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 하버드대학교. 인간성장보고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
조지 E.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이시형 감수 / 프런티어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이자 긍정심리학의 전파자이기도 한 조지 베일런트는 하버드대학교 졸업생 집단을 포함한 총 세개 집단 총 814명을 대상으로 한 70여년간 전향적 추적 조사를 이어받은 성인발달연구의 총 책임 연구원인 동시에 하버드 집단의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성인발달 연구는 성공적인 노화란 어떤 것이며 그것은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8백여 명의 인생을 수십년간 추적하고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이다.

 

연구의 결과로 이 책에서 제시하는 사실은 노화하는 것도 하나의 성장이며 60 이후에도 70, 80 이후에도 인생의 다른 어느 시기 못지 않게 행복하다는 것이다. 조지 베일런트는 노화를 신체적인 쇠퇴의 진행 과정으로서가 아닌 삶의 성장 과정으로 보고 연구했다. 생명이 유지되는 한 노년에도 계속해서 성장과 쇠퇴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50 세에 접어든 시인이나 철학자들의 얘기가 아닌 실제로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있는 사람들을 주목한다. 

 

그러나 수십년에 걸친 추적 조사에도 불구하고 이책에서 주장하는 행복의 조건이라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보기에는 조지 베일런트의 주관적인 생각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물론 수십년에 걸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한 통계학적인 연구 결과들도 많이 제시되어 있지만, 책의 전반을 지배하는 조지 베일런트의 철학적 가치관은 긍정 심리학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책의 주된 내용은 연구의 객관성보다는 개별 인물의 사례 중심으로 엮여져 있다. 연구는 "행복"의 사회 경제적 조건을 가장 잘 갖춘 백인 명문 엘리트 하버드대학생들의 집단과,  사회의 가장 밑바닥층에서 평균 아이큐 90을 가진 이너시티 그룹, 그리고 아이큐 150 이상의 여성 그룹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설문과 심리적 상담 건강 체크 등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그 중 여기에 사례로 제시한 내용은 조지 베일런트 자신이 마지막으로 인터뷰한 인물 중 인상깊은 30~40 건에 해당되고, 그 중에서도 하버드 대학교 집단이 수적으로 가장 많이 차지한다.  그가 방문한 사례자들 중 집안 분위기와 표정, 친밀함, 사회적 유대관계, 가족과의 관계에 대한 본인의 느낌에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우리는 이러한 느낌적인 것, 한 사람의 주관에서 나오는 감각적인 것을 연구 결과라고 볼 수는 없다.  조지 베일런트의 생각일 뿐이다. 특히, 그는, 사회적 유대관계와 긍정성, 쾌활함 같은 것들을 행복과 동일한 것들로 여기는 듯하다. 평소 쾌활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나는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회적 자아와 내면적 자아가 있고, 행과 불행은 본인만이 알 수 있다.
 

50대 즈음에 있는 힘을 다해 풍부한 사회적 유대 관계를 만들어 보라. 삶이 훨씬 더 풍요로워 질 것이다.

 

생각의 차이는 이거다.  웃지 않는다고,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 조금 외롭다고, 친절하지 않다고, 유리창이 깨끗하지 않다고, 벽에 손주들의 사진이 걸려 있지 않다고 해서 모두 행복하지 않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물질적 풍요나, 교육 정도, 불우한 어린 시절 등이 노년의 행복을 좌우하지는 않는다는 조지 베일런트의 결론은 다소 안도할만하다.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 )는 같은 정보가 일정한 간격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애초의 정보가 지워진다는 심리학 이론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문득 잊었던 사랑이 다시 생각날 때가 종종 있다. 어느 누구도 사랑했던 사람을 완전히 잊을 수는 없다. 그것은 기억력이 주는 저주이자 축복이다. 슬픔은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우리를 병들게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어린 시절의 혹은 젊을 때의 상실감과 상처가 노년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정 집단의 경우이긴 하나, 우리가 흔히 예측할 수 있는 몇 가지 건강 및 유전상의 변수들이  노년의 행복을 좌우하지 않는다는 결과도 주목할 만 하다. 이너시티의 경우, 60세 이전에 사망한 경우 조상의 수명이 현저하게 짧았다. 그러나 조상의 수명은 70대가 되어 누리는 건강과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70대의 건강과 행복은 콜레스테롤 수치, 스트레스, 부모의 특성 유년기의 성격 사회적 유대관계 등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성인발달연구를 통해 나타난 성공적 노화를 예측가능한 몇 가지 지표들을 더 들어보면 이렇다. 하버드 집단이 성공적 노화를 예측할  수 있는 50세 때의 지표에는 흡연량 많지않음, 알콜 중독 경험없음, 안정적인 결혼 생활, 규칙적인 운동, 알맞은 체중, 성숙한 방어기제 등이 있다. 이 중 두가지 방어 요소도 찾기 어려웠던 사람은 모두 80세 이전에 사망했다. 이중 네 가지 이상의 방어 기제를 가졌던 사람은 단지 5프로 만이 20 년 내에 사망했다. 불행하고 병약한 노후를 맞이한 사람도 6퍼센트 밖에 되지 않았다. 연구 대상자 들 중 60세에 '일'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75세에 이르러서는 자기 삶에서 은퇴한 것을 가장 좋아했다. 일을 사랑한 사람은 은퇴도 즐겁게 맞이했다. 뇌세포가 가장 많이 감소하는 시기는 50세 무렵이다. 건망성실어증은 30 세부터 이미 시작되며 알츠하이머 병과는 아무 관련도 없다.  영적 종교적 믿음이 깊다고 해서 성공적 노년에 이를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아닐 뿐 아니라 놀랍게도 우울증에 걸린 비율이 네 배나 높얐다.

 

누구나 다 늙는다. 그 늙고 병들고 우울함의 상징처럼 굳어진 막막한 노후의 이미지를 보다 구체화하고 계획하는 일이 아직 다 늙기 전의 인생에 먹구름처럼 드리운 그림자가 아닌, 죽는 날까지 배우고, 소통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는 의미에서 볼 때, 이 책은 읽을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