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배신 - 긍정적 사고는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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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 [시크릿]은 전세계적으로 1억부가 넘게 팔렸고, 국내에서는 200만부 이상 팔렸다. 거의 비슷한 국내 자기계발서 꿈꾸는 다락방은 현제 몇권이 나와있는지도 모를 정도이고 수년간 계속해서 베스트셀러 랭킹에서 빠지지 않는 필독서처럼 되었다. 긍정적 사고는 미국에서 들여왔다.  쾌활하고 자기 만족적인 세계관을 갖게 된 긍정의 심리학의 역사는 백인 이주자들이 뉴잉글랜드로 들여온 강요된 우울증, 칼뱅주의의 저항, 신사상(New thought)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긍정심리학은 자기반성이라는 끊임없는 내면 과제를 강조하는 칼뱅주의의 요소를 함께 보존하고 만다. 긍정적 사고는 '부정성'을 이유로 개인의 자아를 적대자로 간주한다. 그리고 이제 긍정적 사고는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진정제, 심리적인 문제를 겪는 사람을 위한 치료제가 아닌 모든 사람에게 부과된 의무가 되었다.  동기유발업체, 출판사, 기업, 학계, 교회에 까지 보증된 상업적 이권에 개입하면서 거대한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이제 긍정적 사고는 단순히 삶의 태도가 아니라 구원의 약속이 되었다.

 

긍정심리학의 진정한 보수성은 현실의 불평등과 권력 남용에도 불구하고 현상 유지에 애착을 갖는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코칭 업계와 시크릿 같은 책에서 볼 수 있는 형이상학은 전통적 주술 기법 특히, 공감주술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공감주술은 부두인형에 바늘을 꼽는 것과 같이 주물이나 부적을 이용하는데 비해 긍정적 사고에서는 원하는 결과의 이미지가 정신을 집중시키는 내면적 부적이 된다. 이 정신적 의식은 명상 혹은 인도된 시각화 형태를 띤다.

 

초대형 교회의 새로운 긍정신학은 고난과 구원에 관한 참혹한 이야기나 가차 없는 심판을 접어 두고 현생에서의, 그것도 아주 빠른 시간 안에 가능한 부와 성공과 건강을 약속한다. 새 차와 새 집, 탐내던 목걸이를 가질 수 있다.'나를 따르라'는 것이 그들의 메시지다. 내게 돈을 보내고 내 교회에 십일조를 내고, 내 책에 나와 있는 방법대로 하라. 그러면 당신도 나처럼 성공하게 될 것이다. 조웰 오스틴의 긍정의 힘은 우리집 책장에도 꽂혀 있다. 신학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교회의 목사가 된 그와 그의 아내 빅토리아는 한국의 포항제철 왕상무 같은 행동으로 연방 항공국에 3천달러의 벌금을 물고, 승무원에게 고소를 당했다. 한동안 국내를 들썩거리게 하고 포철의 이미지마저 흐려놓은 한국의 왕상무는 비행기 1등석에 앉아 승무원을 종 부리듯 반복적 라면끓이기와 호된 지적질 끝에 폭력까지 행사했던 일로 국제적 망신에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빅토리아와 조웰 오스틴 부부는 스키 휴양지인 베일로 향하는 항공기 1등석에서 좌석 팔걸이에 조그만 얼룩을 당장 지우라고 소동을 부렸다. 조웰의 교회는 주간 예배 참석자 수는  4만명, 주간 수입은 100만불. 월급받는 직원이 300명이다. 이러한 부를 다시 긍정 철학의 설파에 이용한다.  메시지는 당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라. 그렇게 끈덕지게 졸라 대면 결국엔 하느님이 당신에게 주실 것이다 라는 것이다. 가난은 잘못된 마음가짐에서 유래한다고 설겨했고. 밍크 장식의 여러 대의 캐딜락과 그가 소유한 막대한 부를 자신의 긍정 철학의 증거로 제시한다. 당신도 멋진 집과 자동차는 물론 쇼핑몰에 있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그냥 당신에게 그런 힘이 믿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만일 당신이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고 불행하고, 용기를 잃고, 패배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자기의 책임이라는 어두운 경고가 놓여있다.

 

2008년의 경제 위기 이후 긍정적 사고는 불안한 노동 환경에 처한 사회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돌파구이다.  다운사이징 여파로 자신을 영업자로 여기는 사람들은 늘었다. 새로운 직장 환경에서는 누구나 자기를 팔려는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다.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은 '기능의 묶음'이 되었으며 '자신의 기술을 여행용 짐처럼 끌고 다니면서 환경이 다른 여러 직장을 자유롭게 오간다". 방법은 없다. 적절한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혹은 더 인간적인 기업 정책을 요구하기 위해 사회 운동에 참여할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평생 노력을 바쳐야 한다. 지금 당장 가능한 것은 현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 분이다.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현실을 기껍게 받아들이고 아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기업이 해고된 노동자들과 과로에 시달리며 아직 버티고 있는 직원들에게 주는 최대의 선물 곧 긍정적인 사고다. 기업에서 긍정적 사고 문화와 충돌하면 불이익을 받는다. 회사가 망하기 2년 전 현실을 감지한 리먼브라더스의 마이크 겔벤스는 CEO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가 부적응자로 낙인찍혀 해고당했다. 긍정적 사고가 월스트리트에 독약이 된 사례도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책의 내용은 대락 위와 같고, 나는 100% 이상 공감한다. 국내의 현실은 미국보다 덜하지 않다. 아프니까 청춘이고, 꿈꾸는 다락방을 읽으며 할 수 있다는 꿈을 적고 그것을 주술처럼 외우고 다니기를 권하는 사회이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안정망으로서의 책임져야 할 많은 공적 기능들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닪아도, 사회적 분위기는 '충분히 노력하지 않아서 실패한' 대다수의 청년들에게 그 책임을 돌리고 만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기적으로 더 이기적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는 괴물같은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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