실들을 끌어내어 주제속에 융합하는 힘은 그의 저력이다. 90년대에 정점을 찍은 북아일랜드의 유혈사태에 대한 궁금증은 소설처럼 풀렸다. 미국 흑인 운동의 역사에서 킹 목사가 진정으로 상대한 것은 힘이 아니라, 부당한 힘의 사용을 세상에 호소해야 했던 절박함을 이끌어내는 전략이었다. 부, 명성, 지능, 좋은 환경 이런 것들이 더이상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지점이 있고, 그것들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시작하는 지점이 있음을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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