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심하지만 뇌는 비웃는다
데이비드 디살보 지음, 이은진 옮김 / 모멘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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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무분별하고 근거도 빈약한 긍정 산업은 서점계를 통과하면서 자기계발 서적들로 베스트셀러계를 완전 정복한 듯 하다. 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디살보의 첫번째 단행본인 [나는 결심하지만 뇌는 비웃는다]는 제목과는 좀 달리 긍정심리학을 부정하고 신경 과학에 기초한 자기계발류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뇌에 관련한 과학 서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싶었는데 표지를 보니 "진창에 빠진 당신의 인생을 구출해 줄 단 한권"의 책이라고 프롤로그에 밝히고 있다. 심리학이나 인지 과학의 연구 실험 결과와 이에 대한 해석을 토대로 "행복한 뇌"가 추구하는 본질을 알고 행동하자는 취지의 책인데, 문장은 한국 원서처럼 매끄럽고 꼬인 데가 없고 깔끔하고 단순하고 어려운 단어도 쓰지 않는데 몇번을 읽어도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게 많았다.  특히 실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짧은 묘사가 그랬다.


고독은 우리 주위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여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보다는 인간 관계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경우와 관련이 있다. 허구의 인물과 강한 유대감을 느낄수록 뇌는 그들이 우리 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다. 다소 뻔 해 보이는 이야기를 굳이 요약된 실험 과정(그래서, 실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음)과 설명을 통해 전달하니, 그리 새로운 것은 없다. 단편적 실험의 결과들을 목적에 맞게 끌어다 적재 적소에 잘 배치했지만 감동은 없다. 저널리스트 답게 그리고 책의 목적에 맞게 잘 정리된 영혼없는 자기계발서이다. 뇌와 관런된 책 몇개만 읽었다면 차고 넘치는 상식선의 이야기들도 많지만 기존의 시크릿이나 꿈꾸는 다락방 류의 자기계발류에 편향된 독서 습관을 가진 독자라면 분명 새롭고 구원적일 수 있겠다. 지금은 거의 고전처럼 읽히는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1,2에서 그 오래전부터 소개되기 시작해서 이책 저책 수많은 곳에서 인용된 많은 부분을 여기서도 볼 수 있다.

 

내게 도움이 되는 부분을 고르자면, 역시 뻔한 내용이긴 하지만, 게으름에서 당장 벗어나는 방법은 일단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 뇌는 미완성을 불안정한 상태로 받아들인다. 부담감에 짓눌려 일을 차일피일 미루며 질질 끌게 될 때는 어디서부터든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시작하면 시작한 일을 끝내겠다는 의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것이 자이가닉 효과이다. 여기에 강하게 동의한다. 하기 싫어도 일단 시작하자.

 

또 긍정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무조건 할 수 있어 될 수 있어라고 주문을 거는 것보다는 내가 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소개되어 있다.

 

뭔가를 원할 때 느끼는 희열이 그것을 얻었을 때 느끼는 만족감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은 극도로 물질화된 자본주의적 쇼핑광들의 행동에 사기 전 한 번쯤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준다. 영화 girlfriend experience에서는 여자친구가 되어 주는 아름다운 여자친구를 갖고 싶은 환상에 여자친구를 대행해주는 콜걸을 실제 여자친구로 만들었지만 실제 그 콜걸이 여자친구가 되눈 순간 환상은 사라지고 후회와 함께 상실감이 몰려온다. 초혼보다 재혼이 이혼율이 높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보상을 기대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 다시 경험하려는 시도가 습관화와 후회라는 새로운 사이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첫인상의 편견에는 나에게 어떤 이익의 되나 하는 판단도 포함된다고 한다. 만일 이 주장이 사실이고 진리라면 인간은 희망이 없다. 또다른 연구에서는 평균 7년마다 친구들이 절반 가량과 관계가 끊어지고 대신 그 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채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사람들은 내 집단 사람들이 더 친절하고 도움이 되고 너그럽고 신뢰할 수 있고 공정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자신의 배타성은 인정하고 더 신중하게 행동하자는 말이지 싶다. 또한 우리는 자기가 남기고싶은 인상을 잣대로 다른 사람의 첫 인상을 판단한다. 그래서 본인이 사교적이고 왜 양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으면 다른 사람도 그 기준으로 평가한다.

 

지난 수십년동안의 심리학 연구와 신경과학 연구에서는 독립적 사고가 결코 완전하지 않으며 어쩌면 우리의 자아가 꾸며낸 허구일지도 모른다는 증거를 제시해 왔다. 메시지를 반복하면 할수록 우리가 그 메시지를 믿을 가능성도 커진다. 동일한 메시지를 얼핏 여러번 듣다 보면 그 메시지가 진실이라는 환상의 빠지고 만다. 특정 사건에 대한 기억을 구성하는 신경 세포 사이의 활동이 많아질수록 그 기억이 더 생생해지고 구체화 된다. 감정이 고조된 기억들이 생생하고 자세하게 의식에 스며든다. 그러나 강렬한 감정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섬광 같은 기억조차 시간이 지나면 틈이 생기고 갈라지면서 흐려지기 마련이다. 기억의 구멍이 숭숭 뚫려서 그 사건을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구멍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1 만시간의 법칙이 있지만 5만 시간을 투자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 시간은 전문지식을 없는 전제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 아니다. 그러니 엄한 곳에 시간을 함부로 버리지 말자.

 

아침에 차에 키를 꽂고 주차장에 도착하기까지 약 30여분의 시간동안 나는 무엇을 생각했나. 저녁에 다시 시동을 걸고 집에 도착했을 때 까지의 시간 동안 뇌는 또 무슨 마음을 만들고 있었나. 많은 경우 나는 대개 기억하지 못한다. 몇번의 신호에 걸렸는지, 심지어는 어디에 주차를 했는지. 어떤 때에는 마치 술을 마시고 블랙 아웃이 된 것처럼 어떻게 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무의식의 시간동안 뇌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멍 때리고 있었다. 빨래를 널었던가 가스불은 껐던가에서부터 시작해서 멀고 아득한 상상의 세계에서 살다가 돌아와 보면,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또 여기까지 어떻게 왔었는지는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잡다한 멍때리기가 뇌에 위치한 있는 부분에서 협동적으로 일어나는 뇌의 작용이란다. 그리고 이러한 잡생각에서 빠르게 현실로 돌아오는 복구 능력이 창의력과 관련이 있다는 것도 밝혀졌단다. 그러니 더는 절망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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