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거짓말쟁이들 - 누가 왜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가
이언 레슬리 지음, 김옥진 옮김 / 북로드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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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거짓말의 범위는 어디부터 어디까지일까요. 학계에는 실제로 멘테올로지라는 거짓말 전문 분야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일상에서 가장 흔한 거짓말은 '알았어 지금 가'와 '알았어 지금 간다니까'일 것입니다. 매일 똑같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연인들이 어느날 그 말 속에 별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다고 해도 거짓말이라고 보아야 할까요. 또 세월 속에 묻힌 기억이 아주 희미해서 신념처럼 굳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진실에서 조금 멀어졌다면 그로 인해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거나 또 생겼다면 거짓말이 성립될까요. 가장 순수하고 때묻지 않았다고 표현하는 어린 아이들은 왜 끊임없이 거짓말을 할까요. 거짓말은 인간의 속성일까요. 

 

 

어느날 우연찮게 펼쳐들었던 이안 레슬리의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의 물꼬를 터 주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거짓말은  누구를 일부러 속이기 위해 말로 하는 단순한 거짓말에만 한정하지 않습니다. 인간 본성에 근거하는 위선적인 행동,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속이는 행위, 작화증과 같은 병리학적 거짓말,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자기와 세상을 모두 속게 하는 뇌구조와 인간의 심리까지 거짓말의 세계를 무한하게 확장합니다. 이언 레슬리가 다루는 거짓말이라는 주제의 예리하고 깊은 인간적인 통찰은 저에게는 큰 감명이었고, 이를 통해 기회가 닿는 대로, 또다른 시각으로 거짓말을 바라보는 책들을 읽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원제는 born liar 로 한글로 붙인 제목도 원제와 가깝고 내용과도 적절합니다(요즘은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책에 낛시가 아닌 정직한 타이틀을 붙이는 것만 해도 웬지 감동스러운 데가 있습니다.  책제목도 거짓말을 하는 것이지요.) 거짓말을 인간의 속성으로 본다는 저자의 의지가 담겨있는 듯합니다. 

 

저자는 직업적인 저술가입니다. 가디언, 타임스 등에 정치, 문화, 마케팅, 심리학 등에 글을 쓴다고 나와 있고, 이 책 말고 다른 걸 많이 쓴 거 같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정직하게 단 하나만의 주제인 거짓말에 대해 일관된 자세로 글쓰기를 임하고 있습니다. 심리학, 역사, 정치와 사회, 철학, 예술, 문학 등 다양한 모든 방면에서 방대한 지식과 놀라운 통찰력으로 인간 본성의 거짓말 적인 속성을 해부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거짓말을 시작하면 자기 방어를 위한 자아가 발달되는 과정을 통과하고 있는 것이니 감동해야 할 순간이라는 것입니다. 거짓말이라는 본능적 방어를 통해 자아와 사회성을 형성해 나가는 단계를 거쳐 거짓과 진실의 접점을 찾아간다고 합니다.  이안 레슬리의 거짓말에 대한 통찰은 단순히 "고마워" "난 괜찮아" 등의 사소한 문화적 언어에서부터, 작화증 환자,사기꾼의 악의적인 전문 거짓말 등 거짓말의 세계를 탐구하다가 자기 위안과 암시를 위한 자기 기만과 선택적 기억의 오류, 궁극적으로는 철학적인 자아에 대한 성찰을 불러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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