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춤토르 분위기 페터 춤토르
페터 춤토르 지음, 장택수 옮김, 박창현 감수 / 나무생각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페터 춤토르에게 건축은 감동이어야 한다. 1943년 스위스 태생, 2009년 건축계의 노벨문학상이라 불리우는,  플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이다. 국제적인 공모전이나 대규모 설계를 하지 않아, 그의 건축물을 여행 중 만나보기는 어려운, 건축계의 운둔자이자 장인 정신으로 재료의 배합을 실험하는 거장이라고 한다(월간 디자인 및 위키피디아 참조). 페터 춤토르에게 건축의 질이란 인간을 감동시키는 것에 따라 좌우된다. 볼 때마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아름답고 존재감을 지닌 대상을 어떻게 디자인하는가. 그것을 페터 춤토르는 건물에 들어가서 실내를 보는 순간 바로 떠오르는 감정, 심리적 감성으로 감지하는 분위기라고 말한다. 이 책은  건축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그와 그의 작은 사무실에서 작업하면서 깨닫게 된  아홉 가지 요소와 세 가지 개인적인 추가 요소 에 대해 대중을 대상으로 강연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2003년 6월 독일 문학 음악 축제에서 춤토르가 했던, < 분위기, 건축적 환경, 주변의 사물> 이라는 강연이다.

 

달력 용지처럼 빠닥빠닥 두꺼운 낱장들과 판자 처럼 딱딱한 커버, 표준 사이즈를 넘는 기형적 빤형, 게다가 그 디테일이 보고 싶어 안달이 날 것 같은 작품 사진들은 동양화만큼 넓은 여백을 가진 지면에 대개는 흑백으로 작게 처리한 배짱,  70여 페이지 분량의 짧은 텍스트임에도 간지나는 하드 커버와  2만2천원이라는 오버프라이스가 용서가 되는 건 아마도  페터 촘토르적 건축 컨셉을 반영하지 않았겠냐는 추측과, 그 짧은 텍스트에 녹아 있는 위대한 건축가 페터 촘토르의 사상에 있다.

 

 

1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 세운 성 베네딕트 교회(Saint Benedict Chapel). ⓒ이상준
2 브러더 클라우스 교회 내부 모습. 내부를 지지하던 목재를 3주 동안 태워 없앴다.
3
한 농부를 위해 지은 브러더 클라우스 교회. 이 건축물은 하나의 경건한 조형물에 가깝다. ⓒ이상준

사진 출처(월간 디자인 예술)

 

 그가 하는 말에 가만히 귀기울이면 미학은 어려운 게 아니고, 예술은, 적어도 건축이나 음악과 같이 우리 주위에 하나의 풍경이 된다. 예술은 우리의 삶, 우리의 가치가 되고,  우리의 기억이 되고, 그리고 우리의 사랑 속에 머문다. 그는 무슨주의니 무슨 기법이니 하는, 의식과 사상을 압축하는 미학적이고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대화하는 단어를 이용해서 말하지만, 그의 철학은 잔잔한 울림으로 전해진다.

 

건물은 비율과 재료에 따라 고요함 속에서 각기 다른 소리를 낸다. p31

그는 건축물을 구성하는 재질이 일상의 소리들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까지 고민한다. 부엌에서 나는 쨍그랑 물건 부딪치는 소리, 문을 여닫는 소리 이런것들이 만들어 내는 소음은 고립감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고 어린 아이에게는 엄마가 집에 있다는 안도감을 주는 소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소리는 분위기있는 건축을 디자인하기 위해 그가 제시하는 아홉개 요소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건축은 조형 예술인 동시에 시간 예술이다. 건축 경험은 한순간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음악과 마찬가지로 시간 예술이다. 41

시간과 함께 그 건축물을 사용하면서 용도에 따라, 그 속에 있는 사물들과 사람들에 따라, 재료의 부식이나 낡아감에 따라 음악처럼 다채롭게 변화하는 것이라는 것. 페터춤토르에겐 그것이 건축의 요소이다.  또한 사물을 비추는 빛과 조명, 공간의 온도,  주변의 사물, 환경으로서의 건축, 일관성, 내부와 외부의 긴장 등 다소 추상적으로 보이는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건축은 지구의 일부분을 선택하여 작은 박스를 세운다. 그 순간 실내와 실외가 생긴다. 우리는 안에 있거나 밖에 있다. 놀랍지 않은가. 그뿐이 아니다. 문지방, 통로, 작은 문, 내부와 외부의 미묘한 전환, 놀라운 장소의 느낌, 우리가 다수이든 개인이든 무언가가 우리를 감싸고 모으며 보호하는 듯한 느낌, 무언가에 둘러싸였을 때 느껴지는 집중감, 개인을 위한 공간과 공공을 위한 공간, 사적 영역과 공공 영역. 건축은  이것을 알고 있으며 적절히 이용한다. 나는 성을 소유하고 있다. 성은 내가 사는 곳이다. 외부 세계에 공개된 파사드는 이렇게 말한다. "건축주나 건축가가 건물을 세울 때 무엇을 원했는지 나는 그들이 기대한 대로 존재하며 그들의 기대를 달성할 수 있으며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파사드는 또한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당신에게 모두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다. 안에도 많은 것이 있다. 당신은 가서 일이나 하라."

페터춤토르가 생각하는 내부와 외부와의 긴장이다.  빛을 다루는 그의 장인 정신은 이렇다. 

처음부터 조명을 염두에 둔다. 첫 번 째 생각은 건물을 그림자로 구성된 하나의 매스라고 생각하고 빛을 설치하면서 어둠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다. 빛을 하나의 새로운 매스로 끼워 넣는다. 두 번째 생각은 빛을 내는 물질들과 표면을 체게적으로 살펴보고 빛이 반사되는 방식을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빛을 반사하는 방식에 따라 재료를 선정하고 그 방식하에 모든 것을 조화시킨다.

건물에 갖는 용적 미학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어보자. 그의 작은 건물에 감동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다.

건물이 사용되는 것이 나에게는 최고의 찬사이다. 중략. 모든 사물은 스스로 자기의 모습을 찾아간다. 각자 자기가 되어야 하는 모습이 있고 그 모습에 도달한다. 결국 건축은 우리의 용도를 위해서 만들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