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사기꾼 - 높은 지능과 낮은 도덕성을 가진 얄미운 그들의 속마음
스텐 티 키틀 & 크리스티안 제렌트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일생을 살면서 사기를 당한 적은 두번 있다. 그 중 하나는 생활이 어려워진 지인에게 빌려주고 받지 못하는 돈이니 언젠가는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사기는 아니지만, 어려운 상황이 지났을지도 모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언제 갚겠다는 말도 없이 갚지 않고 있으니 즉, 본인이 돈을 빌린 사실을 스스로 부정하거나 계속해서 어려운 상태임을 가장하는 중이라면 사기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한 번은 전형적인 사기꾼이 아주 작정을 하고 친 사기에 걸려들어 당시 나에게는 매우 큰 돈을 사기 당했다. 하프프라이스라고 하는 인터넷 구매 사이트에서 모든 물건을 반값으로 판매하여 횡재했다며 모여드는 , 당시 인터넷으로 빠른 정보를 획득하던 IT 계통 사람들이 대거 당했다. 반 값이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에도 불구하고이 의심 없이 사이트를 믿고 선뜻 선불을 지불한 이유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전형적인 사기 수법임에도 불구하고, 그 때로서는 믿음의 자기 합리화에 빠져 군중 심리에 휩싸였던 것이다.   우선 주변에서 너도나도 앞다투어 물건을 주문하는 모습에 동요되었다. 게다가 그 사이트는 잘나가는 tv 드라마에 협찬 및 광고까지 하고 있었다. 매체에 대한 이미지가 그 사이트의 권위까지 조작하고 있었던 것을 몰랐던 것이다. 나는 막차를 탔다.  초창기에 값비싼 물건을 반값으로 판매하여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프프라이스는 초기판매의 손실을 그 다음 소비자에게 받은 선금으로 메우고 그렇게 계속 다음 소비자에게 그 전 판매의 손실을 전가했다.  4사주가 되어도 물건이 배송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진상조사카페까지 만들어질 즈음에도 사기꾼 사장은 계속해서 거짓말과 자신만만한 큰소리처를 뻥뻥 쳤고 주문이 이어 졌다.


동료 한 명은 단체 소송자들과 함께 하루종일 몰려다닌 덕분에 환불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그러하지 않았다. 돈이 안아까워서가 아니라 빨리 잊고 새출발 하는 게 더 남는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새 물건을 반값에 산다는 것은 나머지 반값 만큼을 별 노력도 없이 이득을 보냈다는 심사이다. 공짜는 없다는 교훈을 두고두고 새겼다. 그래도 여전히 공짜는 좋지만  이유 없는 호의는 늘 부담스럽게 때문에 그게 빚이 되지 않도록 빠른 시일내에 되갚아 neutral 상태로 만드는 게 마음 편하고, 그도 저도 안되면 더 주고 잊는 편이 낫다. 그런데 호의를 받게 되면 받은 것보다 대개는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애초부터 아예 안 받는 게 좋다. 작은 립스틱 샘플 하나 받으면 원지도 않는 화장품 세트를 사야 되고 밥 한 끼를 얻어 먹으면 이상한 서류에 계약서를 써야 될지도 모른다. 사기꾼은 이러저러한 사람의 심리를 잘 이용한다. 


사기꾼이 사용하는 도구는 거짓말이다. 신정아의 거짓말은 본인이 실제로 만천하에 자신의 사기(?) 행각이 낱낱이 밝혀지고 치욕적인 감옥문을 나와서까지 계속되었다. 이 책은 몇 세기에 걸친 희대의 사기꾼과 그 사기 행각들을 유형별로 소개하고, 사기에 바탕이 되는 사기꾼의 심리와 사기를 당하는 인간의 심리를 파헤친다. 로버트 차일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을 통해 이제는 널리 알려진 '문 안으로 발넣기' 기법은 사기꾼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사람들은 일단 한 번 결정을 내린 다음에는 그 결정을 지지하고 계속 그 방향으로 가는 경향을 보인다. 황우석이 사기꾼인지 아닌지는 내 판단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그의 지지자들은 황우석이 미디어에서 하는 말의 대체 어느 부분이 거짓말이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는. 그러니까 입에서 나오는 족족 거짓말임이 밝혀진 상태에서도 끝까지 그를 지지하고, 언론을 공격했으며, 모든 것이 음모라고 했다. 끊임없는 자기 합리화, 자신의 결정에 대한 지지, 긍정성. 이런 것들이 피해자로 하여금 마지막 순간까지도 피해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도록 만들고, 그 마지막 순간에도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는 사기꾼들의 거짓말이 통하도록 한다. 어떤 사람이 두 가지 긍정적 성품을 보여주면 상대는 자기도 모르게 다른 긍정적 성품을 받아들일 자세가 된다. 사기꾼들은 자신의 본래의 문제 즉, 관계를 유지하는데 무능력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자기의 자신감을 다지기 위해 강박적으로 늘 새로운 희생자를 찾아 감정적으로 끝까지 빨아먹는다. 사기꾼들은 대개 한 두 가지 긍정적 인상을 바탕으로 큰 사기를 친다. 


사기에는 애정 사기꾼이 있다.  사랑을 빙자해서 등골을 빼먹는 유형의 인간이다. 다 나쁘지만. 애정 사기꾼에 의한 피해는 피해자를 정서적으로 한 번, 물질적으로 한 번 더블 확인사살을 한다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인 듯하다.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요소는 개방성, 다정함,친절함,활기,카리스마,넘치는 자신감 같은 특징이다.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자기를 지키기 위해 상대의 결정을 제대로 보지 않는 것이다. 파트너에게 정서적 의존관계 및 그에 상응하는 불안감을 불러 일으키는지 성공하면 사기꾼들은 기생적 존재 양식을 더 오래 더 거리낌없이 누리며 결국에는 피해자들을 경제적 정신적으로 완전히 파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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